
경기 용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A씨는 최근 대출 상담 창구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치솟는 식자재 가격과 인건비를 견디다 못해 운영자금을 보충하려 했지만, 깐깐해진 은행 심사에 추가 대출이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A씨는 “기존 대출 이자만 한 달에 수백만원씩 나가 힘겨운데, 한도마저 줄어드니 이제는 버틸 재간이 없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권의 대출 총량 규제가 맞물리면서 올 하반기 가계와 기업의 상환 여력이 한계로 내몰리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연 8%를 위협하는 가운데, 이자 부담을 버티기 힘든 취약계층과 영세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연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79~7.52%로 나타났다. 지난 5월 말(연 4.26~7.10%)과 비교하면 금리 상단이 0.42%포인트(p) 뛰었다.
대출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코픽스(COFIX)와 은행채 등 준거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서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대출금리를 한층 더 밀어 올리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p 인상했다. 문제는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월 3.1%, 6월 3.2%로 두 달 연속 한은의 물가 목표(2.0%)를 크게 상회한 탓이다. 시장에선 한은의 매파적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예고했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등 수신금리를 따라 올리고,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대출 금리도 함께 오른다. 추가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은행채 금리와 코픽스가 더 오르면서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8%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은행권 ‘대출 조이기’ 본격화… 문턱 높아진 금융권
금리 상승과 함께 대출 문턱도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7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13) 이후 6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은행들이 심사 기준을 강화해 대출받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주요 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 조치를 잇달아 내놓으며 ‘대출 조이기’에 나선 상태다. KB국민은행은 이달 주담대 한도를 기존 최대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였다. 신한·하나은행은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접수를 중단했다. 우리은행 역시 영업점별 주택 관련 대출 월 취급 한도를 기존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축소했다. 여기에 5대 은행 모두 모기지 보험 신규가입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중소기업·자영업자 상환 한계… 취약차주 연체율 우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 속에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재정 부담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연체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감당해야 할 이자가 불어나기 때문이다.
연체율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74%로 전월 대비 0.06%p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90%로 대기업(0.22%)의 4배 수준에 달했다.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중소법인 연체율은 0.98%로 1%에 육박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역시 0.48%(2023년 말)→0.63%(2025년 말)→0.78%(2026년 4월)로 꾸준히 상승했다. 중동 분쟁에 따른 원가 상승과 내수 회복 지연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상환 여력이 급격히 약화된 탓이다.
반면 중소기업의 대출 규모는 여전히 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KOSI)의 ‘중소기업 동향 6월호’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091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4000억원 불어났다. 금융권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따라 대출 공급이 계속된 영향이다.
고금리와 대출 조이기가 맞물리면서 다중채무자와 저소득·저신용자 등 취약차주의 충격도 우려된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25%p 오를 경우, 차주들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조8000억원 증가한다.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도 평균 584만3000원에서 613만9000원으로 29만6000원 늘어난다. 금리 상승 폭이 0.50%p, 0.75%p로 확대되면 전체 이자 부담은 각각 3조7000억원, 5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오를 때마다 버틸 수 있는 차주와 한계에 내몰리는 차주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등할 경우 파장이 금융권 전체로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