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청년의 삶은 크로노스의 시간표에 지나치게 맞춰져 있다. 몇 살에 졸업하고, 언제 취업하며, 어느 시점까지 안정된 자리를 잡아야 하는지가 성공 기준처럼 여겨진다. 정해진 시간표에서 벗어난 청년은 곧 뒤처진 청년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모든 청년에게 같은 시간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취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생계와 돌봄을 함께 감당해야 한다. 같은 1년의 공백도 누구에게는 탐색의 시간이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소득과 관계, 자신감이 함께 무너지는 시간이 된다.
따라서 청년정책은 청년이 정해진 경로에 얼마나 빨리 진입했는지만 물어서는 안 된다. 실패와 중단 이후 무엇을 회복했고, 다시 어떤 행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이것이 ‘회복탄력성’의 관점이다.
회복탄력성은 넘어져도 혼자 힘으로 즉시 일어나는 강인함이 아니다. 충격을 경험한 뒤 삶의 방향을 재구성하고, 다음 선택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다. 그 힘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시 시작할 소득과 시간, 건강과 관계, 정보와 기회가 뒷받침돼야 한다.
청년정책은 청년에게 회복탄력성을 요구하는 정책에서, 회복탄력성이 만들어질 수 있는 조건을 설계하는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첫째, 정책의 시간을 청년의 속도에 맞춰야 한다. 정해진 기간 안에 동일한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하고 곧바로 취업이나 창업 성과를 요구하는 방식은 회복이 필요한 청년을 다시 탈락시킬 수 있다. 수시 진입과 중단 후 재참여, 짧은 체험과 단계적 참여가 가능한 유연한 정책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최종 결과보다 ‘다음 행동’을 설계해야 한다. 고립된 청년에게 첫 번째 성과는 취업이 아니라 상담을 신청하거나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일 수 있다. 일상 회복에서 관계 형성으로, 진로 탐색에서 일 경험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필요하다. 좋은 정책은 청년에게 거대한 도약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음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돕는다.
셋째, 실패의 비용을 줄여야 한다. 청년이 도전을 망설이는 이유는 용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잃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일 수 있다. 창업 실패가 부채로, 이직이 낙인으로, 프로그램 중단이 참여 제한으로 이어진다면 청년은 도전보다 회피를 선택한다. 재도전 상담과 채무 조정, 경력 재설계는 사후적 배려가 아니라 정책의 기본 구조가 돼야 한다. 결국 정책의 역할은 실패를 평가하는 데 있지 않고, 실패 이후의 경로가 끊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데 있다.
카이로스는 개인의 결단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자연스럽게 열리는 기회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끝내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 청년정책의 역할은 모든 청년에게 같은 결과를 주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순간에 기회를 발견하고 접근하며, 실패한 뒤에도 다시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크로노스는 청년에게 얼마나 늦었는지를 묻는다. 그러나 카이로스는 그 시간이 어떤 가능성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묻는다.
청년정책은 청년에게 더 강하게 버티라고 말하는 제도가 아니다. 늦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기회가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제도여야 한다. 회복탄력성이란 넘어지지 않는 힘이 아니라, 넘어지고도 자신의 카이로스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며, 정책은 그 믿음을 현실로 만드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청년정책, 청년에게 더 빨리 가라고 재촉하는 크로노스가 아니라, 청년의 삶을 다시 움직일 카이로스를 제공해야 한다.
[유재은 조교수 약력]
현 숭실대학교 베어드학부대학 조교수
현 기획재정부 자체규제심의위원회 위원
현 고용노동부 양성평등위원회 위원
현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위원회 위원
현 인사혁신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현 서울시 일자리위원회 위원
전 서울특별시 청년정책네트워크 정책위원단 고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정책학 박사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