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7일 (1)
[단독] 선관위 “회의록 공개 제도화도 불가”…독립성 내세워 또 ‘빗장’

[단독] 선관위 “회의록 공개 제도화도 불가”…독립성 내세워 또 ‘빗장’

투표용지 부족 사태 계기 투명성 요구 확산
선관위 “헌법상 독립성 위해 비공개 원칙 유지”
정보공개법·2011년 판례 근거로 제도화 거부

승인 2026-07-24 06:00:08 수정 2026-07-24 10: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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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사 읽기 정보
분량 약 4분
취재방법 법·제도 분석, 전문가 인터뷰
주제 선관위 회의록 공개를 둘러싼 제도적 쟁점을 짚어봅니다.
주의사항 현행법과 선관위 시행규칙은 회의록 공개 원칙을 명시하고 있지 않아 해석 여지가 있다는 점을 유의하세요.
관전포인트 선관위 독립성과 책임성의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주목해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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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합동수사본부가 압수수색 중인 서울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 복도에서 한 관계자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합동수사본부가 압수수색 중인 서울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 복도에서 한 관계자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국회의 회의록 공개 제도화에 대해 불가 방침을 공식화했다.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성을 이유로 기존 비공개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23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선관위는 회의록 공개 제도화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정조사특위 등 국회 의결이 있을 때만 발언자를 익명 처리한 회의록을 제출하고,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경우를 제외한 개별 국회의원의 자료 요구에는 현행 비공개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선관위 회의록 공개 제도화 논의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선관위는 사태 직후 국회 의원실로부터 투표용지 인쇄 매수 하한 기준을 논의한 회의록 제출을 요구받았다. 그러나 비공개 원칙을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 결국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의결을 거쳐 회의록이 제출됐지만, 위원들의 실명은 모두 삭제됐다.

이후 선관위가 회의록 제출에 대비해 ‘발언 위원 익명 처리 후 열람’, ‘익명 처리 후 제출’, ‘실명 제출’ 등 공개 수위별 대응 방안을 검토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실명 제출이 선택지에 있었음에도 가장 낮은 수위를 택한 것이어서 책임 소재를 흐리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선관위는 비공개 방침의 법적 근거로 정보공개법 제9조제1항제5호를 제시했다. 의사결정 과정이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지난 2011년 참여연대의 회의록 정보공개 청구 사건에서 법원이 “선거관리의 공정성을 위해 회의 내용 공개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판례도 제도화 불가 근거로 제시했다.

선관위는 회의록을 비공개해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로 △헌법상 독립성 확보를 위한 위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 보장 △개별 발언 공개에 따른 심리적 압박과 독립성 훼손 우려 △위원 개인의 의견 및 찬반 입장 공개에 따른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 △정제되지 않은 토론 내용 공개로 인한 위원회의 권위·공정성 훼손 우려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반론도 적지 않다. 선관위가 든 이유만으로 회의록 공개 제도화를 미룰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선관위가 근거로 제시한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정보공개 청구에 적용되는 법률로 국회의 국정조사나 자료 제출 요구와는 성격이 다르다. 선관위가 제시한 2011년 판례 역시 현행 정보공개법에 대한 법원의 해석일 뿐, 국회가 입법을 통해 회의록 공개 원칙을 마련하는 것까지 가로막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당시 재판부도 “회의록을 비공개할 때 얻는 이익과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할 때 얻는 이익을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조사가 끝나면 국회가 선관위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을 확인할 수단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선관위를 둘러싼 논란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선관위 직원들의 투표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나섰다. 비공개 원칙이 유지되면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 검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선관위의 독립성과 투명성 강화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고 봤다. 사안의 성격과 공익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공개의 범위와 방식을 어디까지 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일부 견해가 갈렸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정치적 중립성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적 관리 실패에 관한 사안이다. 이런 사례라면 회의록을 비공개할 이유가 크지 않다”며 “오히려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해야 위원들이 중립 의무를 더욱 충실히 이행하게 되고,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이 높아져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선관위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국회의원은 결국 정치인인 만큼 회의록 제출 권한이 정치적으로 오남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책임성 강화 방안도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신중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회는 선관위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회의록 공개 원칙을 제도화하는 법 개정 논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김 의원은 “헌법이 보장한 선관위의 독립성은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을 자유지 국민의 감시에서 벗어날 특권이 아니”라며 “같은 헌법기관인 국회는 소위원회 회의까지 속기해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선관위 회의도 속기해 공개하는 것이 선관위가 잃어버린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며 “회의록 공개 제도화를 위한 선관위법 개정안을 빠른 시일 내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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