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8일 (6)
“진단명 바꾸면 됩니다”…도수치료 막자 편법 진료 등장

“진단명 바꾸면 됩니다”…도수치료 막자 편법 진료 등장

물리치료 4회 받아야 도수치료…높아진 진입장벽
다른 비급여에 도수치료 끼워 넣기…우회 진료 등장
엉뚱한 질병코드까지 제안…실손 청구 편법 논란
“풍선효과 막으려면 실손보험 구조 개편 필요”

승인 2026-07-15 06:00:05
Google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관심 있는 쿠키뉴스 기사를 Google 검색에서 더 쉽게 만나보세요.
“진단명 바꾸면 됩니다”…도수치료 막자 편법 진료 등장

좋은 뉴스는 독자의 균형있는 읽기로 완성됩니다.

뉴스 성분표(KuKi Literacy)

뉴스 성분표(KUKI Literacy)란?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데서 멈추지 않고,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쿠키뉴스의 리터러시 장치입니다.

하나의 기사로 사안을 단정하기보다, 핵심과 취재 방식, 함께 봐야 할 쟁점을 살피며 읽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좋은 뉴스는 잘 쓰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균형 있게 읽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닫기 ✕
심층기사 읽기 정보
분량 약 6분
취재방법 현장취재, 당사자 인터뷰, 전문가 인터뷰, 법·제도 분석
주제 도수치료 규제 이후 현장에서는 변화가 이어지는 동시에 우회 진료 등 제도의 허점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주의사항 제도 시행 초기라 실제 효과와 우회 진료 확산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관전포인트 도수치료 규제와 다른 비급여로의 이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중심으로 읽어보세요

이 사안과 관련한 다양한 기사는 쿠키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손보험 누수를 막기 위해 정부가 도수치료를 관리급여로 전환한 지 2주. 병원에서는 당일 도수치료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환자도 줄어드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다른 비급여 치료를 앞세우거나 실제 질환과 다른 진단명을 적용해 새 기준을 우회하는 방법을 안내한 사례가 확인됐다. 제도 시행 초기부터 허점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비급여만 규제해서는 다른 치료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막기 어렵다며 실손보험 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일 도수치료는 못 받습니다”

최근 도수치료를 주로 해온 한 의원을 찾아가 기자가 직접 들은 대답이다. 이는 지난 1일부터 관련 제도 변경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과잉진료가 많다고 판단한 도수치료를 관리급여 대상으로 바꿨다. 관리급여란 비급여를 그대로 두지 않고 건강보험 기준 안에서 관리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예전처럼 병원이 마음대로 도수치료를 시행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제는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고 바로 도수치료를 받을 수 없다. 먼저 2주 동안 물리치료를 4회 이상 받아야 한다. 그래도 통증이 남고 의사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야 도수치료를 받을 수 있다. 기자가 다른 정형외과 여러 곳에 확인한 결과도 같았다. 모두 물리치료 같은 기본 치료를 먼저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증상이 계속될 때만 도수치료를 처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수술 후 관절 운동 범위가 제한된 환자나 소아 사경 등 조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가 적용된다. 이 경우에는 다른 치료를 먼저 받지 않아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바로 도수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이같이 정부가 도수치료의 문턱을 높인 이유는 도수치료가 실손보험금 증가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돼서다. 병원마다 가격 차이가 컸고 실손보험 청구도 쉬워 필요 이상으로 치료가 이뤄졌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실제 규모도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한 도수치료 등 비중증 치료에 지급된 실손보험금은 2조7000억원이었다. 암·뇌혈관질환·심혈관질환 등 중증질환 보험금(2조6000억원)보다 오히려 많았다. 도수치료는 비급여 진료 가운데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의과 비급여 진료비 중 도수치료는 1213억원으로 전체의 11.0%였다.

정부는 일부 가입자의 과도한 의료 이용이 결국 모든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실제 실손보험 가입자의 65%는 보험금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반면 보험금을 가장 많이 받은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약 74%를 가져갔다. 소수 가입자에게 보험금 지급이 집중될수록 손해율이 높아지고, 이는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같은 실손보험 재정 누수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지난 1일부터 도수치료를 관리급여 대상으로 전환해 이용 기준을 강화했다.

다만 이번 기준은 실손보험으로 도수치료를 받을 때만 적용된다. 실손보험을 청구하지 않는다면 지금도 당일 도수치료를 받을 수 있다. 병원이 정한 비용만 내면 된다. 기자가 방문한 의원은 30분 기준 8만원을 안내했다.

병원에서는 제도 시행 이후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7월 이후 환자가 많이 줄었느냐”는 질문에 한 물리치료사는 “예전보다 확실히 줄었다”고 답했다. 이어 “처음 오는 환자는 물리치료를 네 번 받아야 하니 예약만 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며 “진입장벽이 높아진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환자 부담도 늘었다. 도수치료를 받으려면 먼저 물리치료를 네 차례 받아야 한다. 물리치료 비용은 1회 약 1만원으로, 네 번이면 4만원가량이 든다. 다만 이 비용을 실손보험으로 돌려받기는 쉽지 않았다. 실손보험은 여러 차례 받은 진료비를 합산하지 않고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따로 계산한다. 기자가 낸 물리치료비는 1회 8500원으로 자기부담금 1만원보다 적어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쿠키뉴스 자료사진

다른 비급여로 둔갑한 도수치료…우회 청구까지

취재 과정에서는 새로운 우회 진료도 확인됐다. 기자가 3년 전 다친 발목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면서 오늘 바로 도수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묻자 한 의사는 “편법이긴 하지만 다른 비급여 치료를 하면서 도수치료를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첫날에는 크라이오 치료로 접수한 뒤 도수치료를 함께 하거나 척추에 근막통증 증후군이 있어서 체외 충격파를 받고 도수 치료를 병행하면 된다”며 “원하면 그렇게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방식이라면 실손보험 청구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하면 서류에는 크라이오 치료만 기재하고 실제 치료 과정에서는 도수치료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치료비는 7~8만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안내했다.

일부에서는 아예 진단명을 바꿔 관리급여 기준을 우회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보험설계사는 “고객 자녀가 사경 진단으로 도수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병원에서는 더 이상 도수치료는 안한다고 하면서 다른 질병코드(I620)로 진단해주면 횟수 제한 없이 도수치료를 해주겠다고 한다”며 “이런 경우는 처음 들어 봐서 문제가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I620은 비외상성 경막하출혈을 뜻하는 질병코드다. 이는 뇌출혈 계통 질환에 사용하는 코드로 사경과는 전혀 관계없는 질환이다. 실제 진단과 다른 코드를 사용했다면 적절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이런 우회 진료가 거론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가격 변화다. 이번 관리급여 시행으로 도수치료 가격은 1회 4만3850원으로 정해졌다. 기존 평균인 10만~11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수가가 크게 낮아지면서 아예 도수치료를 중단하는 병원도 하나둘 늘고 있다. 기자가 찾은 다른 한 병원은 도수치료를 이제 하지 않는다며 25만원짜리 신장분사치료를 권유했다. 그 병원 관계자는 “물리치료사 인센티브 등을 고려하면 4만3000원으로는 도수치료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수치료 관련 청원 캡처.
도수치료 관련 청원 캡처.
우회 진료 조짐에 심평원 점검…전문가 “근본 개편 필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우선 운영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현재 도수치료 관리시스템을 통해 요양기관에서 실시간으로 입력하는 자료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몇 개 의료기관에서 몇 건의 도수치료가 시행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선효과에 대해서는 “풍선효과는 단순히 특정 비급여 치료로 환자가 몰리는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급여나 다른 비급여 치료로 수요가 옮겨가는 경우까지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 2주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우선 결과를 지켜본 뒤 풍선효과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기준 강화나 수가 조정, 관리급여 대상 항목 확대 등의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보험사만 이득 보는 것 아니냐”, “왜 국가가 치료에까지 개입하냐”는 비판이 이어지는 반면, 일각에서는 “실손보험 도입 이후 병원들이 도수치료 가격을 지나치게 올렸던 만큼 이제라도 과잉진료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맞서고 있다.

이경재 전주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도수치료 관리급여는 실손보험 재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면서도 “특정 비급여만 막으면 다른 비급여로 환자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실손보험 전체 구조를 함께 손보는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며 “환자가 필요한 치료는 받을 수 있으면서 보험 재정도 지속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 프로필 사진
김미현 기자
안녕하세요. 김미현 기자입니다.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쿠키오리지널

전체보기

쿠키피드

전체보기

슥- 넘겨 보는 세상 이야기, 기자의 솔직한 코멘터리까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