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7일 (5)
아픈 아이 곁 지키다 무너지는 가족들 [아픈 아이들의 교실④]

아픈 아이 곁 지키다 무너지는 가족들 [아픈 아이들의 교실④]

승인 2026-07-16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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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 곁 지키다 무너지는 가족들 [아픈 아이들의 교실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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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사 읽기 정보
분량 약 6분
취재방법 현장취재, 당사자 인터뷰, 전문가 인터뷰
주제 아픈 아이를 돌보는 가족의 간병·생계·교육 부담이 함께 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주의사항 가족의 부담 양상은 치료 단계와 가정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하세요.
관전포인트 치료비 지원과 가족 지원의 간극이 실제 돌봄과 회복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중심으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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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8일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 소아병동에서 병원학교 수업이 진행되던 중 한 학생이 보호자와 함께 교실을 나서고 있다. 임은재 기자
5월28일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 소아병동에서 병원학교 수업이 진행되던 중 한 학생이 보호자와 함께 교실을 나서고 있다. 임은재 기자
횡문근육종 환아 오아영(10·가명)양이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하면 오양의 어머니 박서연(49·경기·가명)씨의 하루도 병원 시간표에 맞춰 움직인다. 오양이 항암치료를 받은 날은 두 시간마다 소변을 봐야 한다. 박씨는 잠든 아이를 깨워 화장실에 데려가고 다시 재운다. 그렇게 어머니는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뜬눈으로 아이 곁을 지킨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몸은 지치고 마음은 깎여나간다. 남편이 대신 아이를 돌보고 싶어도 사춘기 딸아이는 아빠와 화장실에 가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한다. 투병 이후 어머니와 떨어지는 데 대한 불안도 커졌다. 처음에는 아픈 아이 곁을 당연히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피로가 쌓이면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된다. 박씨는 그 순간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소아암과 같은 중증질환의 고통은 아이에게만 찾아오지 않는다. 치료 일정과 학습 관리, 간병과 생계, 형제자매 돌봄까지 가족 전체의 일상을 뒤흔든다. 아이의 치료가 길어질수록 가족의 부담도 커지지만, 현재의 지원체계는 여전히 환아 개인의 치료와 비용 지원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든 게 보호자의 몫

오양이 학교에 다닐 때는 하루 일정이 정해져 있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예측할 수 있었고, 일정에 따라 공부 계획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암 진단 이후 모든 게 불확실해졌다. 검사와 치료 일정마저 아이의 몸 상태에 따라 수시로 바뀌었다.

초등학교 10살은 저학년을 지나 교과 내용과 학습 방식이 조정되는 시기다. 병원학교와 원격수업으로 학업 단절을 막고 있지만, 학교 정규 수업과 비교해 한계가 있다. 학습 자료를 찾고 계획을 짜는 일도 모두 어머니의 몫이었다. 동시에 항암치료 일정과 사용 약제, 예상되는 부작용도 숙지해야 했다. 아이에게 암이 생겼다는 사실조차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치료와 생활, 학습까지 관리해야 했다.

박씨는 혼자 감정을 삼키기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거나 일기를 쓰며 버티고 있다. 그러나 아이가 치료 부작용으로 밤새 울고 아파하는 날이면 보호자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한 번은 앞선 치료에서 별다른 부작용이 없었는데 다음 치료에서 심한 부작용을 겪었다. 아이는 밤새 통증을 호소하며 울었고 잠도 자지 못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어머니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병원 사회복지사가 상담을 권하기도 하지만 실제 상담받기는 쉽지 않다. 아이가 어머니와 떨어지는 것을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원래도 엄마를 많이 찾는 아이였는데 아프고 나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며 “상담받고 싶어도 아이 곁을 떠날 시간이 없다. 지금도 사회복지사들이 아영이와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고 있어서 잠깐 인터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5월28일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 소아병동에서 병원학교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임은재 기자
5월28일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 소아병동에서 병원학교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임은재 기자
치료받기 위해 거주지를 떠나야 하는 가족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발생한다. 소아암 진단을 받은 뒤 지역에 남아 치료하는 가족도 있지만, 상당수는 수도권의 대형병원을 찾는다. 수도권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아이는 원래 다니던 학교에 가기 어려워진다. 초기 고강도 치료가 끝나고 상태가 안정되면 지역 거점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수도권 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한 부모들이 다시 지역 병원으로 옮기기를 꺼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개 어머니가 환아와 함께 병원에 머물고 아버지는 생계를 책임진다. 치료가 2~3년 이어지면 가족은 장기간 떨어져 살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집에 남은 다른 자녀를 돌볼 사람이 사라진다. 환아의 형제자매가 겪는 충격과 불안, 트라우마도 적지 않다. 부모 한 명이 일을 중단하면 가계소득도 줄어든다.

박미림 국립암센터 소아청소년암센터장은 소아암 치료에서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지원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소아암은 성인암보다 고강도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입원 치료 중에는 부모 가운데 한 명이 반드시 아이 곁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은 “소아암 치료 지원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위장이혼을 고민하거나 실제로 그런 선택을 한 가정도 있었다”며 “아이가 소아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환아 개인뿐 아니라 가족 전체를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비 지원 늘었지만…고가 약제 부담 여전

소아암 치료비 지원은 과거보다 크게 개선됐다. 국내에서 소아암 환자를 본격적으로 치료하기 시작한 시기는 미국에서 소아암 분야를 공부한 의사들이 돌아오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이다. 1980년대 초반까지는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고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는 일도 있었다. 소아암 치료에 대한 인식과 지원은 한없이 부족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환자단체 지원과 어린이 환자를 돕기 위한 전국적인 모금이 활성화됐다. 현재는 저소득층 소아암 환자가 일정한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제도권 지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고가 약제가 적지 않다. 항바이러스제와 항진균제, 조혈모세포이식 이후 이식편대숙주반응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약제가 대표적이다. 이런 경우 병원 의료사회복지팀이 소아암 관련 협회나 백혈병어린이재단 등 민간 지원단체와 환자를 연결한다.

박현진 국립암센터 소아청소년암센터 교수가 5월28일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 소아병동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은재 기자
박현진 국립암센터 소아청소년암센터 교수가 5월28일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 소아병동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은재 기자
박현진 국립암센터 소아청소년암센터 교수는 “치료비가 1억원을 넘어가면 웬만한 가정에선 감당하기 어렵다”며 “의료진은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를 제공하고 싶지만, 필요한 약제를 모두 사용하려면 비용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최근 그가 치료한 한 환아는 이식 후 간정맥폐쇄증후군과 이식편대숙주반응이 심하게 발생했고, 치료 초기에는 출혈까지 겪었다. 위중한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많은 약제와 처치가 필요했다. 다행히 여러 기관과 지원단체의 도움으로 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고 현재는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 치료비 지원이 한 아이의 생존 가능성을 바꾸는 사례다.

소아암 환자가 새로운 치료에 접근할 기회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약은 일반적으로 성인 환자에게 먼저 적용되고, 소아 환자에게는 안전성 등을 이유로 나중에 적용된다. 박 센터장은 신약의 안전성을 신중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적용을 늦추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치료를 받을 기회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지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박 센터장은 “신약을 임상시험 할 때 소아 환자도 가능한 한 조기에 포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임상시험이 성인 환자에게만 집중되지 않고 다양한 연령층을 포괄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소아암 치료 성과가 높아지면서 아픈 아이들이 살아가는 시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장기 입원과 반복되는 치료를 견디는 동안 아이들의 배움은 멈추고, 학교와 친구들에게서 멀어진다. 병원학교와 원격수업이 교육의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충분한 학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치료를 마친 뒤 원래 학교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온전한 지원도 없다. 아프다는 이유로 아이가 배움과 미래에서 멀어져서는 안 된다. 아픈 아이들의 투병이 진정한 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8편에 걸쳐 묻는다. [편집자주]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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