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2일 (3)
‘ETF 아버지’도 등 돌린 단일종목 레버리지…배재규 대표 “투자 멈춰야”

‘ETF 아버지’도 등 돌린 단일종목 레버리지…배재규 대표 “투자 멈춰야”

“변동성 커질수록 복리효과로 손실 누적”
게시글 삭제했지만 업계 파장…자사 상품도 포함

승인 2026-07-21 08: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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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지난해 말 ACE ETF 리브랜딩 3주년 기념 투자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성영 기자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지난해 말 ACE ETF 리브랜딩 3주년 기념 투자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성영 기자
“비난을 하겠지만 지금이라도 투자를 멈추길 바란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개척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대해 공개적으로 투자 자제를 당부했다. 해당 상품을 직접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대표가 투자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배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별종목 레버리지 인버스 2배 상품 성과 분석’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가 이후 삭제했다.

배 대표는 “개별종목 레버리지를 운용하는 운용사 대표로서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하다”며 “결론은 개별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2배 ETF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구조적 한계를 이유로 들었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하루 단위 수익률을 기준으로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매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복리 효과로 인해 투자 성과가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 대표는 “시간이 흘러 원주(기초자산)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해당 상품 가격은 제자리로 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원주의 변동성이 지금처럼 크면 매일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구도 변동성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제 운용 성과도 함께 제시했다. 지난 5월 27일부터 7월 16일까지 SK하이닉스 주가는 224만3000원에서 184만2000원으로 17.9% 하락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47.5% 급락했다. 단순히 기초자산 하락률의 2배를 적용하면 약 35.8% 손실이 예상되지만 실제 낙폭은 이보다 11.7%포인트 더 컸다.

인버스 상품도 기대했던 수익률과 차이를 보였다. SK하이닉스 하락률을 기준으로 하면 약 35.8% 수익이 예상되지만 실제 성과는 31.1% 손실을 기록했다.

배 대표는 “개별 종목은 지수보다 변동성이 훨씬 크다”며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장에서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장기 보유할수록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배 대표의 발언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현재 ‘ACE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직접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 상품에 대해서까지 투자 자제를 공개적으로 권고한 셈이다.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도 제도 개선에 나선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리고 최소 거래단위를 20좌로 확대하는 등 투자 문턱을 높이는 보완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배 대표의 공개 발언은 제도 개선을 넘어 상품 자체의 구조적 위험성에 대해 업계 내부에서도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 대표가 자사 상품을 운용하는 입장에서도 이런 글을 올렸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결단”이라며 “투자자들도 상품 구조와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환율 안정과 투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상품 출시를 허용했지만, 최근에는 변동성 논란이 커지면서 운용업계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도 사실”이라며 “배 대표의 발언에는 이런 고민도 일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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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영 기자
자본시장을 들여다보는게 재미있습니다. 이 재미를 함께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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