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6일 (0)
“출근도 못 하고 머리는 지끈”…주민 일상 앗아간 쿠팡 화재

“출근도 못 하고 머리는 지끈”…주민 일상 앗아간 쿠팡 화재

60시간째 불길 안 잡혀… 소방 장비 231대·인력 812명 투입 총력전
대피소 2곳 모두 ‘포화 상태’… 매캐한 연기·재투성이에 주민 고통 호소

승인 2026-07-20 18: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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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전 6시54분쯤 발생한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건물이 검게 그을려 있다. 유정민 기자
지난 18일 오전 6시54분쯤 발생한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건물이 검게 그을려 있다. 유정민 기자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60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인근 주민들이 사흘째 매캐한 연기 속에 고통을 호소 중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0일 오후 4시30분 기준 고가사다리차와 굴절차, 소방헬기 등 장비 231대와 인력 812명이 화재 현장에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6시54분쯤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 6층에서 발생한 불이 사흘째 잡히지 않고 있다. 현재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와 국가소방동원령을 유지하고 있다.

20일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유정민 기자
20일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유정민 기자
이날 인천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검은 연기가 계속 나왔다. 오후 12시40분쯤에는 건물 외벽 밖으로 불길이 치솟기도 했다. 거리에는 매캐한 연기와 탄 냄새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많았다. 온종일 내린 비에도 매캐한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화재 현장 인근 도로 통제로 인해 출근길 혼잡도 극에 달했다. 직장인 기하늘(24·여)씨는 “잠시 후 도착한다던 버스가 7분 넘게 오지 않아 결국 마스크를 쓰고 석남역까지 20분을 걸어갔다”며 “역에 도착해서 보니 아까 기다리던 버스가 도로에 갇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씨는 “집이 화재 현장 바로 앞 아파트라 불안한 마음에 어머니는 오늘 연차를 쓰고 집을 지키고 계신다”고 덧붙였다.

인근 상권도 멈춰 섰다. 물류센터 인근에서 정비공장을 운영하는 김모(58·남)씨는 19일 서해구청으로부터 붕괴 위험에 따른 대피령과 출근 중단을 안내받았다. 김씨는 “구청에서 출근을 자제해 달라고 전화가 왔는데 정확한 기한은 못 들었다”며 “혹시나 불씨가 공장 쪽으로 날아오지 않을까 걱정이 돼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인근에 SK인천석유화학과 LPG충전소까지 있는데 주변으로 불이 번지지 않고 하루빨리 불이 꺼져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화재로 인해 이날 신석초등학교와 인근 어린이집 14곳은 휴교 및 휴원을 결정하기도 했다. 서해구청은 19일 화재 현장 인근 어린이집 31곳과 초등학교에 휴원 및 휴교를 권고한 바 있다.

인근 지역 통장으로 활동 중인 문상수(45·남)씨는 “주민센터의 연락을 받고 혼자 사는 어르신들께 마스크를 나눠드렸다”며 “매캐한 연기 탓에 어르신들의 건강이 많이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이천 쿠팡 물류센터도 화재 진압까지 6일이 걸렸다던데 이곳도 오래 걸릴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20일 인천 서해구 신현초등학교에 쿠팡 물류센터 화재 피해 주민들을 위한 대피소 텐트가 설치되어 있다. 유정민 기자
20일 인천 서해구 신현초등학교에 쿠팡 물류센터 화재 피해 주민들을 위한 대피소 텐트가 설치되어 있다. 유정민 기자
검은 연기와 재가 가시지 않으면서 대피소를 찾는 주민들도 늘어났다. 대피소는 지난 18일 오후부터 운영된 신현초등학교에 이어 19일 오후 신현북초등학교에도 설치됐다. 두 대피소 모두 만석이다. 신현초 대피소에는 46세대 75명, 신현북초 대피소에는 37세대 85명이 머물고 있다.

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에는 대한적십자사 텐트가 빽빽이 펼쳐 있었다. 구호 물품과 식품들도 구비돼 있었다. 초등학교 특성상 별도 샤워 시설이 없어 주민들은 화장실에서 세면을 해결하거나 잠시 집에 다녀오는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서해구청 관계자는 “1인 가구도 많이 오시는데 대피소 텐트가 한정돼 있어 양해를 구하고 동성에 한해 합석을 안내하고 있다”며 “주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신현여자중학교에도 대피소 추가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0일 인천 서해구 신현초등학교 대피소에 구호물품들이 마련돼 있다. 유정민 기자
20일 인천 서해구 신현초등학교 대피소에 구호물품들이 마련돼 있다. 유정민 기자
대피소에서 만난 시민들은 집 안까지 들어온 연기와 재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현초 대피소 운영 첫날부터 머물고 있다는 모명옥(64·여)씨는 “인근 아파트 고층에 사는데 집안에 재가 가득하고 닦아도 검은 먼지가 계속 나온다”며 “집에서 화재 현장이 고스란히 다 보이다 보니 지인들이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해서 대피소로 왔다”고 말했다.

모씨는 “집안 공기가 너무 안 좋아서 공기청정기를 지금도 틀어 놓고 나왔다”며 “공기청정기 표시등이 ‘매우 나쁨’을 뜻하는 빨간색이라 화재 진압되면 필터부터 갈아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다리가 아파 대피소로도 오지 못하는 옆집 노부부 등을 위해 구청에서 집 안 청소 인력을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도 했다.

신현북초 대피소에서 만난 김모(86·여)씨는 “토요일부터 매캐한 공기를 참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오늘 이곳에 왔다”며 “혈압약을 먹었는데도 혈압이 160까지 오르고 두통이 심해 타이레놀을 먹었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자식들이 걱정할까 봐 말은 못 했다”며 “매운 연기 때문인지 자꾸 눈물이 나고 어지럽다”고 했다.

유정민 기자 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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