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7일 (1)
“내 개인정보 값이 30일 정기권?”…따릉이 유출 보상안에 ‘불만’ 잇따라

“내 개인정보 값이 30일 정기권?”…따릉이 유출 보상안에 ‘불만’ 잇따라

서울시설공단, 피해 회원에 5000원 상당 정기권 일괄 지급
비이용자·서울 밖 거주자 반발…“보상 방식 선택권 줘야”

승인 2026-07-25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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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심하연 기자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심하연 기자
“기사보다 안내 문자가 늦으면 어떡하느냐. 더워 죽겠는데 무슨 따릉이 이용권을 보상으로 주나”

직장인 최모(31)씨는 24일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운영하는 서울시설공단(공단)으로부터 개인정보 유출 안내 문자를 받았다. 공단이 피해 사실과 보상 방안을 발표한 지 사흘 만이다. 최씨는 “따릉이를 이제는 잘 타지도 않는다”며 “오랫동안 이용하지 않아 아이디와 비밀번호도 잊고 있었다”고 말했다.

공단이 따릉이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보상안을 내놨지만, 보상 규모와 유출 사고 안내 절차 등을 두고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공단은 지난 21일 개인정보가 유출된 회원 462만명에게 따릉이 30일 정기권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 중 따릉이 앱을 통해 지급될 예정이다. 공단은 같은 날부터 유출 대상자에게 개별 문자와 홈페이지를 통해 유출 사실과 개인정보 항목, 피해 예방 수칙 등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공단에서 제시한 보상안은 1시간 이용권을 30일간 사용할 수 있는 5000원 상당의 상품이다. 피해 규모에 비해 보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따릉이를 이용하지 않거나 서울을 떠난 피해자에게도 이용권을 일괄 지급하는 것이 실질적인 보상이 될 수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SNS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이용자들은 “개인정보를 유출해 놓고 보상이 따릉이 이용권이냐”, “서울 사람이 아닌데 이용권을 주면 어쩌라는 것이냐”, “내 개인정보 가치가 따릉이 30일치냐” 등 반응을 보였다.

23일 ‘따릉이’ 앱 첫 화면에 노출된 자전거 이용 안전수칙 공지. 따릉이 앱 캡처
23일 ‘따릉이’ 앱 첫 화면에 노출된 자전거 이용 안전수칙 공지. 따릉이 앱 캡처
유출 사고 안내 방식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따릉이 앱 첫 화면 등에 공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21일 언론 보도 후 따릉이 앱에 들어갔지만 첫 화면에서 여름철 자전거 안전수칙과 이용 안전수칙 공지만 확인했다”며 “문자를 순차적으로 보내더라도 앱에서 먼저 관련 공지를 확인할 수 있게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지난 2월 따릉이 회원 462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확인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10대 2명이 지난 2024년 6월 따릉이 서버를 해킹해 개인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서울시는 공단이 유출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관계자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유출 경위와 공단 대응 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공단은 제기된 민원과 개인정보 유출 안내와 관련해 후속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5000원 상당의 30일 정기권 지급은 서울시와 협의해 결정한 사항”이라며 “제기된 민원 등에 대해서는 다음달 14일 쿠폰 지급 시기와 사용 방법을 안내할 때 FAQ 형식으로 추가 설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앱 첫 화면에 개인정보 유출 관련 공지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서울시 요청에 따라 안전수칙 안내를 계속 띄우고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 안내와 번갈아 노출할 수 있는지 내부적으로 검토해 가능하다면 조치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 보상 체계와 사고 대응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번 보상안에 대해 “개인정보 유출 피해에 대한 보상치고는 상당히 부족하다”며 “실질적으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지금 한달치 이용보다는 1년치 무료 이용을 주는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따릉이를 이용하지 않거나 서울 밖에 거주하는 피해자에게는 이용권 효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황 교수는 과태료나 과징금이 피해자에게 직접 돌아가지 않는 현행 제도 한계도 꼬집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제재를 결정할 때 피해자 배상도 함께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기관은 개인정보를 더 엄격하게 취급해야 한다”며 “사고 발생 시에는 홈페이지 팝업 등을 통해 피해자가 유출 여부를 신속히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보상액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 선택권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 피해에 대한 보상은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피해를 유발한 쪽이 일방적으로 보상 방식을 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을 알기 어렵다면 적어도 여러 선택지를 제시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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