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씨가 23일 국회에서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반대하며 한 말이다. 강력범죄 피해자들은 경찰 수사의 오류나 미흡한 판단을 다시 살필 절차를 없애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도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은 뒤 당 지도부의 폐지 방침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범죄 피해자가 바라보는 바람직한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홍기원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 13명이 공동 주최자로 참여했다.
김씨는 자신의 사건이 경찰 수사 단계에서 단순 상해로 처리됐지만, 검찰의 보완수사와 추가 감식을 거쳐 강간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실수를 보완할 기회가 있는데도 활용하지 않는 것과 그 기회 자체를 없애는 것은 다르다”며 “나처럼 상해로 접수된 사건은 결국 상해 사건으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억울하면 공론화하면 된다고 말하는 의원도 있지만, 직접 공론화해본 피해자로서 말하면 공론화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없애는 개혁이 아니라 보완하는 개정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보완수사권 폐지의 영향이 취약한 피해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증언도 나왔다.
스토킹·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인 곽아람 조선일보 기자는 “저는 대형 언론사 기자이고 인맥도 있다”면서도 “시스템이 망가지면 아무리 개인이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더라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곽 기자는 2021년부터 가해자를 일곱 차례 고소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다시 검토해 기소했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자신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순경 한 명의 판단으로 자신의 인생이 결정되는 사회를 정말 원하는지 묻고 싶다”며 “보완수사권은 검찰이나 의원들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9년 ‘황산 테러 사건’ 피해자 박선영씨는 보완수사권을 “국가의 첫 번째 판단에 오류가 있을 때 다른 국가기관이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국민에게 남겨둔 안전장치”라고 규정했다.
박씨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추진한다면 그보다 먼저 지금보다 강력한 진실 규명 체계와 피해자 보호 체계를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집단 성폭력 사건 피해자 정연수씨도 경찰 조사 과정에서 2차 가해성 발언을 듣고 수사관 기피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사건은 경찰에서 불송치됐다가 검찰의 재수사 요청을 거쳐 유죄판결로 이어졌다.
정씨는 “부실한 수사가 이뤄졌을 때 피해자가 혼자 싸우지 않아도 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 김창민 영화감독의 유가족 김상철씨도 경찰 초동수사의 부실을 지적하며 “보완수사권이 없었다면 사건은 아예 묻혔을 것”이라고 했다.

보완수사권을 일부 남기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홍 의원은 “어제 한병도 원내대표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발언으로 이 자리에 함께한 여러분의 실망이 크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당 지도부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에게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더라도 경찰 수사에 의문이 제기되거나 피해자가 원할 경우 검사가 수사 과정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검사에게 직접 보완수사권을 남기지는 않되, 경찰 수사를 점검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견제 장치는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홍 의원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은 뒤 “듣는 내내 솔직히 부끄러웠다”며 “당이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일 때문에 많은 사건 피해자가 국가폭력이라고 느낄 정도로 현실이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논의 결과를 당 지도부와 법사위, 동료 의원들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곽상언 의원도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전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를 언급한 것을 겨냥해 “제도를 만드는 일은 개인적인 원한을 푸는 일이 아니라 그 제도를 통해 많은 국민이 보호받도록 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 직무대행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당내 이견이 없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보완수사권 처리 방식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당 지도부는 같은 날 보완수사권 폐지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한 직무대행은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제 치열했던 토론과 숙의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왔다”며 “오는 10월2일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와 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개혁 완성은 이재명 대통령이 늘 강조한 지향점이자 국민주권 정부의 확고한 국정과제”라며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 원칙에서 후퇴하거나 흔들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24일 의원총회를 열고 보완수사권 폐지 방침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