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3일 (4)
<칼럼>‘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다’…우성빈 기장군수의 전수조사 선언을 보며

<칼럼>‘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다’…우성빈 기장군수의 전수조사 선언을 보며

— 기장군 부정부패 의심 사업 전수조사가 던지는 지방행정의 경고음

승인 2026-07-21 12:40:34 수정 2026-07-21 13: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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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수가 취임 21일 만에 칼을 뽑았다. 우성빈 군수는 전임 군수 시절 추진된 사업 가운데 부정부패가 의심되는 것을 전수조사하겠다고 선언했다. 군수 직속 TF를 세웠다. 필요하면 사법기관에 판단을 의뢰하겠다고 했다. 지목된 사업은 두 개다. 장안읍 명례리 ‘치유의 숲’과 일광읍 화전리 도로개설 사업이다. 군민이 아닌 특정인에게 이익을 몰아준 정황이라는 게 우 군수의 주장이다.

우성빈 기장군수가 21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구형모 기자
우성빈 기장군수가 21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구형모 기자
숫자부터 비상식적이다. 치유의 숲엔 80여억 원의 혈세가 묻혔다. 송전탑이 지나는 숲 양옆으로 700m짜리 진출입로를 45억9천만원에 깔았다. 이용객도 없는데 7억4천만 원짜리 화장실·주차장·관리시설을 또 짓고 있다. 화전리 도로는 더하다. 40여 가구의 농기구 수리를 명분 삼아 14호 국도까지 도로를 늘렸다. 도랑 복개면 될 일을 굳이 연장 설계했다. 특정 토지를 도로가 감싸도록 만들었다는 게 우 군수의 설명이다.

‘고인 물은 썩고,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과 행정의 생리를 이토록 명확하게 꿰뚫는 경구는 없다. 견제와 감시의 눈길이 미치지 못하는 그늘진 곳, 또는 갱신되지 않은 채 특정 세력의 전유물처럼 굳어진 권력의 공간에서는 어김없이 비리와 특혜라는 독버섯이 피어난다. 물이 흐르지 않고 한곳에 고이면 부패한다. 군정도 다르지 않다. 감시가 끊기고 권력이 특정인에게 고이면 혈세는 썩어간다. 우 군수가 말한 ‘토호세력 유착’이란 바로 이런 고임이다. 오래된 인맥, 오래된 사업, 오래된 이해관계가 한 웅덩이에 가라앉아 있다. 그 물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취임 직후부터 사업을 하나둘 재검토해 왔지만, 소극적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전수조사는 시작일 뿐이다. 진짜 시험은 그 다음이다.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을 묻고, 구조를 고쳐야 물이 다시 흐른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고인물이 생긴다. 기장군의 사정이 기장군만의 문제일 리 없다. 전국 어디든 흐름이 막힌 웅덩이는 있다. 문제는 그 물을 언제, 누가 퍼내느냐다. 썩기 전에 흐르게 하는 것이 국민이 뽑아준 자치단체장의 첫째 몫이다.

구형모 기자 hmnine@kukinews.com
구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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