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2일 (3)
응급환자 ‘골든타임’을 지키려면?…응급실 1,000만명시대

응급환자 ‘골든타임’을 지키려면?…응급실 1,000만명시대

무조건 대학병원?..중소병원 응급실이 현명한 선택일수도
119구급차 탑승 시: 이송 병원 결정, 구급대원에 맡겨야
증상 따라 병원 규모 이원화해야, 위험한 ‘VIP 증후군’ 경계

승인 2026-07-20 10: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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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이 아픈 환자들이 최우선 가야하는 만병통치약일까?

​가족이 갑자기 의식을 잃거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할 때, 대부분의 보호자는 당황한 나머지 ‘무조건 크고 유명한 대학병원’부터 찾는다. 심지어 “가족이 근무하는 병원으로 가야 안심이 된다”며 멀리 있는 병원으로 이송을 고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응급의학 전문가들은 극도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비합리적인 선택이 오히려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응급의료 체계가 개편되고 응급실 과밀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지금, 환자의 생명줄인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올바른 응급실 선택 기준과 관련 이용 통계를 살펴보자.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등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응급실 내원 환자 수는 약 1000만 명 안팎이다. 이는 국민 5명 중 1명꼴로 매년 한 번 이상 응급실을 찾는다는 의미다.
자료 부산 온병원 제공
자료 부산 온병원 제공

응급실 이용은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계절별·월별로 분석해 보면 연중 응급실이 가장 붐비는 시기는 단연 8월과 9월이다.

무더위로 인한 온열질환자 급증, 휴가철 야외활동 증가에 따른 사고 환자 발생, 그리고 대개 이 시기에 겹치는 추석 연휴가 주된 원인이다.

실제로 명절 연휴 기간 응급실 내원 환자는 평상시 평일의 최대 2배 가까이 급증하기도 한다.

급격한 기온 저하로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계 질환과 낙상 환자가 집중되는 겨울철(12월) 역시 연중 응급실 내원 비율이 매우 높다.

반면 날씨가 풀리는 봄철인 3월과 4월은 연중 응급실 환자가 가장 적은 편이다. 환자가 가장 몰리는 8∼9월과 12월에는 대형병원 응급실의 과밀화가 매우 심해지기 때문에, 중증이 아니라면 병원 규모를 신중히 이원화하여 선택해야만 불필요한 대기를 줄일 수 있다.

​의식 저하, 호흡곤란, 마비, 극심한 흉통 등 생명이 위중한 중증 응급 상황에서는 보호자의 고집을 내려놓는 것이 첫걸음이다.
​간혹 평소 다니던 대학병원이나 지인이 일하는 원거리 병원으로 이송을 요구하는 보호자들이 있으나,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해당 병원의 응급실이 포화 상태이거나 당직 수술 의사가 없을 경우 이송이 거부되어 길 위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119상황실은 실시간으로 인근 응급실의 병상 수와 배후 진료(수술·시술 가능 여부) 상태를 파악해 최적의 병원을 선별하므로, 구급대원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부산 온병원 응급의료센터 신우성 센터장(응급의학전문의)은 “보호자가 직접 차량을 운전해 이동할 때는 환자의 증상에 맞춰 병원의 규모를 냉정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20일 강조했다.
​단순 고열, 장염, 가벼운 화상, 골절 의심, 피부 열상(찢어짐) 등 경증·일반 응급 상황은 대형병원보다 중소 종합병원의 응급실(지역응급의료기관)로 가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

대형 대학병원은 중중 환자 위주로 진료가 돌아가기 때문에 경증 환자는 순위가 밀려 대기 시간만 길어진다. 반면 지역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으면 신속한 수액 처치나 봉합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비용 부담도 대폭 줄어든다.

다만 한쪽 몸 마비나 언어장애 등 뇌졸중 의심 증상,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심근경색 의심 증상 등 중증 응급 상황은 다학제 협진 및 즉각적인 수술이 가능한 대형 대학병원 응급실(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로 가야 한다. 기존에 암 투병 중이거나 정기 투석을 받는 중증 기저질환자 역시 기존 진료 기록이 남아 있는 해당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는 것이 안전하다.

​가까운 응급실을 두고 굳이 ‘평소 잘 아는 원거리 병원’을 고집하는 이면에는 심리적 방어기제가 작용한다. 낯선 의료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지인을 통해 더 빠르고 특별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VIP 증후군(VIP Syndrome)’이라 부르며 강력히 경계한다.

​부산 온병원 응급센터는 “응급환자가 직접 병원으로 이동할 때는 무작정 출발하기에 앞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는 ‘1분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장 간편하고 확실한 방법은 휴대폰으로 119에 전화해 ‘의료상담’을 요청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고열이 나는데 현재 수액 처치가 가능한 가장 가까운 응급실이 어디냐”고 물으면 상황실에서 실시간 병상 정보와 의료진 상황을 확인해 최적의 병원을 안내해 준다.

​가장 슬기로운 응급실 선택은 가장 크고 유명한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 환자의 증상에 맞춰 가장 빠르게 의사를 만날 수 있는 병원 선택에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구형모 기자 hmnine@kukinews.com
구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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