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고 금융소비자의 안전한 금융거래를 보장해야 할 감독당국 수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내놓은 자성의 목소리다.
이 원장은 최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증시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유관기관과 투자자 보호 및 리스크 관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13일 국내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명확한 답을 내놓기 쉽지 않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의 시발점은 지난 1월 청와대가 해외로 빠져나간 서학개미 자금을 국내 시장으로 돌리는 방안을 투자업계와 논의하면서부터다. 고환율과 개인투자자의 해외시장 이탈이 맞물리자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 과정에서 당시 국내 거래가 제한됐던 고위험 레버리지 ETF에 대한 규제 완화 논의가 처음 나왔다. 이후 불과 4개월 만인 지난 5월 상품이 시장에 출시됐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코스피 합산 50%를 넘는 만큼 해당 상품 헤지 물량이 현물·선물시장 변동성을 증폭하는 웩더독(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 현상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또한 레버리지 ETF 특유의 장기 투자할수록 손해 가능성이 커지는 음의 복리 효과 우려까지 제기됐음에도 금융당국은 이를 외면한 것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시장의 우려대로 상승장을 거듭하던 국내 증시를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보다 심한 급등락 시장으로 만드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예년에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할 정도로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시장 불안 심리를 나타내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마저 금융위기 시절 고점인 89.3을 훌쩍 뛰어넘은 97.99까지 치솟기도 했다.
최근 코스피 폭락 과정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해당 상품의 급격한 디레버리징이 코스피의 장중 변동성을 증폭시켰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초자산이 급락하면서 레버리지 ETF의 낙폭은 더 커졌다. 운용사들은 목표 레버리지 배율을 맞추기 위해 기초자산을 추가로 매도했다. 주가 하락이 다시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나타난 것이다.
투자자들의 원성은 커졌지만 금융당국은 최근까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부동산에 치우친 자금을 주식 등 자본시장으로 이동시키겠다는 정책 취지도 무색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당국의 움직임이 달라진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산업 분야 부처 업무보고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때문에 시끄럽다. 보완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 달라”고 주문한 직후였다. 업무보고 생중계를 지켜보던 투자자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금융당국의 대응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보완 대책은 대통령의 주문 다음 날 곧바로 나왔다. 대통령이 직접 문제를 거론하자 그동안 미온적이던 금융당국이 허탈할 만큼 빠르게 움직인 셈이다.
지금이라도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에 나선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왜 이제야 수습하느냐”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당국의 대응은 자율적인 보호 조치에 나선 금융투자업계보다도 뒤처졌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4일 증권사 대표들과 함께 투자자 보호 체계 강화를 위한 기본예탁금 상향 방침을 내놨다.
신뢰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의무다. 감독받는 업계보다 뒤늦게 움직이는 당국의 모습은 본연의 역할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맡은 책무를 되새겨야 한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