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7일 (5)
한화·삼성, 美 해군 ‘혈관’ 설계한다…NGLS 수주로 마스가 본게임 ‘리허설’ 돌입

한화·삼성, 美 해군 ‘혈관’ 설계한다…NGLS 수주로 마스가 본게임 ‘리허설’ 돌입

승인 2026-04-21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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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SCO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한화그룹과 삼성중공업이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개념설계 사업을 나란히 수주하면서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가 가시적인 수주 성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국내 조선사들이 미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에 일부 참여한 적은 있었지만, 미 해군 함정 사업의 ‘설계’ 단계부터 관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순 건조를 넘어 미국 함정 공급망의 심장부에 기술력을 이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디펜스 USA와 한화필리조선소는 선박 설계기업 바드 마린US(Vard Marine US)의 협력사로 참여한다. 삼성중공업 역시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 나스코(NASSCO), 한국 디섹(DSEC)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2027년 3월까지 NGLS 프로젝트의 개념 설계를 지원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은 노후 보급함 13척 이상을 대체하는 미 해군 중장기 프로젝트의 출발점으로, 수조 원 규모의 대형 발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수주의 배경에는 미 해군의 차세대 전력 운용 개념인 ‘분산해양작전(DMO, Distributed Maritime Operations)’이 자리 잡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해군 함대 구조 및 조선 계획(Navy Force Structure and Shipbuilding Plans)’ 보고서에 따르면, DMO는 기존 대형 항공모함 중심의 집중형 전력 구조에서 탈피해 다수의 유·무인 함정을 광범위한 해역에 분산 배치함으로써 적의 공격으로부터 생존성을 높이고 타격 효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분산된 함대에 연료와 탄약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이 맡게 된다. 

미국이 조선업 인력 부족과 건조 지연 등 산업 역량 한계에 직면한 점도 협력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미 해군은 함정 건조 및 MRO 분야에서 한국 등 동맹국 조선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미래 함대 구축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소형·다수 함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미국 입장에서는, 상선 분야에서 검증된 설계 효율성과 자동화 건조 역량을 보유한 한국 조선사와의 협력이 전략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조선업 생태계가 무너진 가운데, 이란 전쟁 장기화시 미 함정 피해와 군수지원 어려움, 함정 피로도 증가 등이 우려된다”면서 “이에 따라 미국의 대 한국 함정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보조역 전락’에 대한 우려도 교차한다. 현재의 협력이 수익성과 기술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비전투 지원함’ 영역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NGLS의 척당 건조 단가는 약 6000억 원 수준으로 구축함 등 전투함의 절반에 불과하며, 무기 체계가 배제된 ‘상선급 함정’의 성격이 짙다. 이에 한국이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기술 셔틀’ 역할에만 그치고, 알맹이인 전투함 시장 진입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별 전략은 뚜렷하게 엇갈린다. 삼성중공업은 그룹 정체성을 고려해 살상 무기가 탑재되는 ‘군함(Warship)’으로의 확대에는 선을 긋고. 삼성은 나스코와 협력해 ‘기술 지원’과 ‘선형 설계’에만 집중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경우 방산 면허가 없어도 참여 가능한 비전투 함정 영역에서 한국 고효율 선형 기술과 자동화 공법을 접목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 인수와 현지 법인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번 설계 참여를 향후 ‘신조(Newbuild)’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작업으로 보고 있다. 한화 측은 한화 특유의 자동화 공법 등을 현지에 이식해 건조 경쟁력까지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필리조선소 출범 이후 거둔 첫 실질적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내 함정 생산 거점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주를 ‘본 게임’에 앞선 시험 단계로 평가한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국내 조선사가 미 함정 사업에 설계 단계부터 관여한 것은 최초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지만,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 단계는 미국이 한국 조선사의 설계 역량과 협업 안정성을 시험해보는 일종의 ‘사전 테스트’ 단계”라고 덧붙였다.

향후 과제도 적지 않다. 시설인증보안(FCL) 취득과 미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완화 등 제도적 장벽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이번 사업이 단순히 미국 조선업 재건을 돕는 기술 이전성 협력에 머물지, 아니면 한국이 설계와 생산, MRO를 아우르는 전략적 파트너로 올라설지는 정부가 얼마나 정교한 제도적 프레임을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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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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