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7일 (5)
“어차피 주말엔 올라온다”…지방 이전설에 금융권 ‘부글’

“어차피 주말엔 올라온다”…지방 이전설에 금융권 ‘부글’

“수요처는 서울, 본점은 지방”… 업무 효율성 저하 우려
“감독기관이 현장 떠나나”...금감원 이전설에도 우려
전문가들 “내실 있는 정착과 산업 생태계 조성이 우선”

승인 2026-04-01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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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요 금융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논의가 재점화하면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정책이 아니라 정치”라며 반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추진을 위해 350여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이전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 수도권 과밀을 완화하고 비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에서다. 부산(산은·수은), 전북·대구(기업은행), 전남(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강원 원주(금감원)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결과를 보면 150여개 기관이 혁신도시 등으로 옮겨갔지만, 인구 분산·지역 성장 효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부 혁신도시 상가 공실률이 40%에 달하는 등, 공공기관이 이전해도 주변 교육·의료·문화·주거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해 인력 유입과 정착이 쉽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금융권은 업무 효율성 저하를 가장 큰 고민거리로 꼽는다. 금융사와 대형 법무·회계법인 등 주요 네트워크가 수도권에 밀집한 상황에서 본점만 지방으로 옮기는 것은 ‘현장성’을 포기하는 결과라는 지적이다. 정책금융의 혜택을 받는 기업 대다수가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도 걸림돌이다. 본점과 수요처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신속한 금융 지원과 현장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핵심 기능과 시장은 여전히 서울에 남겨둔 채 인력 일부만 떼어내 ‘껍데기 이전’을 반복하면 또 다른 실패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리스크는 인력 이탈과 조직 경쟁력 약화다. 앞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추진 당시에도 노조의 거센 반발과 함께 적지 않은 직원이 퇴사하며 몸살을 앓았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선거철마다 반짝 이전 논의가 반복될 때마다 젊은 직원들의 동요가 크다”며 “가족과 삶의 터전을 수도권에 둔 채 평일만 근무하고 주말엔 상경하는 ‘5일제 지방 생활’만 고착화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 금융공공기관 관계자 역시 “정주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이전은 중도 퇴직과 이직을 부추길 뿐”이라며 “산업 생태계와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이전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다. 금융사와 소비자가 집중된 서울을 떠날 경우 현장 밀착형 감독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감독하는 자들이 현장을 떠난다면 우스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금융감독기구에 주어진 역할은 금융회사와 자본시장을 감독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일”이라며 “그 현장이 수도권, 특히 서울에 집중돼 있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내실 있는 정착과 민간 영역과의 조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지역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기관 이전이 지방 세입 증가에는 긍정적이지만 GRDP(지역내총생산) 및 기반고용비율 개선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공공기관이 이전 지역의 경제 주체들과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유기적 관계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수도권의 집적 효과만 분산시켜 거래 비용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남길 수 있다”며 “이전 정책의 성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업 이전 정책과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해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이 지역 내에서 적절한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방 이전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노조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27일 성명서를 통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질적인 표(票)퓰리즘이 또다시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며 “‘장밋빛 환상’으로 국가 금융의 뿌리를 흔드는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주거권과 삶의 기반을 고려하지 않은 강제 이전은 명백한 노동권 침해로,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노동자의 삶을 도구화하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프로필 사진
최은희 기자
은행과 금융당국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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