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여년이 흐른 올해, 다시 1994년을 떠올리게 하는 폭염이 찾아왔다. 더위를 견디는 한국 사회의 모습은 그때와 달라졌다. 한국갤럽과 한국전력공사, 전력거래소, 한국은행,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등의 자료를 토대로 지난 30여년간 변화를 살펴봤다. 다만 사용된 통계는 시기별로 조사 대상과 산정 기준이 일부 달라 수치 자체보다 변화 흐름에 초점을 맞췄다.
에어컨 6%에서 98%…최대전력수요 3.5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에어컨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에어컨 보유율은 1993년 6%에 불과했다. 1996년에도 14%에 그쳐 대부분 가정은 선풍기에 의존해 여름을 났다. 2023년 조사에서는 국내 가구의 98%가 에어컨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컨이 있는 집이 100곳 중 6곳에 불과했던 시절에서 이제는 사실상 모든 가구가 에어컨을 갖춘 시대로 바뀌었다.
1994년 여름철 최대전력수요는 같은 해 7월22일 오후 3시 2만6696MW였다. 올해는 지난 13일 9만2914MW를 기록하며 30여년 만에 약 3.5배로 늘었다. 연간 1인당 전력소비량도 1994년 약 3500~4000kWh에서 2024년 1만735kWh로 약 3배 증가했다.
GDP 7배↑ 물가 2.3배↑…분배 뒷걸음
전력 사용량 증가와 함께 경제 규모도 커졌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994년 약 366조원에서 2024년 2549조원으로 약 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 기준)는 49.76에서 114.18로 약 2.3배 상승했다. 1994년 100만원으로 살 수 있었던 상품과 서비스를 2024년에는 약 230만원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셈이다.
경제 규모는 커지고 물가는 올랐지만 분배 지표는 악화된 모습이다. 1994년 상대적 빈곤율은 약 7.5~8.0%로 추산된다. 외환위기 이전인 당시에는 소득분배가 비교적 평등했던 시기로 분류된다. 반면 2024년 처분가능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15.3%로 두 배 정도 높아졌다.
상대적 빈곤율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인구의 비율이다. 2024년 빈곤선은 연 1966만원으로, 1인 가구 기준 월 약 164만원이다. 전체 인구를 5000만명으로 단순 환산하면 약 765만명이 상대적 빈곤선 이하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높아졌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1994년 지니계수는 0.25 내외였으나 2024년에는 0.325로 집계됐다. 수치상 약 30% 높아졌다.

1994년에는 에너지빈곤이라는 개념이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에너지빈곤 가구는 통상 가처분소득 가운데 전기·가스·등유 등 광열비 지출이 10% 이상인 가구를 말한다.
2024년 발표된 ‘한국의 에너지 빈곤율 추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22년 전체 가구의 에너지빈곤율은 10.5%로 추산됐다. 같은 해 중위소득 45% 이하 저소득 가구의 에너지빈곤율은 58.7%였다. 저소득층 가구 10곳 가운데 6곳이 에너지빈곤 상태라는 의미다.
경실련 오세형 경제정책팀 부장은 “경제 규모가 커지고 에어컨 보급이 늘었지만 폭염을 견디는 여건이 모든 계층에서 함께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쪽방촌이나 좁은 주거환경에 놓인 취약계층은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극화가 심화된 만큼 폭염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배려와 정책적 고민은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태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