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5일 (6)
KFA 회장 선거, 새 얼굴보다 새 제도가 핵심 [취재진담]

KFA 회장 선거, 새 얼굴보다 새 제도가 핵심 [취재진담]

승인 2026-07-23 13:51:18 수정 2026-07-23 14: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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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건 기자
김영건 기자
승부조작 연루 축구인 기습 사면과 졸속 철회, 위르겐 클린스만·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 위반,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을 둘러싼 부적정 행정까지.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은 한국 축구에 큰 상처를 남겼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축구협회 감사에서는 27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드러났고, 정 전 회장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요구됐다. 지난 4월 1심 법원도 문체부의 조치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정 전 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2013년 1월 취임한 그는 지난 6일 사임서를 제출하고서야 무려 13년 5개월의 장기 집권을 끝냈다.

숱한 논란에도 정 전 회장의 권력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독단을 제어하지 못한 축구협회의 구조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현행 정관상 협회장은 최대 300명의 선거인단이 선출한다. 지난해 선거에서는 192명 가운데 183명이 투표했고, 정 전 회장은 유효표 182표 중 156표를 얻었다. 득표율은 85.7%였다. 축구 팬들의 거센 퇴진 요구와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도 협회 내부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한국 축구 전체를 대표한다는 조직의 수장이 소수 선거인단의 압도적인 지지만으로 권력을 연장했다. 축구 팬 여론과 동떨어진 선거 구조가 정몽규 체제를 떠받친 셈이다.

선출된 회장은 협회 인사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부회장과 이사의 후보 추천권을 갖고 있으며 총회 의결에 따라 선임권까지 위임받을 수 있다. 전무이사와 상근 임원의 임면권도 회장에게 있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비롯한 대부분의 분과위원회는 이사회의 자문기구다. 분과위원장은 원칙적으로 회장이 이사 중에서 지명하고, 위원 역시 회장이 위촉한다. 총회와 이사회라는 통제 장치가 존재하지만, 협회를 움직이는 주요 인사의 추천·지명·위촉·임면권은 회장에게 집중돼 있다. 회장을 견제해야 할 조직마저 회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구조다.

폐쇄적인 회장 선출 구조부터 손볼 필요가 있다. K-축구 혁신위원회가 회장 선거제도를 우선 과제로 꺼낸 배경이다. 혁신위는 최대 300명인 선거인단을 최소 수천 명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도 추첨제를 폐지하고 체육회장 선거인단을 2244명에서 9만2194명으로 늘리는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소수 선거인단이 회장을 결정해온 방식에 변화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서강일 전북특별자치도축구협회장은 “박지성·이영표가 뭘 아느냐”는 취지로 혁신위를 깎아내렸다. 정 전 회장의 재임 기간은 “13년 희생”으로 포장했다. 한국 축구가 왜 변하지 못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자격을 따지고, 책임져야 할 권력은 감싸는 인식이 축구계 내부에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 기존 질서에서 영향력을 누린 이들의 반발을 뚫지 못하면 혁신은 구호에 그친다.

선거인단 확대는 혁신의 시작이다. 숫자만 늘려서는 기존 권력 구조가 되풀이될 수 있다. 선수와 지도자, 심판, 동호인 등 축구계 구성원이 폭넓게 참여하도록 선거인단 구성 원칙을 공개하고, 후보자의 정책과 자격을 검증할 공개 토론도 마련해야 한다. 선거 관리도 외부 독립기관에 의무적으로 맡겨 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회장에게 집중된 인사권에도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 부회장과 이사의 추천·선임 과정을 공개하고, 총회가 선임권을 회장에게 위임할 수 있는 요건과 절차도 엄격히 정해야 한다. 국가대표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이사회가 선임하는 만큼, 후보 평가 기준과 추천 과정, 최종 선임 근거를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공개할 필요가 있다. 비공개가 원칙인 이사회도 예산과 인사 등 주요 안건의 의결 결과를 공개해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독단적으로 협회를 움직이기 어려운 제도를 세워야 한다. 정몽규라는 이름이 사라져도 정몽규 체제를 만든 제도가 남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차기 회장 선거의 핵심은 새 얼굴보다 새로운 제도다. 그래야 또 다른 정몽규의 등장을 막을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밀실 행정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신뢰받는 조직이 되길 간절하게 바란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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