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 사옥에서 사내 AI 해커톤 ‘에이전트 캠프’를 진행했다고 16일 밝혔다. 현업 임직원과 KT의 전방배치 엔지니어(FDE), 팔란티어 FDE가 한 팀을 이뤄 실제 업무 데이터를 토대로 문제를 발굴하고 AI 에이전트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FDE는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과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이다. 일반 개발자가 정해진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에 가깝다면, FDE는 고객 현장에 들어가 업무 흐름과 데이터를 함께 보고 문제를 정의한다. 이후 데이터 플랫폼과 AI를 활용해 실제로 쓸 수 있는 해법을 만든다.
변우철 KT AX 엔지니어본부 P-FDE담당 상무는 이날 브리핑에서 “AX는 AI를 단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일하게 만들고, 그 결과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에이전트 캠프는 KT FDE가 팔란티어와 함께 내재화한 문제 해결 방식을 현업이 직접 경험하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캠프는 팔란티어가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해온 ‘AIP 부트캠프’를 KT 환경에 맞게 압축한 프로그램이다. 통상 2~3주가 걸리는 과정을 3일, 72시간 안에 수행하도록 설계했다. 짧은 시간 안에 핵심 문제를 찾고, 데이터를 연결해 AI 에이전트까지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참가자들은 첫날 현업이 제시한 문제가 실제 사업 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검증하고 이후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둘째 날에는 흩어진 데이터를 의미 단위로 연결하는 ‘온톨로지’를 설계했다. 마지막 날에는 이를 바탕으로 AI 에이전트와 업무 화면을 만들어 현장 적용 가능성을 점검했다.
온톨로지는 AI가 기업 데이터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종의 데이터 지도다. 예를 들어 장비, 고객, 요금, 장애 이력, 에너지 사용량처럼 서로 다른 데이터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정리한다. AI가 단순히 문장을 생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업무 판단을 하려면 이런 구조화 작업이 필요하다.
이번 캠프에서는 팔란티어의 데이터 통합 플랫폼 ‘파운드리’와 AI 플랫폼 ‘AIP’가 활용됐다. 팔란티어 FDE도 멘토로 참여해 기술 자문과 협업을 지원했다.
과제는 △AI 네트워크 보안 관제 에이전트 △AI 에너지 운영 최적화 에이전트 △데이터 for AI 에이전트 등 3개가 선정됐다.
네트워크 명령어와 로그 등 방대한 보안 데이터를 AI가 분석하도록 하고, 기지국·통신장비의 전력 사용 패턴과 요금 데이터를 토대로 에너지 효율화 방안을 찾는 식이다. 현업이 의사결정에 필요한 데이터의 위치와 품질, 권한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에이전트도 구현했다.
KT는 이번 과제들이 단순 시제품 수준을 넘어 실제 운영 투입 직전인 ‘프로덕션 초입’ 단계까지 구현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 기업 데이터가 활용된 만큼 구체적인 성과와 수치는 보안상 공개하지 않았다.
KT는 지난해 3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팔란티어의 ‘월드와이드 파트너 에코시스템‘ 공식 멤버로 합류했다. 이후 광화문 웨스트 사옥의 ’이노베이션 허브‘를 거점 삼아 ‘AX 스쿼드’를 투입, 6주 안에 AI 에이전트 개발과 현업 피드백, 효과 검증까지 마치는 체계를 운영하며 FDE형 실행 조직을 자체 사업 모델로 흡수해왔다. 이번 에이전트 캠프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KT가 강조하는 FDE의 핵심은 기술 자체보다 문제 해결 방식이다. FDE는 고객 현장에 밀착해 프로세스와 데이터, 조직 문화를 이해하고 문제 정의부터 실행, 성과 검증까지 함께 수행한다.
변 상무는 FDE를 기업의 AX 전환을 돕는 ‘셰르파’에 비유했다. 고객을 대신해 모든 일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고산 등반을 돕는 셰르파처럼 고객이 스스로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방향과 경로를 제시하는 역할이라는 의미다.
기존 시스템통합(SI) 인력과의 차이도 여기서 갈린다. 일반적인 SI 프로젝트는 약속한 시스템을 정해진 기간 안에 구축·가동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FDE 방식은 시스템 도입 이후 실제로 재고가 줄거나 예측 정확도가 높아지는 등 고객의 업무 성과가 개선됐는지를 더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KT는 문제 구조화, 온톨로지 설계, AI 애플리케이션 구현, 고객 가치 전달 등 4개 역량을 FDE의 핵심으로 정하고 내부 과제로 훈련하고 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쌓은 27개 역량은 플레이북 형태로 자산화했다. 앞으로는 스쿼드 단위 조직을 통해 FDE 방식의 AX 프로젝트를 확대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인력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KT는 국내 최대 규모의 FDE 조직과 가장 많은 팔란티어 인증 엔지니어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변 상무는 “FDE 사업은 고객의 문제 해결 경험과 성공 체험을 공유하는 비즈니스”라며 “팔란티어 등 글로벌 파트너와 협업해 검증된 실행력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B2B AX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