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7일 (5)
불 꺼진 홈플러스 지키는 점주들…“우리 꼭 다시 만나요” 마지막 노래교실 [현장+]

불 꺼진 홈플러스 지키는 점주들…“우리 꼭 다시 만나요” 마지막 노래교실 [현장+]

13일 전국 홈플러스 마트 임시휴업…남겨진 임대매장 점주 ‘발 동동’
“본사 안내 없이 출근해서야 알았다…보상문제 등 소통 창구 없어”
남은 재고 처분하고, 구청에 시설 사용 문의…입점 점주들 혼란 가중

승인 2026-07-14 16: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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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임시 휴업을 시작하며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영등포점 마트 출입구가 쇼핑카트로 막혀있다. 이다빈 기자
홈플러스가 임시 휴업을 시작하며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영등포점 마트 출입구가 쇼핑카트로 막혀있다. 이다빈 기자
“어제 오픈 준비를 하는데 손님들이 ‘왜 마트에 못 들어가게 하나요?’라고 묻더라고요. 그때서야 마트가 문을 닫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직까지 본사에서 받은 안내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홈플러스 영등포점 입점 가맹점주 A씨)

14일 오전 찾은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영등포점은 차분하면서도 어수선했다. 전날 갑작스럽게 전국 홈플러스 임시휴업이 시작됐지만 이를 모르고 장바구니를 든 채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 쇼핑카트로 막아놓은 계산대 앞에서 발길을 멈춘 한 시민은 기자에게 “마트 문 닫았답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마트 출입구에는 ‘홈플러스 마트는 임시 휴업합니다. 임대매장은 정상 운영 중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에스컬레이터 일부는 멈춰 있었고 냉방시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건물 안은 후텁지근한 공기도 감돌았다.

인근 복지센터를 방문했다가 마트를 찾았다는 70대 장모씨는 “15년 넘게 이 동네에 살았는데 이렇게 큰 마트가 문을 닫는 건 처음 본다”며 “다른 데 가서 장을 보면 그만일 수도 있지만,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어떻게 하겠느냐. 동네 분위기 자체가 가라앉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영등포점 지하 2층 키즈시설 등이 이용객 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다빈 기자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영등포점 지하 2층 키즈시설 등이 이용객 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다빈 기자
정작 더 막막한 사람들은 건물에 남겨진 입점업체 점주들이었다.

홈플러스는 식당과 카페, 약국, 의류매장 등 임대매장은 희망할 경우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 만난 점주들은 하나같이 “본사로부터 받은 안내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마트 출입구 바로 앞에서는 한 식품 매장이 냉동 진열대를 밖으로 꺼내 남은 재고를 할인 판매하고 있었다.

점주 B씨는 “다른 쇼핑몰은 폐점이나 리뉴얼을 앞두면 남은 원물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데 여기는 그런 것도 없었다”며 “이미 홈플러스 전용 바코드가 찍힌 상품이라 다른 매장으로 옮겨 팔 수도 없다. 최대한 할인해서 처분하고 가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면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북적이던 지하 2층도 적막했다. 키즈카페와 AR카페, 롤러스케이트장, 슬라임 체험시설에는 손님 대신 직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일부 매장은 아예 문을 열어놓은 채 주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키즈시설 직원은 “기사를 보고서야 마트가 휴업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직원들도 아무것도 모른 채 출근했고 그때그때 서로 들은 이야기만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영등포점 문화센터 안내데스크 앞으로 환불을 받으러 온 수강생들이 몰린 모습. 이다빈 기자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영등포점 문화센터 안내데스크 앞으로 환불을 받으러 온 수강생들이 몰린 모습. 이다빈 기자
문화센터도 ‘마지막 수업’…“오늘 알고 환불했어요”

가장 붐비는 곳은 문화센터 안내데스크였다. 이번 주부터 모든 강좌가 일괄 폐지되면서 수강생들이 환불을 받기 위해 몰려든 것이다.

이날 오전 예정됐던 노래교실은 뜻밖의 ‘마지막 수업’이 됐다. 강의를 들으러 왔다가 현장에서 폐강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는 수강생들과 강사는 손을 맞잡으며 “우리 꼭 다시 만나요”라고 인사를 나눴다.

환불을 마친 50대 수강생은 “이 강사님 수업을 위해 양천구나 고양시에서도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지난주 마트가 폭탄세일을 하는 걸 보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끝날 줄은 몰랐다. 강사님이 다른 문화센터에서 수업을 열면 연락을 주기로 했다”고 아쉬워했다.

홈플러스 신도림점 마트 출입구 앞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걸려있다. 이다빈 기자
홈플러스 신도림점 마트 출입구 앞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걸려있다. 이다빈 기자
“투자한 시설은 어떡합니까”…본사의 설명이 절실

신도림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트의 불은 꺼졌지만 몰 안에는 여전히 임대점포들이 문을 열었다. 점주들은 손님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줄 본사의 설명을 더 기다리고 있었다.

입점 점주 C씨는 “어제 휴업 소식을 알고 급하게 입점업체 사장들끼리 모여 협의회를 만들었다”며 “우리 매장을 담당하던 홈플러스 직원 두 명도 모두 퇴사해서 지금은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와 수도, 냉방시설이 계속 유지되는지조차 확인할 곳이 없어 협의회에서 직접 구청과 한국전력 등에 전화를 돌리고 있지만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며 “만약 청산 절차로 가면 우리 임차인들이 메리츠보다 선순위인지 후순위인지도 모른다. 후순위라면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입점 점주 D씨는 “회원권으로 운영되는 우리 매장 특성상 직원들뿐 아니라 회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며 “차라리 본사에서 언제까지 영업하고 언제 매장을 정리하라고 명확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고를 처분하면 되는 매장과 달리 우리는 시설 투자 비중이 큰 업종이라 영업을 중단하면 그대로 생계가 막힌다”며 “이곳에서 더 이상 운영하지 못하게 되면 시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남은 회원권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점주들의 혼란이 커지자 홈플러스 입점 점주협의회는 오는 15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남은 입점 점주들의 영업권 보장과 생계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국 점포의 점주들이 참석해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를 요구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입점 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임시 휴업 이후 점주들에게는 사실상 영업을 계속할지 말지를 스스로 결정하라는 선택지만 주어졌을 뿐, 향후 운영 계획이나 계약과 관련한 공식 안내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점주들은 아직 5월 정산대금도 받지 못했다”며 “본사에서는 영세사업자부터 우선 정산했다고 설명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지급했는지 명확하지 않아 점주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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