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4일 (2)
“탈모 샴푸는 거짓”…10억 매출 샴푸 포기한 리필드의 승부수 [현장+]

“탈모 샴푸는 거짓”…10억 매출 샴푸 포기한 리필드의 승부수 [현장+]

10억원 매출 포기…‘탈모샴푸’ 시장에 문제 제기
“샴푸만 믿다 치료 시기 놓친다” 소비자 인식 변화 강조
연구 근거·화장품 표현 검증에 “추가 임상 필요”

승인 2026-07-14 1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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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경 리필드 연구소장이 14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리필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심하연 기자
양미경 리필드 연구소장이 14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리필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심하연 기자
“원래 ‘탈모 샴푸는 사기다’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저는 이 단어를 정말 싫어합니다.”

양미경 리필드 연구소장이 14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서울대병원 출신 탈모 전문의인 그는 ‘탈모샴푸’라는 이름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샴푸만 써도 탈모를 치료할 수 있다’는 잘못된 기대를 심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며 샴푸만 바꿔 쓰다가 정작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를 반복해서 봤다는 것이다.

리필드가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 배경에는 탈모 케어 시장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누적된 불신이 있다는 설명이다.

정근식 콘스탄트 대표는 “탈모 케어 시장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이 오랜 경험에서 누적돼 왔다”며 “수많은 제품을 써도 개선되지 않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결국 포기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정근식 콘스탄트 대표가 20대부터 직접 겪은 탈모 경험을 소개하며 리브랜딩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심하연 기자
정근식 콘스탄트 대표가 20대부터 직접 겪은 탈모 경험을 소개하며 리브랜딩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심하연 기자
정 대표는 자신 역시 탈모를 겪으며 같은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20대부터 탈모를 겪으며 시중 제품을 20~30개 이상 써봤지만 나아지지 않았다”며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 브랜드가 없다는 좌절감이 결국 지금의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탈모 고민이 시작되면 대부분 샴푸부터 찾는다”며 “하지만 정말 샴푸로 해결될 수 있었는지는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발표를 맡은 양 연구소장은 샴푸의 역할과 탈모 치료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샴푸는 두피 청결 유지와 각질·피지 관리, 모발 컨디셔닝을 위한 제품일 뿐 탈모가 진행되는 모낭 깊은 곳까지 유효 성분을 전달해 치료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좋은 성분을 흡수시키겠다며 샴푸를 장시간 방치하는 것도 계면활성제가 두피 장벽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탈모샴푸로 탈모가 치료되지 않는다는 것은 의사들은 다 안다”며 “문제는 일반인들이 샴푸만 바꾸면 치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탈모인데 어떤 샴푸를 써야 하느냐’였다”며 “샴푸를 바꿔 쓰다가 결국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들을 너무 많이 봤다”고 했다.

리필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존 탈모샴푸 판매를 중단하고 ‘스칼프 사이언스 브랜드’로의 리브랜딩을 선언했다. 회사는 약 10억원 규모의 샴푸 매출을 포기하고 앞으로 ‘탈모샴푸’ 대신 ‘스칼프 클렌저’를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양 연구소장은 “샴푸라는 말이 탈모 치료와 너무 강하게 연결돼 잘못된 인식을 만들고 있다”며 “두피도 얼굴처럼 세럼과 앰플, 토닉으로 관리하는 시대가 와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자체 특허 성분인 ‘cADPR’을 적용한 세럼과 앰플 등 잔류형 제품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확대한다. 하반기에는 차세대 모낭 케어 제품을 선보이고 약국·피부과·클리닉 등 전문 채널 협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북미와 아시아를 넘어 유럽·중남미·중동 시장 진출도 추진한다.

발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리필드가 제시한 연구 근거와 표현을 둘러싼 검증이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올해 발표한 SCI 논문에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는데도 이날 발표에서는 탈모 억제와 발모 효과를 강조한 이유가 무엇인지, 또 현재 연구 결과가 세포실험 수준인지 실제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가 입증된 것인지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양 연구소장은 “논문은 기초 연구를 다룬 것이고, 실제 사람에게 탈모 억제 효과가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며 “현재까지 축적한 임상 경험은 있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추가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임상 논문이 긍정적으로 나오면 그에 맞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표 자료에 사용된 ‘발모 촉진’, ‘치료 프로토콜’ 등의 표현이 화장품과 의약품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양 연구소장은 “현재 제품은 어디까지나 홈케어 제품”이라며 “탈모가 확실한 사람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고, 리필드 제품은 보조적인 역할”이라고 답했다.

이어 “논문과 발표에서 사용하는 표현 역시 규제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치료 효과를 공식적으로 주장하기 위해서는 추가 임상시험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시중의 탈모 케어 시장은 오랫동안 샴푸 중심으로 형성돼 왔지만 효과성과는 별개의 문제였다”며 “이번 샴푸 단종은 ‘탈모샴푸’의 한계를 인정하고 소비자에게 솔직하게 알리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이어 “탈모 케어를 바라보는 관점과 접근 방식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싶었다”며 “소비자에게 불편한 진실도 먼저 말할 수 있는 브랜드가 돼 올바른 두피 관리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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