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있게 드세요’가 아니라 ‘맛봐주세요’라는 말이 맞을 것 같아요. 쓸모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스스로 평가할 게 아니라 보시는 분들이 제가 잘 쓰였다고 느끼시면 좋겠어요.”
오는 15일 영화 ‘호프’ 개봉을 앞둔 배우 조인성(45)은 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같이 밝혔다.
‘호프’는 자타공인 화제작이다.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인 데다 출연진까지 화려하다. SF답게 VFX로 구현한 크리처도 만나볼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장르로 칸영화제까지 다녀왔으니 이목이 쏠리는 것은 놀랍지 않은 일이다.
극중 성기 역을 맡은 조인성은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감독님이 굉장히 오랫동안 후반 작업을 하셨다. 관객분들이 소위 한국형 SF를 어떻게 보실지도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시나리오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감독님이 우주까지 가시는구나”였다. 조인성은 “쉽지 않은 촬영이 예상됐다”며 “도전할 것인지, 몸 상태가 될지 스스로 질문을 많이 했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달라서 하루 정도 고민했다”고 돌아봤다.
조인성은 작품에서 가장 난도 높은 액션을 소화해야 했다. 승마는 물론, 고목에 부딪혀 추락하는 장면과 달리는 차에서 튕겨 나가는 신까지 모두 그의 몫이었다. 그는 “다 고생하셔서 제가 특별히 고생했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보시는 분들이 고생한 흔적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기가 죽을 위기를 몇 번을 넘기고도 끝내 살아남는 것에 대해서는 “과장된 건 있겠다”면서도 “인간의 초인적인 힘은 어디까지 기적 같은 일들이라고 봐야겠다. 기적이라는 건 일어날 수도 안 일어날 수도 있는 문제지만 살려고 하니까 아픔을 무릅쓰고 도망 다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적은 조인성에게도 실재했다. 조인성은 안 될 줄 알았던 승마 액션을 구현해낸 것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 달 예상하고 들어갔다가 한 달 만에 빠져나왔을 거다. 눈이 왔다. 눈이 오면 아스팔트가 언다. 그러면 말은 뛸 수가 없다. 눈이 녹기를 기다리는 거다. 아침에 풀 세팅을 했다. 촬영 여건이 되면 언제든지 들어간다는 마음으로 항시 대기 상태로 한 달 반을 보냈다. 신이 잘 나왔다고 하면 말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장면에 얽힌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럼에도 조인성은 “제가 성룡은 아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액션이라서 참여한 것은 아니다”라며 “SF 영화가 한국 영화계에서 부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저도 이제 선배 격이 됐다. 도전의식으로 출연을 결심한 것도 있다. 제 활동이 지루하지 않았으면 한다. 비록 안 좋은 결과로 끝날 수 있는 확률이 높더라도 머무르고 싶진 않다는 개인적인 욕망이 있다”고 털어놨다.
말투와 관계성, 바지 색, 수염까지 캐릭터의 디테일 구현에도 집중했다. 조인성은 “홍경표 촬영감독님이 찍어주고 계시고 의상분장팀이 제 외피를 신경 쓰고 있으니까 저는 땅에 붙는 연기만 하면 됐다”며 “사실 수염은 제 수염이었다. 기르는 게 좋다. 클로즈업하면 분장이 티가 난다”고 얘기했다.
공을 들인 작품으로 칸에 다녀온 만큼 글로벌 진출에 대한 관심이 생겼을지 역시 궁금하다. 관련 질문을 받은 조인성은 “이제야 한국 영화를 조금 하게 됐다. 영어로 그렇게 하려면 또 46년이 걸리지 않겠나”라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저는 로컬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이렇게 ‘호프’처럼 해외에 보여지길 기대하는 쪽”이라고 답했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