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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방법 | 당사자 인터뷰, 통계자료, 법·제도 분석 |
| 주제 | 코스닥이 자금 이탈과 제도 개편 속에서 체질 개선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습니다 |
| 주의사항 | 개편안의 세부 내용과 시장 반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하세요. |
| 관전포인트 | 승강제와 동전주 상폐, 상장 기준 강화가 코스닥 신뢰 회복과 자금 유입으로 이어질지 중심으로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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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한민국 혁신기업의 산실이었던 코스닥이 다음 달 1일 출범 30주년을 맞는다. 정보기술(IT) 벤처와 바이오, 2차전지 등 신산업 성장의 중심이었던 코스닥은 최근 AI 투자 열풍 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코스피 대형주로 자금이 쏠리면서 존재감이 크게 약해졌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9000선을 넘어서는 동안 코스닥은 1000선마저 다시 내주며 힘 없이 밀리고 있다. 이에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승강제 도입 등을 포함한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다. 30년째 반복된 ‘코스닥 살리기’가 이번에는 시장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는 99.6% 상승한 반면 코스닥은 8.0% 하락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코스닥 신뢰 제고와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개편 작업에 나섰지만 AI 투자 열풍 속에 자금이 코스피로 쏠리면서 양 시장 간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30년 韓성장산업 흥망성쇠 함께한 코스닥
코스닥의 30년은 대한민국 성장산업의 흥망성쇠와 궤를 같이했다. 1996년 문을 연 코스닥은 외환위기 이후 벤처기업 육성 정책과 맞물려 IT 기업들이 대거 상장하면서 국내 혁신기업의 대표적인 자금 조달 창구로 자리 잡았다.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지수는 사상 최고치인 2925.50까지 치솟았지만 버블 붕괴와 함께 급락했고, 이후에는 바이오와 2차전지 기업이 새로운 주도주로 부상해 시장을 이끌었다.
새로운 산업이 떠오를 때마다 가장 먼저 투자 자금이 몰리고, 산업 사이클이 꺾일 때마다 가장 큰 충격을 받는 시장이라는 평가도 따라붙는다. 벤처 붐과 바이오 열풍, 2차전지 랠리 등 국내 성장산업의 부침을 가장 먼저 반영해 온 곳이 바로 코스닥이었다.

하지만 이번 AI 모멘텀에선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 과거 IT와 바이오, 2차전지 열풍의 중심에 섰던 코스닥은 AI 투자 열풍에서는 주도권을 코스피에 내줬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AI 반도체 랠리를 앞세워 사상 처음 9000선을 돌파하는 등 연초 대비 100%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반면 코스닥은 연초 대비 8.0% 하락하며 상대적인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실적 개선 기대가 큰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되면서 코스피 거래대금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웃돌았다.
이 같은 흐름은 ETF 투자 확대로 더욱 강화됐다. ETF로 유입된 자금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기계적으로 배분되는 구조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로 집중됐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도 상장 이후 단기간에 약 6조원의 자금이 유입되며 개인투자자의 자금 쏠림도 한층 심화됐다.
반면 코스닥은 AI 시대를 이끌 뚜렷한 주도 업종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코스닥 내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바이오 업종도 잇단 임상 실패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신뢰가 떨어졌다. 그 결과 시장 전반의 반등 동력도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삼천스닥’을 목표로 코스닥 부흥 의지를 드러냈다. 코스닥을 혁신기업 중심 시장으로 재편하기 위해 상장사를 프리미엄과 스탠더드 등으로 나누는 세그먼트(승강제)를 도입하고, 상장 유지 기준을 강화해 이른바 ‘동전주’와 부실기업을 신속히 퇴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손질하고 중복상장 규제도 강화해 시장 신뢰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당국도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당초 코스닥 30주년인 다음 달 1일 세부 개편안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장 의견을 더 수렴하기 위해 이날에는 큰 방향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제도 설계는 9월 말~10월 초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를 전후해 발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한국거래소는 벤처업계와 투자업계, 학계 등이 참여하는 자문단을 최근 출범시키고 세부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여러 이유들로) 세부 개편안 발표가 연기된 건 맞다”면서 “금융위와의 협의를 통해 9~10월 중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경에는 벤처업계의 반발도 있다. 벤처기업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최근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그먼트 제도 재검토와 상장폐지 기준 강화 유예를 요구했다. 시가총액이나 영업실적 중심으로 기업을 구분할 경우 바이오와 AI, 딥테크 기업들이 기술력과 무관하게 하위 시장으로 분류돼 ‘비우량 기업’이라는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단기적인 수급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상위 세그먼트 진입을 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오히려 ‘2부 리그’로 내려갈 가능성을 먼저 의식한다”며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자금이 코스피로 이동하는 현상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성장펀드 조성과 정책 지원에도 자금은 기대만큼 코스닥으로 유입되지 않고 있다. AI 투자 열풍 속 코스피 대형주로의 자금 쏠림도 좀처럼 완화되지 않는 모습이다.

코스닥 활성화는 새삼스러운 화두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벤처기업 육성 정책을 시작으로 2005년 코스닥 활성화 대책, 2018년 코스닥 혁신방안, 그리고 올해 추진되는 승강제와 시장 세분화까지 역대 정부마다 코스닥을 혁신기업의 산실로 되돌리기 위한 처방을 내놨다. 그럼에도 시장 움직임은 번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당국은 이번 개편의 방향이 과거와 다르다고 강조한다. 기업 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던 과거와 달리, 우량기업 중심으로 시장의 체질을 바꾸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 백브리핑에 나선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코스닥 시장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시장이자 혁신기업의 성장 플랫폼으로 거듭나도록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이번 방안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5년 대비 시가총액은 15배, 상장기업 수는 1.9배 늘었지만 같은 기간 지수는 2.3배 상승에 그쳤다”며 “IT 버블 이후 추락한 시장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다만 업계에선 제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이 계속 혁신기업을 키워도 가장 좋은 기업은 결국 코스피로 이전한다”며 “코스닥은 씨앗을 뿌리고 키우지만 열매는 다른 시장이 가져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 문턱을 손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좋은 기업이 코스닥에 남을 이유를 만들고 투자자들이 장기 자금을 맡길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더 근본적인 과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자본시장 관계자는 “관건은 혁신기업과 투자자들이 다시 모일 수 있는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느냐다”라면서 “이번 개편이 또 하나의 ‘코스닥 살리기’에 그칠지, 30년 만에 시장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는 결국 시장이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