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코스피가 5000선에서 9000선까지 가파르게 오르고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면서 두 회사는 그야말로 대화의 중심에 섰다. 주식을 가진 사람은 물론 없는 사람까지도 이야기에 끼어든다. 삼성전자 주식이 없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삼전통’, SK하이닉스 주식이 없어 아쉬운 마음은 ‘닉스통’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고 한다.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기업이고 최근 상승세 역시 눈부셨다.
얼마 전 만난 한 중소기업 사장은 대화 도중 이렇게 말했다. “주식이 더 오를 것이란 이야기가 돌아서 투자하고 싶다가도, 사업이 힘드니 넣을 돈이 없어요.” 웃으며 한 말이었지만 쉽게 넘길 수는 없었다. 농담의 끝은 결국 “가면 갈수록 사업하기 너무 힘들다”는 한숨으로 이어졌다.
취재 현장에서 만나는 기업 관계자들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소기업이든 중견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하소연이 잇따른다. 내수는 예전 같지 않고 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다. 새 사업을 추진하려면 검토해야 할 규제도 늘어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규제 당국의 존재감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기업들은 성장 전략만큼이나 규제 리스크 관리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투자 계획보다 해외 시장 공략 전략이 더 자주 입에 올랐다.
증시 활황은 반가운 일이다.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고 투자자들이 성과를 얻는 것은 건강한 자본시장의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선전 역시 한국 산업 경쟁력의 결과물이다.
다만 산업 현장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주식시장이 보여주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올해 코스피는 새로운 기록을 썼지만 기업인들의 입에서는 “사업하기 힘들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자본시장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지만 산업 현장은 오늘의 현실을 살아간다. 주식시장에서는 낙관이 넘치는데 현장에서는 불안과 부담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산업과 자본시장은 결국 같은 뿌리에서 자란다. 기업이 성장해야 주가가 오르고, 산업이 활력을 가져야 자본시장도 힘을 얻는다. 그래서 지금의 온도차는 더 눈에 들어온다.
코스피 9000을 바라보는 지금, 한국경제의 진짜 체온은 주식시장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숫자가 보여주는 기대만큼,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