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4일 (3)
홈플러스, 모두가 회생을 말하지만 [취재진담]

홈플러스, 모두가 회생을 말하지만 [취재진담]

승인 2026-06-23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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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는 살려야 한다.”

한때 업계 2위 대형마트였던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개시 이후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다. 문제는 모두가 회생을 원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먼저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주체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다시 메리츠금융그룹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회생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2000억원 규모의 DIP 금융을 집행해 달라는 것이다.

홈플러스의 논리는 명확하다. 운영자금이 공급되면 상품 수급이 정상화되고, 매출 회복과 영업 안정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홈플러스는 사실상 할 수 있는 자구노력을 다하고 있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 익스프레스 사업 매각, 점포 정리, 인력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임직원들은 임금 지급을 미루며 버티고 있고 협력업체와 납품업체들 역시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

반면 메리츠금융그룹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홈플러스 회생의 열쇠는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결단에 있다는 입장이다. 2000억원 지원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지만, 대주주의 책임 있는 보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수십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MBK가 먼저 책임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은 7월3일로 다가왔다. 그러는 동안 4월 임금은 25%만 지급됐고 5월 급여 역시 지급되지 못한 상태다. 납품대금 지급 문제로 일부 매장 매대는 PB 상품으로 채워진 지 오래다.

더 근본적으로는 2000억원이 홈플러스를 살리는 돈도 아니다. DIP 금융은 회생기업의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납품대금과 임금 지급, 상품 조달 등 당장의 유동성을 확보해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에 가깝다. 결국 홈플러스의 생존 여부는 매각 성공과 새로운 투자자 유치에 달려 있다.
그런데 정작 매각 시장은 조용하다. 인수 후보군의 움직임도 뚜렷하지 않다. 2000억원이 투입돼도 결국 다음 산을 넘어야 하는 셈이다.

업계는 홈플러스 문제를 특정 기업이나 특정 주주의 실패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느껴진다. 물론 홈플러스가 현재 상황에 이르기까지 대주주의 책임을 따지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홈플러스의 위기와 회생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봐도 홈플러스를 향한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안타깝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등의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대화는 대개 그 지점에서 멈춘다.

정작 누가 먼저 책임을 지고, 누가 먼저 손을 내밀 것인지를 두고는 서로 상대방만 바라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메리츠를 바라보고, 메리츠는 MBK를 바라본다. 시장은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 홈플러스 앞에 놓인 가장 큰 위기는 자금 부족만이 아닐지 모른다. 모두가 회생을 말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결국 먼저 바닥나는 것은 자금이 아니라 시간일 수 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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