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4일 (3)
“사람 좀 바꿔주세요”…AI 상담 확대의 역설, 비용도 불만도 늘었다

“사람 좀 바꿔주세요”…AI 상담 확대의 역설, 비용도 불만도 늘었다

가트너 “2030년 상담 1건 3달러”…오응대·검증·이관 비용 커져
상담사 60.8% “노동조건 악화”…소비자 만족도 20% 그쳐

승인 2026-06-19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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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좀 바꿔주세요”…AI 상담 확대의 역설, 비용도 불만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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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약 5분
취재방법 전문가 인터뷰, 통계자료, 기업자료, 법·제도 분석
주제 AI 상담 도입이 비용 절감보다 업무 전가와 고객 불편을 키우는 구조를 보여줍니다
주의사항 기업별 운영 방식과 상담 유형에 따라 체감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하세요.
관전포인트 AI가 단순 문의를 덜어낸 뒤 남는 복잡한 민원과 책임 공백이 어떻게 해소되는지 중심으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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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챗봇이랑 30분 씨름하다 결국 상담원과 연결됐는데, 그 상담원한테 처음부터 또 다시 설명해야 했어요.”(여모씨, 50대)

인공지능(AI) 상담원이 콜센터 직원을 대체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이라는 통념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외 통신사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AI 고객센터(AICC) 도입이 확산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는 더 불편하고 인간 상담사는 더 지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AI 도입은 비용을 절감한다’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AI 상담 1건에 3달러…“인간보다 비싸질 수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최근 이런 흐름을 숫자로 경고했다. 가트너는 오는 2030년 생성형 AI의 고객상담 1건 처리 비용이 3달러(한화 약 4000원)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인건비가 낮은 일부 국가의 인간 상담원 비용보다 비싼 수준이다.

3달러는 AI가 한 번 답하는 데 드는 비용이 아닌, 고객 문의 하나가 해결되기까지 AI가 주고받는 모든 대화와 처리 과정을 합산한 비용이다. 문의가 복잡할수록, 해결에 실패해 대화가 길어질수록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패트릭 퀸란 가트너 시니어 디렉터 애널리스트는 “고객서비스 리더들은 AI로 비용을 줄이려 하지만 투자 수익은 보장되지 않는다”며 “완전 자동화는 대부분의 조직에 엄두도 못 낼 비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AI 상담 비용이 치솟는 이유는 기술적·구조적 한계 탓이다. 데이터센터 운영비 상승과 AI 업체들의 수익 추구 전환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민원이 복잡해질수록 AI 연산에 더 많은 계산 비용이 든다. 여기에 오응대 검증, 환각(할루시네이션) 제어, 금융권의 보안 및 준법 통제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숨은 청구서’가 늘고 있다.

아울러 가트너는 규제 강화 등으로 2028년까지 사람이 개입하는 상담량이 오히려 3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LG유플러스 임직원과 오픈AI 임직원이 ‘에이젠틱 AICC‘ 기술과 관련해 회의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 임직원과 오픈AI 임직원이 ‘에이젠틱 AICC‘ 기술과 관련해 회의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국내 통신3사, AICC 고도화 ‘정조준


이러한 경고음에도 국내 통신업계는 AICC 구축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속도를 내고 있다. 포화 상태인 통신 서비스 대신, AI 고객센터 솔루션을 다른 기업에 파는 기업 간 거래(B2B) 새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은 모든 고객센터에서 AI 챗봇과 콜봇을 24시간 가동 중이다. AI 자동응답으로 해결되지 않는 민원은 상담사가 ‘AI 실시간 어시스턴트’로 의견을 분석해 처리한다. 상담 뒤에는 AI가 상담 기록을 자동 분류해 요약과 답변 추천, 감정분석도 맡는다.

KT도 평일 고객센터 상담 10건 중 4건을 AI 보이스봇과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챗봇으로 처리한다. 복잡한 문의는 전문 상담사로 넘기고, 내부에선 AI 상담 어시스트가 실시간 답변을 추천한다. KT는 이 같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30여개 금융사를 포함해 400개 이상의 기업에 AICC를 공급 중이다.

LG유플러스도 콜봇, 챗봇, 보이는 ARS로 셀프서비스를 강화했다. 상담사 연결 단계에선 AI 상담 어드바이저가 고객 맞춤 정보를 실시간으로 올려준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챗봇과 콜봇으로 약 800만건의 민원이 즉시 해결됐다. 상담사 연결 단계에선 AI 상담 어드바이저가 맞춤 정보를 실시간으로 띄운다.

기계가 솎아낸 뒤, 남은 건 ‘분노‘

문제는 기술이 단순 문의를 솎아내면서 인간 상담원의 노동 강도가 한계치에 달했다는 점이다. AI는 요금 조회나 배송 확인 등 답이 정해진 문항만 처리한다. 결국 인간 상담사에게는 AI가 해결하지 못한 복잡하고 감정적인 민원, 그리고 챗봇을 상대하다 이미 불만이 폭발한 고객만 넘어온다. 기계가 1차 방어막을 친 뒤, 걸러지지 않은 고강도 스트레스만 사람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현장의 피로도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AICC 도입 사업장 상담사의 60.8%가 “노동 조건이 악화했다”고 응답했다. 하루 평균 민원 건수도 17%가량 늘었다. 상담사에게 쏟아지는 민원의 형태는 짜증(58.5%), 화(34.6%), 욕설(14.6%), 반말(14.6%) 순이었다. 과거 단순 문의를 받으며 얻었던 최소한의 ‘감정적 휴식 시간’이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냉담하다. 금융권 AI 상담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0%에 불과했으며,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54.2%에 달했다. 응답자의 87.5%는 여전히 사람 상담사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AI 상담 불만 이유로는 ‘AI가 요구사항을 이해하지 못한다‘(73.6%)와 ’사람 상담원 연결 과정이 더 복잡해졌다‘(56.9%) 순으로 가장 많았다. 고령층처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일수록 피로감은 더 크다.

AI 도입이 많은 기업일수록 소비자 이미지 평가가 오히려 낮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비용을 아끼려다 고객 신뢰라는 더 큰 비용을 치르는 셈이다.

고용 불안과 규제 공백…‘상생 구조’가 해법

기업도 딜레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AI 도입으로 일감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인력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며 ”직무 전환과 재교육 이외의 방안을 고안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도급업체 간 경쟁과 임금이 연동된 구조를 그대로 둔 채 AI가 도입되면 상담원의 업무 강도는 높아지고 임금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AI로 콜을 자동화할수록 상담사들은 줄어드는 콜을 놓고 또다시 성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된다.

제도적 안전망도 아직 걸음마 단계다. 현행법상 AI 상담의 응대 품질이나 인간 상담원 연결을 강제하는 규정은 없다. AI기본법이 시행돼 생성형 AI에 대한 투명성 확보 의무 등의 틀을 마련했으나, 일반 고객센터 AI가 곧바로 고영향 AI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AI를 제재할 기준은 불명확하다. 다만 일반 고객센터 AI가 잘못 안내했을 때 누가 책임질지, 소비자가 어떻게 설명을 듣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지도 명확하지 않다.

결국 AI 상담의 성패는 상담원 감축 규모가 아니라 재문의율, 오응대율, 소비자 만족도, 그리고 상담사의 감정노동 지수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AI를 단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닌 ‘인간과의 협업’ 관점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인수 메타엠 대표는 “AICC 솔루션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고객과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목진원 유베이스그룹 대표는 ”사람 상담사의 감성과 전문성에 최첨단 AI 기술을 더해야 한다”며 “사람과 AI가 상담 현장에서 조화를 이루고 상생하는 구조가 AI 시대 글로벌 스탠다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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