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7일 (5)
인력기근에 노동기본권 침해까지… 보건의료인들 ‘울상’

인력기근에 노동기본권 침해까지… 보건의료인들 ‘울상’

인력, OECD 평균 대비 58% 불과
중소병원 노동자 94% “코로나19 장기화로 불이익 경험”

승인 2022-07-07 16:05:02 수정 2022-07-07 17: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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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보건의료인들이 인력 부족 문제로 허덕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보건의료인들의 고통이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규모가 작은 병‧의원에서는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도 나와 인력 확충, 처우 개선 등이 시급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일 ‘2021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21년 12월부터 약 두 달 동안 20개 직종 3만357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통해 진행했다.

국내 보건의료인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 대비 턱없이 부족했다. 간호조무사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OECD 평균 대비 적은 수치다. 국내 임상 병원인력은 인구 1000명당 8.49명이다. 이는 OECD 평균(14.68명) 대비 약 58%에 불과한 수치다.

특히 의사는 OECD 평균 0.7배, 간호사는 0.5배 수준이다. 국민들의 의료이용량은 많지만 국내 임상 의사‧간호사의 수는 적어 의료인력의 과부하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임상 간호사의 경우 면허 취득자의 51.8%만이 활동하고 있어, OECD 평균(66.3%) 보다 유휴 간호인력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력 부족 현상은 의료인들의 업무량 과중으로 이어졌다. 의사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50.1시간, 전공의의 경우 72.91시간을 근무했다. 특히 요양병원 근무 의사는 1주일 평균 휴일근무시간이 19.3시간에 달했다. 2018년 조사(8.2시간)보다 2배 길어져, 코로나19 사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은 ‘과중한 업무량’을 직무 어려움으로 꼽기도 했다.

요양기관 근무 간호사도 마찬가지였다. 주 평균 근무시간은 37시간, 월평균 밤번 근무일은 3.04회였다. 특히 보건소 및 보건기관의 밤번 근무가 5.5회로 가장 많았는데, 이는 코로나19로 보건소 간호인력의 업무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간호사당 환자 수도 높은 수준이었다. 요양기관 근무 간호사들은 하루 평균 117.2명을 간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병원(152.1명), 상급종합(125.9명), 병원(124.5명)은 더욱 심각했다. 간호사들은 정신‧신체적 소진, 과중한 업무량, 역할 모호, 열악한 근무환경을 직무 어려움으로 꼽았다.

서울 외 지역의 경우 의료인력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했다. 서울, 대전, 광주, 대구, 부산은 인구 10만명당 요양기관 근무 의사 수가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그러나 세종을 제외한 경북, 충남, 전남, 충북, 울산은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가 서울은 305.6명이었던 반면 경북은 126.5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현장에서는 중소병‧의원 노동자들의 처우도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규모가 작은 병‧의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지난 5일 발표한 ‘중소 병·의원 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 △근로계약서 미작성 30% △야간수당 미지급 30.7% △토‧일 근무수당 미지급 88.2% 등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불이익을 겪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응답자의 94%가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특히 무급휴가, 연차 강제 소진 등 휴가 관련 불이익이 48.7%로 가장 많았다. 감염 관련은 19.2%, 임금 삭감 등 임금 관련 불이익도 18.3%에 달했다. 심지어 3.2%는 해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5인 미만 의료기관의 경우 더욱 열악했다. 4대 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병‧의원도 있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건강보험 미가입률은 4.5%, 고용보험 3.7%, 산재보험 5.5%, 국민연금 4.9%에 달했다. 5인 이상 사업장의 사회보험 미가입률(건강보험·2.4%, 고용보험·3.1%, 산재보험·3.1%, 국민연금·3.8%)을 상회하는 수치다.

일부 보건의료인은 최저 기준에 가까운 임금을 받기도 했다. 사회보험료‧소득세 14%를 제한 실수령액이 2021년 최저임금(1984만원)에 못 미치는 노동자는 1.4%, 서울시 생활임금(2411만7840원) 미만자는 13.1%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차전경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은 “2020년 9.4 의정합의 때 의료인력 문제를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료계와 함께 논의하기로 약속한 만큼 적절한 시점에 합의해 나가겠다”면서 “간호인력 역시 처우 개선 등 여러 문제를 함께 노력해서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박지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사무관은 “국민 인식이 높아지면서 요구받는 보건의료서비스 질이 높아진 만큼 서비스 제공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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