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2일 해군 함정 전탐장(상사) A씨의 상관모욕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고등군사법원이 폐지된 데 따라 사건은 서울고법이 다시 심리하게 된다.
A씨는 2019년 10월 기지로 입항하던 함정 조타실에서 상관에게 입항과 관련한 의견을 여러 차례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하사 등 부대원 3명이 있는 자리에서 “여기 지휘관 엉망이다. 권고도 듣지 않는다”고 말하며 착용 중이던 헤드셋을 벗어 책상에 던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군사법원 1·2심은 다른 부대원들이 듣는 상황에서 지휘관을 모욕한 만큼 군형법상 상관모욕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그 밖의 공연한 방법’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상관을 모욕한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군형법 제64조 제2항의 ‘그 밖의 공연한 방법’은 문서·도화·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공개성과 전파 가능성을 갖춘 방식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여러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이유만으로는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일반조항인 ‘그 밖의 공연한 방법’은 예시조항인 문서·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하는 것과 동일한 법적 평가를 받을 정도로 유사한 방법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기존 판례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의 확장해석으로 죄형법정주의의 확장해석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발언에 대해서는 “일방적·공개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고, 여러 군인에게 반복적·지속적으로 전파되거나 확산될 만한 방식도 아니었다”며 “당시 현장에 있던 군인 3명은 각자 업무를 수행하던 중 우연히 발언을 듣거나 행동을 목격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로 군형법상 상관모욕죄의 적용 범위는 축소되지만 처벌 공백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연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할 수 있고, 군 당국도 별도의 징계 처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천대엽·오석준·엄상필·신숙희·박영재 대법관은 별개 의견을 통해 처벌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군 조직의 위계질서와 통수체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까지 군형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다수의 군인 앞에서 여성 상관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경우처럼 군형법으로 규율할 필요성이 큰 사례까지 처벌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