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7일 (1)
‘막말’, 정치의 무기가 되다 [혐오의 낙수②]

‘막말’, 정치의 무기가 되다 [혐오의 낙수②]

지역 비하·진영 낙인·인물 조롱…정책보다 쉬운 공격의 언어
논란 뒤에도 반복되는 자극적 발언…강성 지지층·온라인 확산 맞물려
“공동의 적 만들어 결집”…정치권 언어, 사회적 저항선 낮출 우려도

승인 2026-07-24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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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정치의 무기가 되다 [혐오의 낙수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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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사 읽기 정보
분량 약 4분
취재방법 전문가 인터뷰
주제 정치권의 막말이 온라인을 거쳐 청소년·대중 문화로 번지는 원리와 구조를 보여줍니다
주의사항 전문가 해석을 바탕으로 한 분석 기사로, 실제 영향 범위는 사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하세요.
관전포인트 정치권의 공격적 언어가 지지층 결속과 온라인 재유통을 거쳐 일상 언어로 옮겨가는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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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말은 아래로 흐른다. 국회와 정당에서 반복되는 조롱·비하 표현은 정치권 안의 공방으로 끝나지 않는다. 짧은 글과 영상, 밈의 형태로 온라인에 퍼지고, 청소년의 일상 언어로 흘러내린다. 지난달 말 배재고 야구부의 ‘지역 비하 응원’ 사태도 일부의 일탈로 넘기기 어렵다. 문제는 학생들이 왜 그런 말을 쓰느냐에만 있지 않다. 쿠키뉴스는 3회에 걸쳐 정치권의 혐오 언어가 청소년 문화로 흘러드는 과정, 막말이 정치권 안에서 반복되는 이유, 책임을 묻지 못하는 국회의 제도적 공백을 짚는다. [편집자 주]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 의결이 진행되고 있다. 임은재 기자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 의결이 진행되고 있다. 임은재 기자
정치권의 막말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발언 직후에는 사과와 해명, 진영 간 공방이 이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파장은 잦아들지만, 말은 온라인에서 다시 유통된다. 짧게 잘린 영상과 이미지, 댓글로 옮겨간 발언은 지지층 사이에서 공격과 방어의 언어가 된다.

막말의 형태도 다양하다. 특정 지역을 낮춰 부르고, 상대 진영을 멸칭으로 묶고, 정치인의 이름이나 이미지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다. 역사적 사건을 희화화하거나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는 표현도 나온다. 대상은 달라도 방식은 비슷하다. 상대를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공격과 조롱의 대상으로 만든다.

정책은 어렵고 공격은 쉽다

막말 논란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정치 양극화가 있다. 정책과 비전을 설명하려면 시간과 설득이 필요하다. 반면 상대 진영을 겨냥한 공격은 즉각적인 반응을 부른다. 복잡한 정책 논쟁보다 상대를 향한 조롱과 낙인이 더 쉽게 주목받는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를 ‘부정적 당파성’과 연결해 설명했다. 지지 정당의 가치나 정책보다 상대 진영에 대한 반감이 정치적 지지의 동력이 되는 현상이다.

이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정당의 정체성이 네거티브 방식으로 자리 잡는 추세”라며 “상대를 더 자극적으로 공격하고 구분 짓는 언어가 지지층에 소구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막말 논란은 비슷한 경로를 거친다. 자극적 발언은 온라인에서 짧은 영상과 댓글, 이미지로 다시 유통된다. 발언자는 더 많이 노출되고, 발언을 둘러싼 반응도 커진다. 논란이 정치적 손실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정치권에 학습효과로 남는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막말이 현명한 전략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정치권에서 효과적인 방식으로 학습된 측면은 있다”며 “최소한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팬덤 정치가 키운 공격의 언어

팬덤 정치에서는 공격적 발언이 진영 결속의 수단이 된다. 상대 진영을 세게 공격하는 정치인은 지지층 안에서 ‘우리 편을 대신해 싸워주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말은 공동의 적을 분명히 하고, 정치인도 이 반응을 의식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상대 진영을 폄하하는 것은 크게 힘들이지 않고 우리 진영의 우월감을 보여줄 수 있는 효율적인 방식”이라며 “공동의 적을 설정해 집단의 결속력과 정서적 응집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상대를 자극적으로 공격하는 정치인이 환호를 받으며 일종의 ‘소영웅’이 되는 팬덤 문화가 있다”며 “정치인들도 이를 의식해 공격적인 언어 사용에 힘을 받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언어는 정치권 안에 머물지 않는다. 온라인으로 옮겨간 발언은 정치적 맥락보다 조롱과 희화화의 성격이 강해진다. 숏폼 콘텐츠나 밈 등 보다 자극적인 형태로 재생산된 정치인의 막말은 정치적 메시지보다 진영 간 공격성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소비된다.

반복 노출이 낮추는 저항선

문제는 정치권의 언어가 대중에게 반복 노출되는 것이다. 정치권의 자극적 표현을 계속 접하면 처음에는 낯설고 거칠게 느껴지던 말도 점차 익숙해질 수 있다. 혐오와 조롱 표현에 대한 사회적 저항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임 교수는 “혐오 표현을 반복적으로 접하면 심리적으로 둔해지는 탈감작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권력자의 공격적 언어가 사회 구성원에게 전이되는 현상은 ‘낙수공격’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정치권이 더 자극적 표현을 사용하는 악순환은 시민을 향한 언어폭력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미경 기자 95923kim@kukinews.com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유병민 기자 yb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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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기자
모든 빛은 궤적을 남깁니다. 권력의 궤적을 기록하겠습니다. 정치부 김미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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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김건주입니다. 국회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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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유병민 기자입니다. 복잡한 정치를 쉽게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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