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7일 (5)
육·해·공사 통합 ‘국군사관학교’ 대전 자운대에…동창회 “전통 끊는 획책”

육·해·공사 통합 ‘국군사관학교’ 대전 자운대에…동창회 “전통 끊는 획책”

4년간 통합교육 후 각 군 특성화…AI·우주·사이버 미래전 인재 육성
자운대 72만평 국방교육 허브로…민간 교수 비율 50% 이상 확대
군 “인구절벽 대응 골든타임”…3군 총동창회 “모든 수단 동원해 저지”

승인 2026-07-16 15: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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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전경. 조진수 기자
국방부 전경. 조진수 기자
정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하기로 했다. 인구절벽에 따른 병력 감소와 인공지능(AI)·우주·사이버 등 미래전 양상에 대응해 장교 양성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대전을 첨단 군사교육과 국방 연구개발(R&D)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6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새로 출범할 국군사관학교는 대전 자운대에 유치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심장부에 육·해·공군 사관학교가 통합된 최첨단 스마트 캠퍼스를 신축하겠다”고 밝혔다.

자운대는 정식 부대 명칭이 아니라 대전 유성구 자운동·신봉동·추목동 일대에 조성된 군사 교육·훈련시설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육군대학과 해군대학, 공군대학, 합동군사대학, 국군간호사관학교, 정보통신학교 등 20여개 부대와 시설이 밀집해 있다. 육·해·공군 본부가 위치한 충남 계룡대와도 직선거리로 약 25㎞ 떨어져 있다.

대전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비롯해 국방과학연구소(ADD),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이 자리하고 있어 첨단기술 교육과 국방 연구를 연계하기에 유리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국군사관학교 생도들은 자운대에서 4년 동안 함께 생활하며 교육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1∼2학년 때에는 국군 정체성과 AI, 우주·사이버·전자기스펙트럼 등 전 영역 작전에 관한 공통교육을 받고, 3∼4학년부터는 육군·해군·공군별 전공과 특성화 교육을 이수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기존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는 각각 국군사관학교 산하의 육군학부·해군학부·공군학부 형태로 재편될 전망이다. 정부는 당초 1·2학년은 통합교육을 받고 3·4학년은 각 군 사관학교로 흩어져 교육받는 ‘2+2 방식’을 검토했으나, 생도 자치활동과 일관된 교육체계 유지를 위해 4년제 통합안으로 방향을 틀었다.

생도 선발은 육·해·공군별 인원을 사전에 정해 모집하되, 입학 후 진로를 결정하는 공통선발 인원을 추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육사 약 330명, 공사 약 230명, 해사 약 170명 등 연간 735명 수준인 전체 모집 규모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교수진 구성도 대폭 개편된다. 현재 24% 수준인 민간 교수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이고, 우수 교원 확보를 위해 처우를 국립대 교수 수준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생도 개개인의 적성과 잠재력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자율적·특성화된 학사운영 체계도 도입할 계획이다.

국군사관학교 예상 조감도. 국방부 제공
국군사관학교 예상 조감도. 국방부 제공
국방부는 자운대 전체 72만평을 장기적으로 국방교육 허브로 조성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1단계로 국군사관학교를 설립하고, 2단계에서는 국군간호사관학교와 첨단기술사관학교, 학군·학사장교 교육과정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후 합동군사대학과 각 군 대학, 대학원 과정까지 통합해 대전을 ‘국군 인재 양성의 메카’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자운대에 있는 육·해·공군 대학은 충북 청주의 공군사관학교 부지로 옮겨 합동군사대학과 재통합하고, 육군교육사령부와 종합군수학교 등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장성군 상무대로 이전해 상무대를 육군 교육의 중심지로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기존 사관학교 부지는 역사·기념 공간으로 보존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육사가 자리한 서울 노원구 화랑대에 대해서는 박물관 등으로 활용해 ‘호국 성지’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사관학교 통합이 학령인구 감소와 병력 감축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2040년 상비병력이 35만∼4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강력한 군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며 “민간 대학도 구조조정을 하는 상황에서 사관학교라고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관학교 통합은 과거에도 8차례 검토됐지만 실행되지 못했다”며 “미래전 양상이 빠르게 변하고 전시작전통제권 회복에도 대비해야 하는 만큼 지금이 실행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각 군의 합동성 강화를 위해 입교 단계부터 국군으로서의 공통 정체성을 형성해야 한다는 점도 통합의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각 군이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사용하고 전력 증강 과정에서도 경쟁이 심각하다”며 “처음부터 국군이라는 공동의 뿌리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관학교의 인재 확보와 이탈 문제도 개혁 필요성의 근거로 거론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사관학교 생도 자퇴율은 15%를 웃돌고 있으며, 임관 후 5년 차 장교의 전역률도 15∼2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초대 국군사관학교 생도의 구체적인 입학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오는 10월 생도 선발 시기와 방식, 시설 조성 일정, 단계적 이전 방안 등을 담은 세부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군사관학교 설치법은 연내 제정을 목표로 추진하되 공청회와 국회 설명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정부 내부에서는 관련 법이 연내 통과될 경우 이르면 2028학년도부터 통합 생도를 선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현행 고등교육법상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입학연도 개시 22개월 전까지 공표해야 하는 점과 수험생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일정을 신중하게 정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이번 통합안이 육사 출신 일부 지휘관의 12·3 비상계엄 연루 논란에 따른 정치적 조치라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면서 사관학교 교육의 구조적 문제에만 집중해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통합안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각 군 사관학교의 정체성은 물론 역사와 전통을 끊고자 하는 획책”이라며 “현재의 각 군 사관학교 틀을 유지한 상태에서도 시설 투자와 조직 개편을 통해 충분히 교육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군 정체성 교육을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정부 설명에 대해서도 “첨단 과학기술 시대에 국군의 정체성 교육을 위해 반드시 한곳에 모아 교육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육사의 화랑대 이전에 대해서는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전형적인 보복 행위”라고 비판했다.

총동창회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국민과 함께 총궐기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안 장관은 반대 여론과 관련해 “개혁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열린 자세로 국민과 군 안팎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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