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핑카트로 굳게 가로막힌 홈플러스 마트 앞에 선 서울 영등포구 주민들 목소리에 탄식이 묻어났다.
14일 오전 10시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홈플러스 영등포점의 지상 입구 철장이 평소처럼 위로 올라갔다. 문이 열리자 대기하던 시민 10명 정도가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 1층 마트로 향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입구에 붙은 ‘홈플러스 마트는 임시 휴업합니다’ 안내문이 걸음을 멈춰 세웠다.

영등포점은 서울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홈플러스 매장이다. 지난 2001년부터 26년째 운영돼 왔다. 장보기, 주말 가족 나들이 장소로 주민들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했던 홈플러스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으면서 기억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홈플러스는 지난 13일 운영비 고갈을 이유로 전국 67개 매장에 휴업을 통보했다.

퇴근길에 매주 한 번은 홈플러스에 들렀다는 이인하(68·남)씨 역시 “식품 만족도가 높아 자주 장 보러 왔는데 휴업 소식을 듣고 직접 확인하러 와봤다”며 “이제 집 근처 작은 슈퍼마켓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아쉽다”고 했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놓인 홈플러스 직원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역 주민 김연주(73·여)씨는 “뉴스에서 휴점 소식 접했다”며 “마트 직원 대다수가 10~20년씩 일한 50대가 많다고 들었는데 아직 돈을 벌어야 할 나이에 새 직장 구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노모(82·여)씨도 “신선식품 매대에서 도마와 칼을 파고 한 종류의 음료수만 깔아놓는 등 물건이 많이 없다고는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문을 닫을 줄 몰랐다”며 “직원들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 보여 마음이 아프다”고 우려했다.

인천 계양구 홈플러스 작전점에서 16년째 근무해 온 김영옥(60·여)씨는 “평소에 하지 않던 전 품목 50% 행사로 고객이 몰려 마감 시간인 오후 10시를 넘기고 문을 닫을 정도였다”며 “주말이 지나자마자 갑자기 무기한 휴업을 통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김씨는 “법원의 회생 절차 폐지 결정 이후 버텨온 직원들의 절망감은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15일 총투쟁을 통해 마지막까지 홈플러스를 살려달라고 호소할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대구 북구 홈플러스 칠곡점에서 13년 4개월간 근무한 박윤자(55·여)씨도 전 품목 50% 행사 소식을 듣고 안 좋은 낌새를 느꼈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 5월 전부터 물류 공급이 안 돼서 남은 물건도 얼마 없는데 50% 할인을 한다니 정리하는 느낌이 들어 불안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전 품목 할인 때문에 너무 바빠서 직원들은 쉴 틈도 없이 일했다. 지쳐 쓰러지듯 자고 일어나 출근했더니 들리는 소식은 휴점이었다”며 “억울하고 분해서 이 마음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마트노조는 15일 집회를 열고 홈플러스 정상화와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마지막 투쟁에 돌입한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회생계획 수행에 필요한 최소 2000억원의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해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는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 확보와 오는 20일 법원의 최종 결정에 따라 영업 재개 여부를 정할 예정이다.
유정민 기자 yu@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