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경찰에 따르면 ‘장윤기 사건’ 증거인멸 및 유착 논란에 따른 대응에 속도가 붙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강력팀장이 핵심 증거 인멸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전국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유사 사건 전수조사를 진행할 TF(태스크포스)도 신설됐다.
이번 사건은 장윤기 부친이 현직 경찰 신분으로 핵심 증거를 직접 폐기하고, 관계자들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넘겨받았다는 의혹이 드러나 파장이 커졌다.
여기에 가족의 증거 인멸에 대한 처벌을 면제하는 현행 ‘친족 특례’ 조항의 존재가 알려지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전날인 8일 고(故) 이채원양 유족 등은 광주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사건 은폐를 규탄하고 친족 특례 조항 개선을 촉구했다. 고 이양 어머니는 “가족이라는 이유만로 천인공노할 증거 인멸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비극이 반복되면 안 된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해당 조항이 증거를 훼손한 자의 신분과 무관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연관된 범죄의 종류와 경중 역시 가리지 않는다. 이번 사건처럼 살인 혐의를 받는 피의자 범죄 은폐에 경찰이 직접 가담해도 ‘자동 면책’될 수 있는 셈이다.
과거에도 친족 특례로 경찰이 처벌을 피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1년 전북 전주 일가족 살해 사건에서 현직 경찰관이던 황씨가 증거인멸에 가담했다. 그는 조카의 범행을 알고도 주변인들에 차량 트렁크 속 범행 도구를 치우고 세차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방계 4촌 이내 친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황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형사·법조계 전문가들은 증거 인멸 행위의 경우 친족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1950년대 가족 공동체를 근거로 한 ‘낡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영미법에서는 친족특례 자체가 없고, 친족특례가 정해진 시기도 1950년대 유교가치가 컸을 때 기준”이라며 “가족의 형태가 다변화된 현재까지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면이 있어, 친족 구분 없이 증거인멸을 처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 같은 경우 해당 조항에 혜택을 보는 사람이 경찰 공무원인 것이 문제”라며 “장윤기 부친같은 수사공무원이나 공무원 등 친족특례의 예외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그대로 두면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래된 법 조항으로 인해 국민들 법 감정과 관계없이 면책되는 경우가 생겨난다”며 “수사기관 관계자가 가족의 범죄를 은닉하는 경우 형사 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으며, 살인사건을 포함해 타 유형의 범죄까지 생각한다면 심각성이 더 커진다”고 짚었다.
사건 은폐 의혹을 받는 경찰 관계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 필요성도 못 박았다. 한 교수는 “이번에 연루된 수사관들에 책임을 묻기 위해선 제대로 된 조사가 전제돼야 한다”며 “광주경찰서뿐 아니라 다른 경찰서 등과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상급 단위 기관인 경찰청 개입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가족과 추모모임은 현재 김영근 광주경찰청장에게 경찰의 부실수사를 항의하는 서한을 전달한 상태다.
장윤기는 지난 5월5일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인적 드문 보행로에서 고 이양을 성폭행 목적으로 납치하려다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희령 기자 bright@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