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9일 (4)
한국은 청년만 지원, 해외는 기업 움직인다 [신입 구함, 경력 필수⑬]

한국은 청년만 지원, 해외는 기업 움직인다 [신입 구함, 경력 필수⑬]

승인 2026-07-09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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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2024년 신설한 근로자 교육 총괄 기관 ‘스킬스 잉글랜드(Skills England)’를 통해 주요 산업 부문에서 숙련 인력 격차를 줄이고 있다. 스킬스 잉글랜드 홈페이지
영국은 2024년 신설한 근로자 교육 총괄 기관 ‘스킬스 잉글랜드(Skills England)’를 통해 주요 산업 부문에서 숙련 인력 격차를 줄이고 있다. 스킬스 잉글랜드 홈페이지
최근 국내에선 기업의 신규 채용 축소와 경력직 선호 현상으로 청년들이 마주한 취업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해외 국가들도 비슷한 고민을 마주쳤지만 이미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있었다. 정부가 양질의 청년 인력 양성에 집중하는 대신, 기업을 움직여 돌파구를 찾았다는 점에서 한국과 달랐다.

영국도 ‘경력 선호’, 정부가 신입 훈련비 낸다

영국도 한국처럼 청년 고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의 직업능력개발기관인 스킬스 잉글랜드(Skills England)가 지난달 발표한 ‘2026 연간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도 하지 않고 교육·훈련도 받지 않는 16~24세 청년(NEET)의 수가 95만7000명에 달했다. 청년 실업률 역시 16.1%로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영국 정부가 주목한 고용 한파의 본질은 ‘기업의 교육훈련 투자 감소’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기업의 직원 1인당 교육훈련비 지출은 2011년 2440파운드(약 495만 원)에서 2024년 1690파운드(약 343만 원)로 13년 만에 31%가 급감했다. 채용 담당자들이 즉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면서, 신입 사원 직무 교육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영국 정부는 기업과 청년을 직접 연결하는 일에 집중했다. 기업이 정의한 인재상과 필요로 하는 현장 기술에 맞는 직무훈련 커리큘럼을 정부가 직접 설계했다. 비용을 지원하고 운영도 책임졌다. ‘성장·기술 지원금(Growth & Skills Levy)’ 제도를 도입해, 기업이 청년을 고용하면 정부가 재정을 지원한다. 중소기업이 16~24세 사이 신규 견습생을 채용하면, 정부가 기업에 최대 2000파운드(약 402만 원)를 지원하는 식이다.

최근에 시작한 추가적인 지원금 보조 사업도 있다. 지난 3월 발표한 대규모 청년 고용 촉진 사업에 따르면 기업이 6개월 동안 보편적 복지 수당(UC)을 받으며 구직 활동을 한 18~24세 청년을 고용할 때마다 영국 정부가 3000파운드(약 605만 원)를 지원한다. 청년 일자리 2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로 총 10억 파운드를 추가 투자했다.

팻 맥패든 영국 노동연금부 장관은 “이러한 개혁은 젊은이들에게 직업 사다리의 중요한 첫걸음을 제공하고 기업 리더들이 회사를 성장시킬 인재를 채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티나 맥켄지 영국 중소기업연맹 정책위원장은 “치솟는 고용 비용 속에서 영국은 미래 세대의 인재 유출을 감당할 수 없다”라며 “청년들을 위한 견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소규모 고용주들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 자금을 우선적으로 투입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스킬스퓨처(SkillsFuture)’를 통해 직업훈련 지원, 자격, 취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싱가포르는 ‘스킬스퓨처(SkillsFuture)’를 통해 직업훈련 지원, 자격, 취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싱가포르, 직무 교육 소극적이면 분담금 부과

싱가포르는 직무 교육에 있어 기업의 역할을 강조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노동자들이 필요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 지원, 자격, 취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국가 플랫폼 ‘스킬스퓨처(SkillsFuture)’이 대표적이다.

싱가포르는 기업이 노동자의 직무훈련에 적극 나서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교육할 책임을 부과하는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달 발간한 ‘교육개발’에 실린 ‘싱가포르 국가 경쟁력의 원천:평생‧직업교육의 동향과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 기업이 자사 노동자의 숙련개발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할 경우 ‘숙련개발부담금(Skills Development Levy)’ 제도를 통해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반대로 노동자의 직업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기업에는 분담금이 부과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영민 숙명여대 교수는 “싱가포르의 숙련개발부담금 제도는 기업의 숙련개발 책임을 제도화하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라며 “이 제도로 기업이 노동자의 평생·직업교육에 소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숙련 노동자를 외부에서만 확보하려는 현상을 완화하고, 내부 인력에 대한 교육·훈련 과소 투자를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을 이끌 핵심 인재를 육성할 주체 역시 기업으로 명시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4월 발표한 ‘AI 시대 고용안정을 위한 해외사례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AI 관련 직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직원역량향상훈련지원금’ 제도를 마련했다. 실무 경험이 없어도 기업이 운영하는 AI 견습 프로그램(AIAP)에 참여해 AI 역량을 키울 수 있게 한 것이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싱가포르의 고용 서비스 발전 방향성이 가지는 가장 큰 의의는 과거의 국가 주도형 고용서비스 체계에서 벗어나 기업이 고용 서비스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라며 “기업이 고용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국가 지원으로 부담을 덜어주도록 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청년 적극 채용 기업에 정부 지원

과거 일본도 한국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저출산이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신입사원의 이직률이 높아 고민이 컸다. 결국 청년 고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2015년 ‘청소년고용촉진법’을 도입했다.

일본의 청소년고용촉진법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청년 응원 인정 기업’ 제도를 도입해, 청년의 채용과 육성에 적극적이고 고용 관리를 잘한 중소기업을 정부에서 청년 응원 인정 기업으로 인증해주기 시작했다. 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은 정부로부터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용센터는 해당 중소기업의 채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주고, 기업설명회의 기회도 우선적으로 준다. 또 일본정책금융금고로부터 기준금리보다 0.6% 낮은 금리로 융자를 받을 수 있고, 공적조달에서 가점이 부여되는 혜택도 있다.

또 일본은 청년들과 기업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이 고용 관련 정보를 적극 공개하도록 법제화했다. 신입사원과 5년, 10년차 직원의 연봉 수준부터 최근 5년간 기업에서 채용 인원수와 남녀 직원 비율, 정년 퇴직자 비율, 육아 휴직 비율, 취업 규칙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기업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현재 일본의 대졸 취업률은 98%에 달한다. 학교 졸업자 수보다 더 많은 수를 기업에서 채용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미 대학교 졸업 전부터 내정해 졸업하자마자 채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취직 의향이 있는 대학생은 졸업과 동시에 대부분 정규직으로 취직할 수 있다. 한국에선 사라진 종신고용 관행도 여전히 존재한다.

오학수 일본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은 “지금의 한국처럼 경력직 채용이 일반적인 상황이 되면, 대학교 졸업생은 채용에 불리하고 경험을 쌓을 기회가 원천적으로 적어서 청년 고용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며 “일본은 대학 졸업자의 구인 배율이 높아서 취업 준비생이 스스로 비용을 들여 경력을 만드는 일은 거의 없다. 한국도 일본처럼 대학 졸업자 신규 채용 관행이 부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상생 채용박람회’를 찾은 한 구직자가 취업용 증명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남동균 기자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상생 채용박람회’를 찾은 한 구직자가 취업용 증명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남동균 기자
정부와 기업은 청년 채용 시장의 공동 책임자

영국, 싱가포르, 일본의 청년 고용정책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된 원칙이 있다. 정부와 기업이 노동시장 진입을 앞둔 청년의 직업훈련 책임을 나눠진다는 점이다. 정부가 기업을 청년 채용 시장의 공동 책임자로 세우고, 기업이 부담 없이 신입을 채용해 교육할 수 있도록 정책과 비용으로 뒷받침하는 식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청년에게 직접 지원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5년간 추진해 온 청년 일자리 관련 사업 14개 중 청년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의 수가 13개에 달한다. 청년 구직자를 채용하도록 정부가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유인책을 제공하는 사업은 단 1개뿐이다. 정부가 노동시장 진입을 앞둔 청년 교육에만 예산이 편중된 결과, 청년 일자리가 여전히 부족해 경쟁만 치열해지고 고용률은 개선되지 않았다.(청년 일자리에 10조 원, 고용률은 떨어졌다 [신입 구함, 경력 필수⑧])

전문가들은 한국의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신입 교육‧훈련비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유재은 전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은 “싱가포르 사례 등을 보면, 기업이 청년을 채용해 훈련하도록 비용과 책임을 정부가 함께 감당하는 구조”라며 “정부와 기업이 청년 채용 시장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공동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신입을 뽑아 훈련시키고 일정 기간 고용을 유지하면, 그 비용을 보전하거나 혜택을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라며 “기업에게도 의무를 부과하는 동시에 손해를 보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편집자주] 신입 지원자에게 경력을 요구하는 모순. 기획의 시작이었다. 기업은 신입 채용 공고에 ‘경력 우대’를 기본으로 적는다. 정부는 취업 준비 청년들에게 일경험을 권한다. 신입 면접장엔 인턴과 경력자가 가득하다. 무경력 청년들은 조용히 수백만 원을 들여 경력을 사거나, 시간을 경력으로 바꾼다.
경력이 기본 스펙이 된 시대. 궁금해졌다. 경력 없는 신입 지원자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경력을 쌓고 있나. 신입 사원을 교육하던 기업의 비용은 누구에게 전가됐나. 정부의 취업 정책은 어떻게 기능하고 있나. 쿠키뉴스가 채용 시장의 구조 변화를 추적했다. 13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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