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용 시장의 답은 점점 전자에 가까워지고 있다. 기업들의 경력직 신입 선호가 높아지고 공채 대신 수시 채용이 늘면서 ‘중고 신입’이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런 흐름을 거슬러 신입을 직접 뽑아 키우는 기업들도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경력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다.
조직을 키우는 사람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핵심 인재를 직접 육성해야 한다.”
최근 서울 송파구 다이닝브랜즈그룹 본사에서 만난 김한민 다이닝브랜즈그룹 인사팀장이 말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회사 문화를 이해하고 조직에 맞게 성장한 신입들이 더 큰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였다. 김 팀장은 “지금 투자한 신입들이 5년 뒤, 10년 뒤 회사를 이끌 인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은 올해 신입 공채를 진행했다. 대학 졸업 예정자와 졸업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청년들이 대상이었다. 경력직 선호가 일반화된 최근 채용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선택이다.
bhc,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창고43 등을 운영하는 종합외식기업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김 팀장은 “회사가 BHC에서 다이닝브랜즈그룹으로 전환하며 조직문화 쇄신과 세대교체가 필요했다”며 “외식기업은 트렌드를 읽는 젊은 감각이 중요하다. 회사 DNA를 가진 인재를 직접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람을 키우는 조직
다이닝브랜즈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공채를 통해 입사한 직원 가운데 퇴사자는 아직 한 명도 없다. 신입 채용에 주력한 이후 회사 전체 이직률도 이전보다 낮아졌다. 김 팀장은 “신입들이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기존 구성원들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효과가 생각보다 컸다”며 “장기적으로는 회사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입사 초기엔 회사의 미션과 비전, 핵심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도록 온보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6개월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부서의 우수 인재를 멘토로 연결, 회사 적응을 돕는다. 신해경 인재육성팀장은 “미션 수행과 빙고 프로그램, 부서 탐방, 명함 받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조직을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며 “AI를 활용한 미션 수행과 방탈출 프로그램, 레고 플레이 등 게임 요소를 접목한 교육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로 키우는 미래
이 같은 인재 육성 전략이 모든 기업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신입을 채용해 교육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투자다. 김 팀장도 “초기에는 인건비와 교육 비용이 들어간다. 당장 성과만 보면 경력직이 유리한 부분도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채용 시장은 이미 수시 채용과 경력직 채용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신입 채용 비중은 2019년 47.0%에서 2023년 40.3%로 감소했다. 반면 2022년부터는 경력직 채용 비중이 신입 채용을 넘어섰다. 그만큼 경력이 없는 청년들은 노동시장에 첫발을 내딛기가 더 어려워졌다. 기업들은 경력을 원하지만, 경력을 쌓을 기회는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기업은 단기적인 채용 효율보다 장기적인 경쟁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입을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로 바라보는 것이다. B2B 정보 서비스 기업 알파사이츠 역시 경력직보다 신입 채용과 내부 육성을 중심으로 인재를 키우고 있다. 채용 단계부터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우선하고, 조직 안에서 경험을 쌓으며 리더로 성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알파사이츠 코리아 관계자는 “경영진 철학상 경력직을 뽑기보다 신입을 채용해 내부에서 성장시키는 구조”라며 “임원진도 모두 신입 출신이다. 처음부터 조직을 경험하며 성장한 사람들이 조직 이해도와 리더십도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으로 남는 경쟁력
이들 기업은 단기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외부에서 영입하기보다 조직과 함께 성장할 인재를 내부에서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장의 채용 효율성보다 조직 이해도와 장기적인 생산성, 내부 인재 파이프라인 구축을 더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다.
인재 채용만큼 중요한 것은 채용한 인재의 육성이다. 전문가는 청년 채용의 성패도 결국 인재 육성 체계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실장은 “중소기업도 단기적인 인력 활용 관점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직무교육과 멘토링 등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사람을 잘 가르치고 꾸준히 육성하는 기업일수록 장기적으로 청년 채용은 물론 조직 안정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직무교육을 넘어 청년들이 회사에서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이직하지 않고 회사에 계속 머무는 이유가 된다. “청년 채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람을 뽑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관점이 중요하다”라며 “청년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도록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연봉뿐 아니라 실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이직하지 않고 책임감과 성취감을 느끼며 회사와 함께 성장하려는 청년들도 분명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재를 직접 키우는 전략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기업의 장기적인 시각과 경영진의 의지가 뒷받침돼야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항상 효율성만을 기준으로 인사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 오너나 경영진의 신념과 철학에 따라 효율성과 관계없이 인재 육성 제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며 “경력직 중심 채용이 일반화될수록 기업의 협상력은 커지고 노동시장에서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서게 된다. 반대로 청년들은 처음 경력을 쌓을 기회가 줄어들면서 노동시장 진입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예솔 김은빈 기자 ysolzz6@kukinews.com
[편집자주] 신입 지원자에게 경력을 요구하는 모순. 기획의 시작이었다. 기업은 신입 채용 공고에 ‘경력 우대’를 기본으로 적는다. 정부는 취업 준비 청년들에게 일경험을 권한다. 신입 면접장엔 인턴과 경력자가 가득하다. 무경력 청년들은 조용히 수백만 원을 들여 경력을 사거나, 시간을 경력으로 바꾼다.
경력이 기본 스펙이 된 시대. 궁금해졌다. 경력 없는 신입 지원자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경력을 쌓고 있나. 신입 사원을 교육하던 기업의 비용은 누구에게 전가됐나. 정부의 취업 정책은 어떻게 기능하고 있나. 쿠키뉴스가 채용 시장의 구조 변화를 추적했다. 13편에 걸쳐 보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