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연수원이 조용해지고 있다. 최근 대기업 공채 신입사원들이 단체로 입소하는 모습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기업이 신입을 ‘함께 뽑아 함께 키우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풍경이다.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한 기업 연수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8월 문을 닫았다. 해당 연수원 경비원 A씨는 “옛날에는 여러 기업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많이 했는데, 코로나19 이후로 연수가 확 줄었다”라며 “이제 연수원으로 운영은 안 하고 용도 변경해서 본사에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닫은 연수원 주변에서는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서울 강북구 한 기업 연수원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B씨는 “3년 전만 해도 교육 들으러 (연수원에) 사람들이 많이 왔다”고 말했다. 인근 상가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커피숍 점주 C씨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연수원 고객이 줄긴 했다”고 말했다.

공채 줄고 수시 채용, 연수원 기능 달라졌다
기업 연수원 기능 변화와 감소는 행정 통계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쿠키뉴스가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6년까지 기숙사 시설을 갖춘 기업 인재원·연수원 가운데 직업능력개발훈련시설로 새로 지정된 곳은 7곳인 반면, 지정이 해제된 곳은 8곳이었다. 특히 2016년 이후 신규 지정은 2019년과 2022년 각각 1곳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지정 해제는 6곳에 달했다. 다만 해당 지표는 법상 지정시설만을 집계해 전체 기업 연수원 추이를 대표하진 않는다.
연수원 감소와 기능 변화의 배경에는 달라진 대기업들의 채용 방식이 있다. 최근 대다수 기업들의 공채 규모가 줄고 채용 방식이 직무별·수시 채용 중심으로 바뀌었다. 공채로 입사한 신입을 기수 별로 모아 장기간 교육하던 구조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신입 채용 공고도 줄었다. 채용 플랫폼 캐치가 2024년과 2025년 각 1~11월 자사 사이트에 게재된 대기업 정규직 신입 채용 공고를 분석한 결과, 2025년 공고는 2145건으로 전년 3741건보다 42.7% 줄었다. 인턴·계약직을 포함한 전체 신입 채용 공고 감소폭 34.0%보다 더 큰 감소세다.
현장에서도 공채 비중이 낮은 기업일수록 한 기수 전체를 모아 교육하는 방식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한 미디어 기업 인사팀 관계자D씨는 “전통적으로 공채를 통한 채용 비중이 높지 않은 기업들에게는 이러한 기수별 집체교육이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연수원은 대규모 공채로 선발한 신입사원을 한꺼번에 모아 회사 문화와 직무 기본기를 교육하는 공간이었다. 같은 기수로 입사한 신입들이 며칠에서 길게는 수주간 합숙하며 회사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를 익혔다.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고 동기 네트워크를 만드는 첫 관문이기도 했다. 결국 연수원 축소는 신입사원이 조직에 적응하고 동기 관계망을 형성할 기회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2024년 한 반도체 기업에 입사해 4주간 합숙 연수를 한 장세훈(32·가명)씨는 “이전 회사는 작은 규모라 연수를 가본 적이 없었는데, 현 회사에서 연수를 가서 정말 재미있고 좋았다”며 “연수원 곳곳에 합격을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써 있고, 같은 신입사원들이 모여 있으니 애사심이 저절로 차오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합숙하지 않고 바로 입사했을 때와는 회사 구성원끼리 친해지는 정도나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다를 것”이라며 “합숙 연수는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기업 연수원의 핵심 기능을 맞춤형 교육과 조직문화 학습에서 찾는다. 김화진 미시간대 로스쿨 석좌교수는 “대학이나 외부 교육기관은 어느 회사에나 맞는 범용 교육을 하지만, 기업 연수원은 자기 회사와 직무에 맞는 교육을 한다”라며 “연수원에서 기업 문화를 학습하다 보면 동기들과의 동질감, 나아가 회사에 대한 충성심도 생긴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채가 줄고 집체교육이 사라지다 보니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입 합숙 연수 축소로 교육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반대로 부서별 교육 격차와 신입사원의 조직 적응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집합교육 대신 온라인 교육, 부서별 OJT(직장에서 실제 업무를 하며 배우는 교육), 멘토·버디 제도, 직무별 소규모 교육 등을 활용하면 비용과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교육 역할이 현업 부서로 넘어가면 부서별 교육의 질 차이가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수시 채용이 늘면 기업의 교육 방식도 달라진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공채의 종말과 노동시장의 변화’ 보고서는 공개 채용을 진행하는 경우 집체식 교육훈련을 하는 사업체가 많지만, 수시 채용으로 채용 방식이 바뀌면 교육훈련 제도 역시 변화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수시 채용 인력은 주로 OJT를 통해 교육·훈련을 받는다”라며 “이는 회사가 별도의 교육·훈련을 계획하고 시행하기보다 근로자가 일하면서 스스로 배우기를 기대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정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지난 6월에 발간한 ‘한국청년들의 근로준비도 연구’ 보고서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짚었다. 보고서는 공채 축소로 동기, 연수 등 비형식 학습이 줄면서 신입사원이 ‘혼자 던져지는’ 환경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입직 초기 3개월 이내 이탈은 조직과 직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부담과 관련이 있었다”라며 “체계적인 OJT 부재, 역할과 기대의 불명확성, 동기 집단 및 멘토의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수시 채용 확대와 집체교육 감소는 신입을 현업에 더 빨리 투입되도록 한다. 기업 차원의 연수와 교육이 줄어들면서, 조직문화 적응과 관계 형성은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적응에 실패하면 조기 퇴사로 이어지고, 기업은 다시 신입 교육에 비용을 들일 유인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다.

신입사원 교육을 주로 하던 기업 연수원은 최근 들어 다양한 교육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여전히 신입 입문교육과 직무교육, 리더십 교육 등을 위해 연수원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대면 교육은 조직문화 전파와 관계 형성 측면에서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수원 경비원 E씨는 기업 연수에 대해 “예전보다 3분의 1 정도 줄어든 것 같다”며 “신입사원 교육도 오긴 오는데, 외부 대관이 늘어난 편”이라고 말했다. 연수원이 예전처럼 신입사원 입문 교육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외부 행사나 다른 목적의 교육 공간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석좌교수는 “공채가 줄어들면 기업 연수원 운영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이제 연수원들도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 신입 공채 교육을 하기 어렵다면 중간 관리자나 임원 교육에 더 비중을 두는 방식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김수지 김은빈 기자 sage@kukinews.com
[편집자주] 신입 지원자에게 경력을 요구하는 모순. 기획의 시작이었다. 기업은 신입 채용 공고에 ‘경력 우대’를 기본으로 적는다. 정부는 취업 준비 청년들에게 일경험을 권한다. 신입 면접장엔 인턴과 경력자가 가득하다. 무경력 청년들은 조용히 수백만 원을 들여 경력을 사거나, 시간을 경력으로 바꾼다.
경력이 기본 스펙이 된 시대. 궁금해졌다. 경력 없는 신입 지원자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경력을 쌓고 있나. 신입 사원을 교육하던 기업의 비용은 누구에게 전가됐나. 정부의 취업 정책은 어떻게 기능하고 있나. 쿠키뉴스가 채용 시장의 구조 변화를 추적했다. 13편에 걸쳐 보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