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6일 (1)
청년 일자리에 10조 원, 고용률은 떨어졌다 [신입 구함, 경력 필수⑧]

청년 일자리에 10조 원, 고용률은 떨어졌다 [신입 구함, 경력 필수⑧]

승인 2026-07-06 06:00:06 수정 2026-07-06 09: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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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7일 서울 서초구 aT 센터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상생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판를 보고 있다. 남동균 기자
지난 4월27일 서울 서초구 aT 센터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상생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판를 보고 있다. 남동균 기자
문재인 정부는 취임 첫날 ‘일자리 상황판’을 집무실에 설치했다. 윤석열 정부는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을 새로 만들어 청년 직무 경험 확대에 나섰고, 이재명 정부는 올해 추경을 통해 청년 일자리 예산을 늘렸다. 매번 ‘청년 고용’을 외쳤다. 그런데 청년 고용률은 최근 2년 넘게 내리막이다.

5년간 청년 일자리 예산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쿠키뉴스가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최근 5개년 청년 일자리 관련 예산 규모 및 미집행 사유’ 자료에 따르면 △ 2021년 1조1739억 원 △ 2022년 1조8145억 원 △ 2023년 2조2700억 원 △ 2024년 2조3800억 원 △ 2025년 2조4354억 원으로 5년 만에 두 배 넘게 불어났다. 최근 5년간 정부가 청년 일자리 관련해 투입한 예산은 총 10조734억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청년층 고용 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지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30세 미만(15~29세) 고용률은 43.8%로, 1년 만에 2.4%p 떨어졌다. 2024년 5월 이후 2년 1개월 연속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감소세다. 코로나19 영향이 이어지던 2021년 1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반면 전년 대비 고용보험 전체 가입자는 1.7% 증가하고, 40대와 50대 고용률은 각각 0.5%p, 0.9%p 늘어났다. 청년 일자리 예산은 두 배 늘어나는 동안, 청년 고용률만 떨어진 것이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기업 채용 수요는 감소, ‘양질’ 인력 공급에 집중

막대한 청년 일자리 재정 투입에도 고용 지표가 개선되지 못한 원인으로 예산 투입의 방향성이 언급된다. 기업들의 실질적인 일자리를 늘리는 수요 확대 정책보다 청년들의 직무 능력 향상 같은 단기 공급 지원에 치우쳤다는 의미다.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원하는 직무 능력을 갖추도록 청년들을 교육하는 데에만 예산이 편중된 결과, 시간이 지나도 고용률은 개선되지 않고 경쟁만 치열해졌다.

정부의 대표적인 단기 공급 정책이 미래내일일경험 사업이다. 2023년 윤석열 정부가 새롭게 마련한 정책으로, 청년이 민간 기업에서 직무를 체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비용을 대는 방식이다. 기업 채용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인재의 기준에 청년을 맞추는 접근이다. 청년을 더 좋은 인력으로 만들면, 기업이 채용할 것이란 논리로 설계됐다. 공급(인력)을 키우면 수요(일자리)가 따라올 거라는 가정이 깔려있다.

기업들의 경력직 중심 채용 트렌드에 대응하겠다는 취지였으나, 정작 참가 청년들 사이에선 “기업에 어필할 만한 경력이 되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프로그램에 대한 사후 평가 부재도 한계로 지적됐다.(연 2000억 들인 청년 일경험, 정작 경력 안 된다 [신입 구함, 경력 필수⑤])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은 도입 첫해인 2023년 553억 원에서 이듬해인 2024년 1727억 원으로 3배 넘게 증액됐고, 이후 꾸준히 늘어 2026년에는 2187억 원이 배정된 상태다.

권다영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채용 시장은 업무에 즉시 투입 가능한 경력형 인재를 선호하는 반면, 정부 재정은 초기 진입자를 위한 범용 직무교육이나 한시적 일 경험 위주로 분산 투입됐다”라며 “고용 트렌드와 일부 미스매치가 발생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 예산 투입량 중심의 정량 평가에서 벗어나, 실제 양질의 민간 고용으로 얼마나 원활하게 연계됐는지를 정밀하게 점검하는 평가 체계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정권 따라 춤추는 청년 일자리 예산

일자리 정책이 중장기적인 국가 비전 아래 설계된 것이 아니라, 정권별 단기 대책에 그친다는 점 역시 청년 고용률 개선에 실패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5년 단임제 특성상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간판 사업을 내세우다 보니, 정책의 연속성이 끊기고 예산 효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업무 지시 1호로 일자리위원회를 신설하며 ‘공공일자리 확대’를 내세웠다. 임기 5년간 111조 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목표로 삼았다.

윤석열 정부는 정반대의 노선을 택했다. 윤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던 2021년 11월 자신의 SNS에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라며 “반드시 일자리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다른 방향의 일자리 정책을 예고했다. 그렇게 탄생한 대표적인 청년 일자리 정책이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들어선 이재명 정부는 새로운 청년 지원책을 내년에 제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2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 고용 절벽’을 언급하며 “각 부처에 이전에 없던 규모의 청년 지원 프로그램을 주문했고, 관련 사업들이 2027년 예산안에 본격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기존 사업의 예산을 증액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구직촉진수당과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지원 대상을 넓히고, 청년 일자리 예산을 지난해 2조4354억원에서 올해 추가경정예산 포함 2조7746억원을 배정했다.

그 결과 고용노동부의 청년 예산 규모는 해마다 들쭉날쭉하다. 문 정부가 2020년 시작한 공공부조 사업인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대표적이다. 2021년 6750억 원, 2022년 6653억 원이 투입되다가, 2023년 윤 정부 들어 5743억 원으로 삭감됐다 2024년엔 6490억 원으로 반등했다가, 2025년엔 다시 4975억 원으로 급감했다. 2026년 이 정부 출범 이후 6006억 원으로 다시 회복했다.

기업 대상 고용 촉진 사업인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도 널뛰기를 반복했다. 2022년 5427억 원을 배정했으나, 집행률이 43%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예산 추계 과다로 불용 예산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전년도 예산을 다 쓰지 못한 사업인데도 윤 정부는 2023년 무려 3463억 원을 증액한 8890억 원을 배정했다. 집행률이 80.9%에 머물자, 2024년엔 다시 2314억 원을 깎아 6576억 원을 투입했다. 이후 2025년 7914억 원, 2026년 9251억 원으로 예산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는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에 장기적인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청년 정책 예산 변동 폭이 크고 흔들린다”라며 “정책의 방향성이 정권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끊기는 단절 현상이 반복된다. 나아지려고 하면 또 다른 걸로 바꾸는 식이라 예산 변동 폭도 심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년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중장기적인 방향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청년 일자리 사업 14개 중 기업 고용 촉진책 1개 뿐

정부가 바뀌어도 구직자의 역량을 키워 채용 시장에 공급하는 데 집중하는 일자리 정책 기조는 그대로 이어졌다.

백기홍 국회 예산정책처 인구전략분석과 분석관은 “지금까지 많은 정책이 청년들에게 직무 경험, 교육, 매칭 서비스, 정보 등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왔다”라며 “이런 정책도 필요하지만, 기업이 실제로 청년을 채용하고 훈련할 유인이 약하다면 청년 개인의 스펙 쌓기만 늘어날 수 있어 청년 개인 지원과 함께 기업의 채용·훈련 유인을 강화하는 쪽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5년간 추진한 청년 일자리 관련 사업 14개 중 청년을 직접 지원하는 공급 측면 사업은 13개에 달했다. 기업이 청년 구직자를 채용하도록 보조금을 주거나 유인책을 제공하는 수요 측면 사업은 단 1개뿐이었다. 10조 원이 넘는 청년 일자리 예산 대부분이 실질적인 일자리 수요를 늘리는 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기업이 청년 채용을 원하도록 유도하는 사업은 2022년 도입된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이 유일하다. 중소·중견기업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6개월 이상 고용 유지 시 최대 72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4년간 총 2조8809억 원이 투입돼, 전체 예산의 약 28.5%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일자리 예산 투입 방향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제언했다. 유재은 전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은 “공급자 중심 정책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라며 “현재는 청년이 단기적으로 원하는 것을 제도로 만듦으로써 당사자의 정책 체감도만 높이는 방식”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구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투입하는 것이 현명한 예산 집행”이라며 “기업이 신입을 뽑아 훈련하고 고용을 유지할 때 비용을 보전하는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지원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은 “정부가 일 경험, 취업 상담, 직무교육 등의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자체가 충분히 늘어나지 않다 보니 정책 효과가 제한적으로 느껴진다”라며 “단순히 취업 준비 과정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과 비수도권 기업의 임금·복지·성장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청년들이 ‘가고 싶은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편집자주] 신입 지원자에게 경력을 요구하는 모순. 기획의 시작이었다. 기업은 신입 채용 공고에 ‘경력 우대’를 기본으로 적는다. 정부는 취업 준비 청년들에게 일경험을 권한다. 신입 면접장엔 인턴과 경력자가 가득하다. 무경력 청년들은 조용히 수백만 원을 들여 경력을 사거나, 시간을 경력으로 바꾼다.
경력이 기본 스펙이 된 시대. 궁금해졌다. 경력 없는 신입 지원자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경력을 쌓고 있나. 신입 사원을 교육하던 기업의 비용은 누구에게 전가됐나. 정부의 취업 정책은 어떻게 기능하고 있나. 쿠키뉴스가 채용 시장의 구조 변화를 추적했다. 13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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