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청년도전지원사업은 본래 구직 의욕이 낮아진 청년을 발굴해 사회활동 참여와 노동시장 진입을 돕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정확히는 취업 준비 청년을 위한 사업이 아닌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청년도전지원사업의 사업 목적에 대해 ‘구직단념 청년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해 청년의 구직 의욕 고취, 노동시장 참여 및 취업 촉진을 지원한다’고 설명한다. ‘구직 의욕이 떨어진 청년’을 발굴·모집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 사회활동 참여와 노동시장 진입을 돕는 취지다. 쿠키뉴스가 박홍배 의원실을 통해 받은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추경예산을 포함해 올해 617억 원의 예산이 청년도전지원사업에 배정됐다.
하지만 각 지자체에서 모집하는 청년도전지원사업 포스터나 공고에서 구직 단념 청년을 모집하는 프로그램이란 단서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렇다보니 취업 준비 중인 청년들도 관심을 갖게 되고 참여로 이어져 놀이공원이나 프로필 촬영 같은 문화 활동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청년센터 금천에서 모집하는 청년도전지원사업 포스터 속 참여 대상엔 ‘구직 단념 청년’이 아닌 ‘구직 준비 청년’이라고 적혀 있었다. ‘창업 멘토링’ ‘아나운서에게 배우는 스피치’ 같은 취업 관련 활동과 함께 ‘초간단 쿠킹클래스’ ‘프로필 촬영’ ‘서울랜드 수학여행’ ‘동기 MT’처럼 취업과 관련 없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는 것 역시 눈에 띄었다.

구직 중에도 참여 가능한 느슨한 기준?
정씨처럼 구직에 대한 의지를 갖고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이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도 문제다. 구직 단념 청년을 지원하는 사업 취지와 달리, 평범한 취업 준비 청년도 참여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구직을 단념한 청년과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씨는 “만약 구직 단념 청년을 모집하는 프로그램이란 사실을 알았으면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도전지원사업의 지원할 수 있는 조건은 세 가지다. 최근 6개월간 취업·교육·직업훈련 참여 이력이 없고, 만 18~34세 청년이고, 구직단념청년 문답표에서 21점(30점 만점) 이상을 충족하면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구직단념청년 문답표도 쉬운 설문 위주라 충족하기 어렵지 않다. 정씨는 “설문을 하면서 참여자를 가려내는 것보다 무난한 문항 위주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청년도전지원사업에서 상담원 문답표를 통해 구직 의지와 일자리 수용 태도, 취업 스트레스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구직 의욕이 낮은 청년’을 선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지원 대상 기준인 ‘6개월 이상’은 사업이 시작된 2021년 전문가 논의를 거쳐 마련된 것이고, 내부에서도 지원 기준인 ‘기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30일 쿠키뉴스에 “구직 의지나 일자리 수용 태도, 취업 스트레스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해 구직 의욕이 낮은지를 판단하고 있다”며 “6개월 기준에 대해서는 짧다는 의견도, 더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다양한 논의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청년도전지원사업은 구직 단념 청년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구직 단념 청년부터 자립 준비 청년, 청소년 복지시설 입·퇴소 청년, 북한 이탈 청년, 지역 특화 청년, 가습기살균제 피해 청년까지 지원 대상이 다양하다. 각자 처한 상황과 필요한 지원이 다른 취약계층 청년들이 하나의 프로그램에 모여 유사한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구조인 것이다.
취업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어도 청년도전지원사업은 청년들에게 인기가 많다. 지급되는 수당과 인센티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24 홈페이지에 따르면 청년도전지원사업 단기 참여자는 50만 원, 중기 참여자는 150만 원, 장기 참여자는 250만 원의 참여 수당을 각각 받는다. 프로그램 기간과 취업 여부 등에 따라 인센티브도 주어진다. 만약 25주 이상 장기 프로그램 참여자가 수당과 인센티브 조건을 모두 달성하면 최대 35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지원금을 모집 인원으로 계산하면 청년도전지원사업에 투입되는 예산만 각 지자체마다 수억 원대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정교하게 설계되지 못한 정책 대상과 처방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구직 단념 청년은 은둔형 외톨이와 다르고, 구직 단념의 원인도 다양한데 기존 노동시장 정책 중심으로 접근한 한계가 나타난 결과라는 지적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부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여러 대상을 뒤섞다 보니 정교하지 못한 프로그램이 된 것”이라며 이어 김 교수는 “구직 단념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유형을 한꺼번에 묶으면 정책 처방도 뭉뚱그려질 수밖에 없다”며 “대상별로 필요한 지원을 구분하고, 이후 노동시장 진입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지 김은빈 기자 sage@kukinews.com
[편집자주] 신입 지원자에게 경력을 요구하는 모순. 기획의 시작이었다. 기업은 신입 채용 공고에 ‘경력 우대’를 기본으로 적는다. 정부는 취업 준비 청년들에게 일경험을 권한다. 신입 면접장엔 인턴과 경력자가 가득하다. 무경력 청년들은 조용히 수백만 원을 들여 경력을 사거나, 시간을 경력으로 바꾼다.
경력이 기본 스펙이 된 시대. 궁금해졌다. 경력 없는 신입 지원자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경력을 쌓고 있나. 신입 사원을 교육하던 기업의 비용은 누구에게 전가됐나. 정부의 취업 정책은 어떻게 기능하고 있나. 쿠키뉴스가 채용 시장의 구조 변화를 추적했다. 13편에 걸쳐 보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