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자컴퓨터와 양자통신 시대를 앞당길 핵심 부인 ‘단일광자 광원’이 연구실을 벗어나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 형태로 구현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극저온 장치 없이 상온에서 작동하는 단일광자 광원을 19인치 랙형 소형 장비로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단일광자 광원은 빛의 최소 단위인 광자를 한 번에 하나씩 방출하는 장치로, 양자통신, 양자센싱, 양자계측 등 광자 기반 양자기술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특히 양자암호통신에서 단일광자는 정보 전달 매개체 역할을 한다. 양자역학 특성상 누군가 통신 내용을 엿보려고 광자를 측정하면 광자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도청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단일광자 광원은 미래 보안 통신망 구축의 핵심 부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일광자 광원은 영하 270℃ 수준의 극저온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냉각기와 대형 광학 실험대, 정밀 광학장비가 필요하고 숙련된 연구자가 지속적으로 광학계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실용성이 제한됐다.
KRISS 연구진은 이런 한계를 질화갈륨(GaN) 반도체를 이용해 해결했다.
질화갈륨은 열 안정성과 내구성이 뛰어나 상온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한다.
연구진은 질화갈륨 결정 내부에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원자 수준의 미세 결함을 활용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결함은 성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지만, 특정 결함은 에너지를 받으면 광자를 하나씩 방출하는 양자발광 중심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이 특성을 이용해 단일광자 발생 장치를 구현했다.
그러나 원자 단위로 무작위 분포하기 때문에 장비의 전원을 껐다 켤 때마다 같은 결함 위치를 다시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간 확정적 맵핑’ 기술을 개발했다.
반도체 내부의 단일광자 방출체 위치를 좌표처럼 기록해 두고, 장비를 재가동해도 동일한 위치를 자동으로 찾아가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위치 재현 정밀도는 10나노미터 이하 수준을 확보했다.
공동연구에 참여한 공주대 이욱재 교수팀은 질화갈륨 표면에 나노미터 크기의 동심원 구조인 ‘원형 브래그 격자’를 제작했다.
이 구조는 점결함에서 발생한 광자가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는 것을 막고 특정 방향으로 집중시킨다.
연구진이 개발한 장비는 220V 일반 전원만 연결하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플러그앤플레이 방식이다.
광학 정렬 과정도 최소화해 19인치 4U 랙 형태로 제작, 기존 양자암호통신 장비와 손쉽게 연결할 수 있다.
장비 내부에는 고배율 렌즈와 광학 필터, 광섬유 결합 장치 등을 집적해 팬 냉각 방식으로 10~40℃ 상온 환경에서 운용 가능하며 별도의 극저온 냉각장치가 필요 없다.
이 결과 단일광자 순도를 나타내는 g²(0) 값이 0.28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0.5 이하이면 단일광자 광원으로 인정된다.
초당 약 68만 개의 광자를 방출하며 30분 동안 출력 변동은 1.6% 수준으로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번 성과는 양자 핵심 부품 국산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동안 해외 기술에 의존하던 단일광자 광원을 국내 기술로 상온 동작 장비를 구현하고 제품화 단계까지 진입해 양자 소부장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
KRISS는 스핀오프 기업 ㈜큐라드와 함께 제품화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KRISS는 현재 단일광자 광원 개발부터 성능 측정, 품질 검증까지 수행하는 국내 유일의 원스톱 양자광 플랫폼도 운영 중이다.
홍기석 KRISS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단일광자 광원은 극저온 환경과 대형 실험장비가 필요해 연구실 중심으로 활용돼 왔다"며 ”이번 기술은 상온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장비형 광원을 구현해 양자통신과 양자센싱 등 다양한 산업 현장의 활용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22일 국제학술지 ‘Laser & Photonics Reviews(IF: 9.8)’에 게재됐다.
(논문명: Boosting Single-Photon Extraction Efficiency in GaN Through Radiative Mode Conversion)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