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 피해자는 경제적·정서적 종속 때문에 폭력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전동부경찰서와 대전대는 11일 대전대 30주년기념관에서 ‘관계성 범죄예방 정책 보고회’를 열고 교제폭력, 스토킹, 가정폭력을 주제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이날 발표된 세 편의 연구는 서로 다른 범죄임에도 공통적으로 ‘관계의 지속성’이 피해자의 신고 포기와 재피해를 만드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때문에 이를 단순히 가해자 처벌이나 일시적 분리만으로 해결하는 것에 한계가 있고, 피해자의 자립 기반을 함께 구축해야 실질적인 범죄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날 가정폭력 분야를 발표한 대전대 경찰학과 학생들은 대전 동구 대학생과 주민 23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 응답자의 87.4%는 가정폭력을 사회가 엄중하게 다뤄야 할 범죄로 인식했고, 76.5%는 피해자가 신고를 취소해도 위험성이 높다면 경찰이 직권으로 수사와 보호를 이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되돌아가는 가장 큰 원인으로 경제적·정서적 의존을 꼽으며 경찰 대응과 복지 지원을 결합한 원스톱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교제폭력 연구는 연인 관계라는 친밀성이 폭력을 은폐하고 신고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에 대해 분석했다.
연구에 참여한 대전대 경찰학과 학생들은 범행 초기 단계에서 적극적인 경찰 개입과 위험성 평가, 피해자 보호 체계 강화가 재범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교제폭력이 단순한 다툼이 아니라 반복적인 통제와 감시, 심리적 압박을 통해 피해자를 지배하는 관계성 범죄로 규정했다.
특히 폭력이 심화하기 전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피해자의 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위험성을 평가해 선제적으로 개입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가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 때문에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은 만큼 경찰과 상담기관, 지역사회가 연계한 지속적인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스토킹 연구는 가해자의 반복적 접근과 피해자의 불안이 장기간 이어지는 특성을 분석하며 접근금지 조치의 실효성과 지속적인 피해자 보호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스토킹을 단순 괴롭힘이 아닌 중대 범죄로 인식하고 선제적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스토킹 범죄가 문자메시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위치 추적, 주변인 접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며 피해자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접근금지 명령만으로는 재범을 막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전자감독 장치 활용과 상시 모니터링, 피해자 맞춤형 보호조치를 함께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심리 상담과 임시 주거 지원, 신변 보호 장비 보급 등을 통합한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장기적인 재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에서는 대전대 경찰학과 이봉한 교수를 좌장으로 대전동부서 여성청소년과, 대전열린가족통합상담센터, 법률 전문가들이 참석해 관계성 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과 경찰 대응 체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 교수는 “관계성 범죄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일반 강력범죄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며 “초동 단계에서 위험성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경찰·지자체·전문 상담기관이 정보를 공유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문상 대전동부서 여성청소년과장은 “피해자가 신고를 취소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반복 피해 가능성이 높다면 지속적인 사후 관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경제적 자립과 심리 회복을 지원하는 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참석자들은 관계성 범죄를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의 안전 과제로 인식하고, 예방과 보호, 사후 관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치안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