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0일 (6)
민주주의는 관객이 아닌 참여자를 기억한다 [데스크 창]

민주주의는 관객이 아닌 참여자를 기억한다 [데스크 창]

투표장으로 가는 10분, 지역의 4년을 바꾼다

승인 2026-06-03 1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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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용 대구경북본부장
최재용 대구경북본부장
오늘 우리는 4년 동안 지역을 이끌어 갈 일꾼을 뽑는 6·3 지방선거를 맞았다. 시장·군수·구청장과 시·도지사, 교육감까지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정치 행위다. 도로와 교통, 복지와 교육, 도시의 미래를 좌우할 선택이 바로 투표용지에 담겨 있다.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들리는 말이 있다. “누가 당선돼도 똑같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고개를 숙인다.” “내 한 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정치에 대한 실망이 깊어질수록 이런 냉소도 커진다. 실제로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보다 투표율이 낮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누가 승리하느냐보다 왜 시민들이 투표를 포기하게 됐느냐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기는 갈등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갈등은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지만, 무관심은 시민이 스스로 권리를 내려놓는 행위다. 투표장에 가지 않은 사람의 뜻까지 민주주의가 대신 반영해 주지는 않는다. 결국 사회의 방향은 참여한 시민들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한국 사회에 정치 냉소주의가 깊어진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공약과 진영 대결, 선거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현실은 시민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지방선거마저 지역 비전 경쟁보다 중앙 정치의 연장선으로 비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정치에 대한 실망이 투표 포기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럴수록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지방정부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도전 속에서 지역의 경쟁력은 정책과 행정 역량에 의해 좌우된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와 사람들이 모여드는 도시의 차이도 결국 선택의 결과다. 지방선거는 단순히 대표를 뽑는 절차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 전략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참정권은 결코 저절로 주어진 권리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정치 참여의 권리를 얻기 위해 싸웠고 희생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소중한 권리를 너무 쉽게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무관심이 또 다른 불신을 낳는다는 점이다. 투표율이 낮아질수록 조직된 소수의 영향력은 커지고, 정치는 다수 시민보다 열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시민은 정치를 더 멀게 느끼고, 불신은 더욱 깊어진다. 민주주의를 약하게 만드는 것은 치열한 논쟁이 아니라 침묵이다.
 
투표는 몇 분이면 끝나는 작은 행동이다. 하지만 그 몇 분의 선택은 앞으로 4년 동안 지역의 방향과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완벽한 후보를 찾기 어려울 수는 있어도,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할 기회까지 포기할 이유는 없다.
 
6월 3일 지금 이 시간, 투표소로 향하는 짧은 걸음이 지역의 미래를 결정한다. 우리는 앞으로의 4년을 다른 사람의 선택에 맡길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의 한 표로 만들어 갈 것인가.
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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