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9일 (4)
“동물 없어도 괜찮아”…동물 없는 동물원이 온다

“동물 없어도 괜찮아”…동물 없는 동물원이 온다

승인 2023-11-15 11: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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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주시 옥정중앙공원 ARZOO 공원에서 실행한 AR동물원 체험. 사진=조유정 기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동물원은 어떤 모습인가요?”

지난달 7일 서울 인사동 코트(KOTE)에서 열린 ‘동물 없는 동물원’ 전시회는 동물원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지난 9월14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작가 성장 플랫폼 레피카(Leffica)가 주최한 ‘동물 없는 동물원’ 전시회엔 살아있는 동물이 없었다. 대신 동물의 모습을 그림과 모형 등으로 형상화했다. 전시회 자체로 동물원에 동물이 없어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이날 전시회 관람객 중 일부는 다시 동물원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8세 자녀와 함께 온 이모(30대)씨는 “전시회를 본 뒤 동물원에 대한 생각이 사라졌다”라며 “얼룩말이 동물원에 갇히면서 무리 간 교류가 사라져 줄무늬까지 없어지는 등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아이에게 살아있는 동물을 보여주기 위해 과거 동물원을 간 적이 있다”라며 “하지만 아이가 생각보다 동물에 관심이 없어서 그 이후엔 가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전시회에서 만난 안모(24)씨는 동물에 관심이 많아 올해도 3~4번 동물원을 다녀왔다. 하지만 매번 어딘가 허한 느낌이 들었다. 안 씨는 “전시회를 보니 우린 관람 목적으로 동물원에 방문하지만, 동물에게 동물원은 멸망의 시공간이란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물원이 필요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며 “동물원이 생태 보호 기능을 갖춘 시설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7일 서울 인사동 코트(KOTE)에서 열린 ‘동물 없는 동물원’ 전시회에 전시된 라미 작가의 Lion. 사진=조유정 기자

동물원은 동물을 시민들에게 전시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동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점점 보호보다는 오락의 개념으로 소비되는 추세다. 지난 6월 경남 김해시 한 동물원에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비쩍 마른 사자가 발견돼 ‘갈비 사자’ 논란이 일어났다. 지난 3월에엔 서울 능동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얼룩말 세로가 우리를 뛰어넘어 동물원을 탈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동물원 방문 경험이 있는 응답자 706명의 방문 목적은 ‘오락‧여가’가 52.4%로 가장 많았다.

동물원에서 제 수명을 살지 못한 채 질병과 안락사 등으로 생을 마감하는 동물들도 적지 않다. 지난달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동물원 멸종위기종 폐사 현황’에 따르면, 전국 동물원 내에서 연평균 400마리 이상의 보호 대상인 멸종위기종이 폐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 5년간 동물원에서 폐사한 멸종위기종은 총 1983마리로 2000마리에 육박했다.

동물원에서만 동물을 볼 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 동물 복지에 대한 시민 인식이 높아지며 각 지자체에서도 ‘AR 동물원’을 만들고 있다. 경기 양주시 옥정중앙공원을 비롯해 경기 파주시 DMZ 생생 동물원, 충북 청주시 문암생태공원 등 여러 지자체에서 AR 동물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공원 내 특정 공간에서 휴대전화에 AR 동물원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화면에만 존재하는 가상동물을 만나는 식이다.

경기 양주시 옥정중앙공원 ARZOO 공원에서 실행한 AR동물원 체험. 사진=조유정 기자

2021년 개장한 경기도 내 최초 AR 동물원이 있는 옥정중앙공원을 지난 8일 방문해 공원 한가운데에서 직접 앱을 실행했다. 아무것도 없던 공원에 호랑이, 얼룩말, 하마, 기린, 코끼리, 악어 등 다양한 동물들이 나타났다. 이날 옥정중앙공원에서 만난 김모(25)씨는 “생각보다 동물이 생생하게 나와서 놀랐다”라며 “동물들을 휴대전화로 보고 있지만, 정말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B씨는 “앱을 통해 동물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라며 “잘 안 보이는 동물들도 있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라고 했다.

다음 달부터 국내에서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체험과 쇼를 볼 수 없게 된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며 등록제였던 동물원‧수족관이 허가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체험과 쇼도 금지된다. 일정 규모만 충족 시 등록만으로 운영하던 동물원과 수족관을 서식환경과 전문인력, 보유 동물 질병‧안전관리 계획 등 기준을 맞춰야 운영 가능하게 한 것이다. 동물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행위와 체험, 동물 올라타기 등이 전면 금지되며 동물복지에 대한 개념을 법령화된 것이다.

동물단체는 동물 복지 흐름에 맞춰 동물을 전시하는 동물원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환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과거 교육 효과 등을 이유로 동물원이 존재했다”면서도 “현재 동물원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지금 시대에 동물원이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동물원이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고 하지만, 동물원 내 동물들이 모두 멸종위기인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동물원은 결국 과거와 같은 행태로 유지되고 있다”라며 “전면 폐지하고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야생으로 돌려보내거나 돌려보낼 수 없는 경우, 야생과 최대한 비슷한 상황에서 보호 기능을 갖춘 생추어리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나는 인권만큼이나 동물의 권익을 소중히 여긴다. 이는 모든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동물 없는 동물원 전시회 갈무리)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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