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업무를 처리하는 ‘에이전틱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주요 AI 프로젝트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 520장을 추가로 지원한다. AI를 단순 검색·답변 도구에서 실제 업무 수행 도구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1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에이전틱 AI 이니셔티브’와 ‘정부 주요 AI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GPU 지원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가 목표를 주면 AI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여러 도구를 활용해 일을 끝내는 기술이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챗봇과 달리 일정 관리, 자료 조사, 민원 처리, 코드 작성, 기업 업무 자동화 등 실제 실행까지 맡을 수 있다.
정부는 에이전틱 AI를 차세대 AI 경쟁의 핵심 분야로 보고 있다. 구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가 AI 모델과 클라우드, 업무용 소프트웨어, API를 묶어 실행 생태계를 넓히는 가운데 한국도 자체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번 이니셔티브의 추진 전략은 세 가지다. 안전·신뢰 체계 마련, 개방형 실행 기반 조성, 수요 중심 도입 확산이다.
먼저 정부는 에이전틱 AI에 특화한 안전·신뢰 가이드라인을 연내 마련한다. 개인정보와 민감정보 보호, AI 권한 관리, 목표 이탈 방지 등이 핵심이다. 에이전틱 AI는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만큼 잘못 작동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다.
AI 에이전트의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검증 체계도 만든다. AI 에이전트가 누구의 지시로 어떤 일을 수행했는지 확인하는 신원확인 체계와 책임 소재도 검토한다.
실행 기반도 구축한다. 정부는 생활과 업무에서 반복적으로 쓸 수 있는 AI 에이전트 서비스와 도구 개발을 지원한다. 신뢰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를 거래·배포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도 조성할 계획이다.
AI 모델과 추론, 에이전트, 도구를 통합 관리하는 AI 운영체제 핵심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국산 AI 모델이 에이전틱 AI로 발전할 수 있도록 GPU와 에이전틱 데이터도 지원한다.
수요 확산을 위해서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국민 누구나 AI 에이전트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AI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과 인프라 기업, 서비스 개발사, 수요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AI 에이전트 플래그십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정부는 ‘모두의 AI’ 사업을 통해 연내 범용 챗봇과 공공 AI 서비스를 내놓고, 2027년 이후에는 국민 한 명이 하나의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1인 1 AI 에이전트’ 체계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GPU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새롭게 수요가 생긴 주요 AI 프로젝트에 총 520장의 GPU를 추가 배정한다. GPU는 AI 모델을 학습하고 추론하는 데 필요한 핵심 연산장치다.
가장 많은 물량은 ‘모두의 AI 서비스’에 배정된다. 정부는 연내 서비스 출시를 지원하기 위해 B200 GPU 512장을 지원한다. B200은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인 블랙웰 계열 GPU다.
국민이 법령과 판례, 해석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AI 법령검색 서비스’에는 GPU 8장을 지원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공공 AI 서비스의 품질을 높일 계획이다.
이번 추가 지원은 지난 3월 국가 AI 프로젝트에 GPU 2832장을 배분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정부는 당시 25개 부처 52개 과제에 GPU를 나눠 배정했다.
정부는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도 활용한다. 새로운 AI 에이전트 서비스가 규제에 막히지 않고 실증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혁신 AI 에이전트 스타트업의 사업화 지원도 병행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에이전틱 AI 외에도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국방반도체, 피지컬 AI 항만, 공공 AI 전환(AX) 프라이버시 보호 안내서 등이 함께 논의됐다.
피지컬 AI 항만 전략은 크레인 등 항만 장비를 AI로 자율화하고 운영을 최적화하는 내용이다. 국방반도체 전략은 안정적인 공급망과 기술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지난 4월 출범한 민관 합동 ‘에이전틱 AI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세부 정책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기술 변화가 빠른 만큼 정책도 상황에 맞춰 계속 조정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에이전틱 AI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일하는 방식과 경제·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우리 국민과 기업이 에이전틱 AI 시대에 기회를 확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안전·신뢰 기반의 에이전틱 AI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AI 혁명이 글로벌 경제·산업의 판을 바꾸는 상황에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통해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며 “국민 모두가 누리는 AI 기본사회 실현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