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월간 ‘사상계’ 5·6월호(신 오적 마피아를 해부하다·사상계 통권 212호·재창간 7호)가 반세기 전 ‘오적’을 현재의 ‘신 오적’과 연결했다. 사상계는 신 오적을 사법·원전·기독·재벌·언론 마피아로 규정하고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마피아는 기득권 카르텔이다. 의미 있는 여론조사도 발표했다.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리서치에 의뢰,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응답자 63.5%는 일상생활에서 기득권 카르텔의 존재를 체감했다고 답했다. 답변에 나선 10명 중 6명은 ‘특정 집단이 폐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기회와 부를 독점하는 이른바 기득권 카르텔’의 영향력을 체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하의 ‘오적’과 사상계의 ‘신 오적’을 소환한 이유가 있다. 지난 21일 원주시청에서 열린 민선 9기 언론 소통의 날 때문이다. 구자열 원주시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원주시를 취재하는 주요 언론사 기자들과 만났다. 주요 언론사란 표현은 주최 측이 선택한 단어다. ‘주요 시정 청취’란 간담회 형식을 빌렸다. 실상은 다양한 매체 기자들의 직언을 듣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한 언론사 편집장이 쏘아 올린 경종이 귀가를 맴돌았다. 편집장은 일간지 기자와 방송 기자 커리어를 보유한 선임급 언론인이다. 그는 몇몇 언론사의 기득권 카르텔과 대표성 원천을 지적했다. 순간 김지하의 ‘오적’과 사상계의 ‘신 오적’이 뇌리를 스쳤다.
편집장의 워딩은 간단했다. 하지만 무서웠다. 원주시청 미디어광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소수 기자의 전용구장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미디어 환경은 다채널·다매체 격랑을 맞았다. 글로벌 미디어 시장도 마찬가지다. 청와대와 중앙부처, 공공기관도 다양한 매체를 수용한 지 오래다. 이들 매체는 재래식 언론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기득권 카르텔이 붕괴 중이다.
언론 카르텔 기득권의 소름 돋는 민낯은 그들만의 담합에서 출발한다. 수준 높은 저널리즘이란 그럴싸한 포장지를 활용한 갈라치기다. 또 누구에게도 위임받은 적 없는 특권을 내세운다. “옛날부터 그랬어”로 얼버무리는 특권은 차별을 심화시킬 뿐이다. 대표적인 미디어광장 오염 사례다. 해당 편집장의 작심 발언은 토혈(吐血) 수준으로 치열했다. 소수 언론사가 누리는 대표성은 광장에 나와 검증받아야 한다는 논리에 적극적으로 ‘동감’한다. 구자열 시장도 ‘공감’했을 것으로 기대한다.
원주는 시인 김지하를 키우고 지학순 주교를 품었던 도시다. 원주에는 이른바 ‘텃세’가 없다. 이런 개방성은 강력한 무기다. 최근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막았던 시민 24명의 무죄가 확정됐다. 시민 저항 정당성이 확인된 대표 사건이다. 순기능을 한 다양한 언론매체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6·3 지방선거 원강수 원주시장 후보 캠프가 지역언론인 ‘원주신문’을 고발한 사건도 무혐의 처분됐다. 원주신문이 당시 합법적으로 ‘드론’ 취재 촬영에 나섰다는 점을 확인받은 사건이다. 원주는 그런 도시다.
민선 9기 원주시정이 공정과 청렴의 문을 활짝 열었다. 구자열 시장의 철학은 핵심공약이자 시정 구호인 ‘시민주권 시대’로 함의된다. 시민주권 시대는 글자 그대로 시민이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으로 읽혀야 한다. 이날 구자열 원주시장은 ‘시민주권 시대위원회’ 신설을 다시 강조했다. 시장 직속 ‘적극 행정위원회’ 운영도 가시화했다. ‘원주형 주민자치회’도 언급했다. 구 시장의 시정 철학이 모든 기득권을 정조준하고 있다. 위원회를 남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불공정과 기득권 척결을 위한 위원회라면 시민 지지를 받을 것이다.
윤수용 기자 ysy@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