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6일 (4)
‘폭발한 누리호 엔진’… 항우연, ‘실패가 만든 우주강국의 기록’ 공개

‘폭발한 누리호 엔진’… 항우연, ‘실패가 만든 우주강국의 기록’ 공개

2020년 연소시험 중 폭발 75톤급 엔진 전시
폭발원인 분석, 2022년 누리호 발사 성공
우주개발 시행착오 생생히 전달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누리호·나로호·과학로켓 실물 전시

승인 2026-07-15 10: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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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연소시험 중 폭발한 누리호 75톤급 엔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20년 연소시험 중 폭발한 누리호 75톤급 엔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20년 연소시험 중 폭발한 누리호 75톤급 엔진이 일반에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겪은 실패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누리호 성공 뒤에 숨어 있던 수많은 시행착오와 기술 축적 과정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폭발한 75톤급 액체로켓 엔진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실물전시관에서 공개한다고 15일 밝혔다.

개발시험 중 실제 폭발로 파손된 엔진을 손상된 모습 그대로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 엔진은 2020년 5월 13일 나로우주센터 엔진 고공연소시험설비에서 시험하던 누리호 2단용 75톤급 엔진(17A)이다.

당시 연구팀은 실제 우주 환경과 비슷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거대한 진공 챔버 안에서 엔진 인증시험을 진행했다.

그러나 여덟 번째 연소시험에서 시동 명령 직후 폭발했다.

폭발 충격으로 엔진 외벽은 심하게 찢어지고 내부 구조물도 크게 파손됐다.

이 같은 폭발 흔적을 최대한 보존해 관람객이 개발 현장의 긴장감과 기술적 난관을 직접 느낄 수 있다.

핵심 부품인 터보펌프는 후속 연구에 활용하기 위해 탈거하고 대신 동일한 모형을 장착해 엔진 전체를 재현했다.

또 기술 보호가 필요한 일부 부위는 가렸다.


2020년 연소시험 중 폭발한 누리호 75톤급 엔진을 전시한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20년 연소시험 중 폭발한 누리호 75톤급 엔진을 전시한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실패한 엔진의 중요성

폭발한 엔진은 누리호 성공을 만든 또 다른 출발점이 됐다.

로켓 엔진은 연료와 산화제를 초당 수백 ㎏씩 연소실로 공급해 수천 ℃ 고온·고압 환경에서 폭발에 가까운 연소를 일으켜 추진력을 만든다.

연소 압력이나 연료 공급량이 조금만 어긋나도 엔진 전체가 파손될 정도로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항우연은 사고 직후 흩어진 엔진 잔해를 모두 회수해 폭발 원인을 분석, 엔진 설계와 제작, 시험 절차에 반영했고 이후 반복 검증을 거쳐 신뢰성을 높였다.

이런 개선 과정은 결국 2022년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귀결됐다.


2022년 누리호 발사 성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22년 누리호 발사 성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152번의 연소시험이 만든 누리호

75톤급 엔진은 누리호의 핵심 기술이다.

누리호 1단에는 같은 엔진 4기를 묶은 클러스터 구조가 적용됐고, 2단에는 1기, 3단에는 7톤급 엔진이 사용된다.

연구팀은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1단용 14기와 2단용 3기 등 모두 17기의 75톤급 엔진을 제작했다.

이 엔진들을 대상으로 총 152회의 연소시험을 수행, 누적 연소시간은 1만 5091초에 달했다.

수많은 시험과 반복된 설계 개선을 거쳐 엔진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우리나라는 해외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대형 액체로켓 엔진을 독자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실패를 버리지 않는 우주개발

우주 선진국들은 실패한 발사체와 엔진을 중요한 연구자료이자 교육자료로 활용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도 시험 중 파손된 엔진과 발사체를 보존해 후속 연구와 기술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항우연 역시 이번 전시를 통해 성공한 발사체뿐 아니라 실패와 개선의 과정까지 국민에게 공개한다.

관람객은 폭발한 엔진과 함께 누리호 1·2단 엔지니어링 모델, 1단 엔진 클러스터링 실물, 과학로켓 KSR-Ⅲ, 나로호 2단 킥모터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과학로켓에서 나로호, 누리호로 이어진 우리나라 우주발사체 개발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상철 항우연 원장은 “우주개발은 수많은 실패를 검증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에서 완성된다"며 ”실패 원인을 끝까지 분석해 기술로 축적하는 과정이 결국 독자 발사체 기술을 완성한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많은 실패를 기록으로 남기고 원인을 끝까지 분석하는 과정이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일곱 번째 독자 우주발사체 개발국으로 이끌었음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연구현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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