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선 9기 지자체들이 일제히 출범하며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고 혁신의 시동을 걸고 있지만 지자체장이 바뀐 지자체의 경우 기존 공공기관장, 출자·출연기관장과의 갈등을 빚고 있다.
지자체장 임기 종료와 함께 산하 기관장의 임기도 만료되는 임기연동제를 조례로 도입한 광역지자체는 전국 16곳 중 절반인 8곳,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시는 조례가 제정되지 않아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등 권력 교체기의 난맥상이 나오고 있다.
조지훈 전주시장은 당선인 시절 첫 기자회견에서 “시정의 철학과 가치 구현 방식이 바뀌었다면, 지난 시간 동안 함께 했던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은 물러나 주는 게 맞다”고 밝힌 뒤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를 강제로 종료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시장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시 행정 방식에 맞지 않는다면 스스로 판단해 주어야 한다”고 임기제 공무원과 개방형 인사들의 거취에 대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지만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전국 16곳 광역 시·도 중 임기 일치 조례가 시행되고 있는 곳은 대구·울산·대전·부산·충남·광주·경남·인천 등 8곳으로 지자체장과 출자·출연 기관장의 임기를 연동해 맞추면 지방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알박기 인사’ 논쟁을 해소할 수 있고, 사퇴 압박이나 임기 버티기로 인해 발생하는 소모적인 갈등을 막을 수 있다.
공공기관의 책임경영 체제 확립과 경영 합리화, 운영의 투명성 제고 등을 목적으로 2007년 1월에 공공기관운영법을 제정되면서 지자체장이 바뀌면 기관장과 임원도 당연히 사퇴하는 관행이 사라졌다. 기관장과 임원은 공공기관운영법에 임기가 명시된 만큼 임기가 남았다며 버티고, 새 지자체장은 사퇴 압력을 넣는 등 정치사회적 갈등 요인이 생겼다. 문재인정부에서는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장관이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새로 취임한 지자체장은 기관장과 정무직 공무원들이 버티면 길게는 1년 이상 남아있는 임기 동안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해진다. 불협화음 없이 새로운 시정 운영방향에 맞춰 효율성 높은 행정을 선보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임 지자체장이 임명한 기관장들과 함께 일하다 정책 엇박자로 소모적 갈등이 거듭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간다.
일부 지자체장들은 경영 평가나 감사 등을 통해 기관장과 정무직 공무원들의 업무를 들춰보며 문제점을 찾고 이를 고리로 퇴직을 압박하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일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고 해당 조직은 자칫하면 내부 분란을 불러 와 조직 기반이 흔들이는 볼쌍 사나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또 문제는 기관장이 사퇴한다 해도 새로운 기관장 인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출자·출연 기관장은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공고, 서류·면접 심사, 후보자 추천, 인사 검증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개모집 공고만 최소 15일 이상 진행해야 하며 후보자 검증과 인사청문 절차까지 고려하면 최종 임명까지는 통상 한 달 반에서 두 달 가까이 소요된다. 그만큼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
미국에서는 대선 전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임명직에 해당하는 자리를 여야 합의로 정리한 책인 ‘플럼북(plum book)’이 있다. 플럼북은 1952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대통령이 20년 만에 공화당 출신으로 당선되면서 전임 정권에 연방정부의 직위 리스트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이 시초로, 백악관 스태프는 물론이고 연방정부의 장관과 특별보좌관, 각종 위원회 인사, 각국 대사 등 연방정부 주요 직책 9000여 개를 총망라하고 있다.
지자체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단순히 절차적 문제가 아니라 지자체장이 공약한 정책을 구현하고 실행하기 위한 작업이다. 신임 지자체장과 정책 방향을 공유하는 기관장이 함께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기관의 성과를 높이고 지자체의 업무 추진 측면에서도 매우 효율적이다. 특히 정무직 공무원의 경우 그 효용성은 더 높아진다.
지자체장과 공공기관장 임기는 가급적 일치되는 게 마땅하다. 공공기관이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하려면 지자체장과의 철학 공유가 필수적이다. 임기 불일치로 인한 소모적인 갈등과 행정 공백은 결국 주민들의 세금 낭비와 복지 저해로 이어진다. 기관장과 임원, 정무직 공무원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또 차제에 ‘임기 일치 조례’에 대한 제정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