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9일 현지시간 뉴욕주 클레이에서 열린 마이크론 반도체 공장 콘크리트 타설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투자를 촉구했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 메모리 기업들과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나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 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며 “마이크론이 앞장서고 있으니 경쟁자들은 질투심을 느낄 것이고 결국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이 사업을 영위해야 할 곳은 바로 미국임을 분명히 밝혔으며 세계가 이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미국이 AI 시대 핵심 부품인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세계 D램 시장을 사실상 과점하고 있다.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생산시설의 전략적 가치도 커지고 있다.

투자 대상에는 뉴욕주 신규 공장과 아이다호·버지니아주 생산시설 확장이 포함된다.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도 최대 30억달러를 별도로 투입한다.
마이크론은 장기적으로 전체 D램의 40%를 미국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다. 이번 투자로 미국 전역에서 9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 공장의 첫 콘크리트 타설 일정도 당초 계획보다 한 분기 이상 앞당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에 반도체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있지만 메모리 전공정 공장은 아직 없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공장은 고객이 설계한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설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HBM 첨단 패키징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시설을 짓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한 메모리 반도체를 쌓고 연결하는 후공정 시설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 공장과는 차이가 있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두 회사에 미국 내 메모리 전공정 생산까지 확대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미국이 보조금과 세제 혜택뿐 아니라 관세와 공급망 정책을 현지 투자 유인책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발언 시점은 SK하이닉스의 나스닥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거래 개시를 하루 앞둔 때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는 미국 공모를 통해 약 265억달러를 조달했다. 조달금은 한국 내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과 첨단 제조 장비 구매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국에서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신규 생산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투자 요구까지 커지면 한정된 자금을 어느 지역에 우선 배분할지를 둘러싼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높은 건설비와 인건비를 주요 변수로 꼽는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