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9일 (4)
스크린 3분의 1 채운 세로 화면…올해도 낯선 BIFAN, 거장 이준익의 도전 [쿠키 현장]

스크린 3분의 1 채운 세로 화면…올해도 낯선 BIFAN, 거장 이준익의 도전 [쿠키 현장]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 3일 차
‘확장성’으로 꾀한 변화, AI 이어 쇼트폼으로
이준익 첫 쇼트폼 드라마 ‘아버지의 집밥’ 초청

승인 2026-07-06 09: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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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이 4일 경기도 부천시 CGV소풍에서 열린 쇼트폼 드라마 ‘아버지의 집밥’ 메가토크에서 발언하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이준익 감독이 4일 경기도 부천시 CGV소풍에서 열린 쇼트폼 드라마 ‘아버지의 집밥’ 메가토크에서 발언하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 개막 3일 차인 지난 4일, 무덥고 습한 날씨에도 부천시청 일대는 북적였다. 청사 내 상영관인 어울마당과 판타스틱큐브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 공식 굿즈를 구경하는 참가자들, 지류 티켓을 미리 발권하러 온 이들까지 목적은 제각각이지만 표정은 하나 같이 밝았다. 살갗에 들러붙는 옷마저 거슬리는 더위에 보기 힘든 광경이나 줄곧 ‘이상하고 낯선 것’을 추구해온 BIFAN의 중심부와는 제법 어울렸다.

이번 영화제 슬로건도 ‘뉴 에라 뉴 스킨’(NEW ERA NEW SKIN)이다. 낯선 시대에 낯선 변화의 흐름을 피하지 않고 주저 없이 완전히 새로운 색을 입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전면에 내세운 상징도 변온동물인 ‘카멜레온’이다. BIFAN은 이에 걸맞게 ‘확장성’을 주요 모티브로 삼았다. AI 섹션 장편 및 쇼트폼 작품의 상영은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시도다. 특히 이준익 감독의 첫 쇼트폼 드라마 ‘아버지의 집밥’이 올해 판타스케이프 섹션 내 신설된 ‘플랫폼 기획전: 숏폼 시네마’에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쇼트폼 드라마 ‘아버지의 집밥’ 스틸. 레진엔터테인먼트 제공
쇼트폼 드라마 ‘아버지의 집밥’ 스틸. 레진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크린에 걸린 세로형 숏드라마, 낯설지만…

‘아버지의 집밥’은 가족의 밥상을 책임졌던 아내 안순애(이정은)가 사고 이후 요리에 대한 기억을 잃고 집밥을 당연하게 여겼던 남편 고하응(정진영)이 처음 부엌에 서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쇼트폼 드라마 플랫폼 레진스낵에서 방영 예정이며, 이날 오후 2시 경기도 부천시 CGV소풍에서 최초 공개됐다.

극장 상영을 위해 화면 비율을 바꾸진 않았다. 관람 초반에는 스크린에 비해 폭이 현저히 좁은 영상이 생경했으나 금세 익숙해졌다. 소재도 ‘도파민’만 좇는 양산형 쇼트폼 드라마에 비하면 심심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했다. 쇼트폼 드라마 특유의 스피디한 전개에 원작 웹툰으로 검증받은 이야기의 힘, 배우 정진영·이정은·변요한의 호연이 몰입도를 끌어올린 덕분이다.

무엇보다 이준익 감독의 연출 역량이 유효했다. 확실히 때깔이 다르다. 매체 특성상 과감하게 촬영한 대목 몇몇이 느껴지나 디테일을 버린 인상은 없다. 서사 대부분이 진행되는 안순애 고하응 부부의 집과 이들이 차려내는 음식만 봐도 그렇다. 두 사람의 결혼식 사진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훑으며 보여주는 연출 등 사소해 보이지만 물리적 한계 속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연기자들의 대사 호흡도 단순하지 않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특히 이준익 감독의 따뜻한 시선으로 완성한 메시지는 시간을 허투루 소비하지 않았다는 만족감을 선사하며 쇼트폼 드라마에 대한 편견을 지운다. 20대 여성 윤씨는 “쇼트폼 드라마는 가벼운 신인 등용문 같은 콘텐츠라는 편견이 있었다. 이렇게 영향력 있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도전해줘야 다음 기회가 후배들에게 주어지고 시장이 넓어지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편수가 많은 쇼트폼 드라마를 이어 붙여 러닝타임이 156분에 달했다. 이준익 감독은 관객의 피로감을 우려해 회차가 바뀔 때마다 의도적으로 2초간 화면을 암전했다. 다양성을 지향해온 BIFAN의 취지에 적합한 작품인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이 감독의 말대로 추후 이벤트성 개봉이라도 고려한다면 더 매끄러운 편집을 고민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30대 여성 홍 씨는 “쇼트폼 드라마를 영화제에서 선보였다는 자체가 굉장히 멋진 도전”이라면서도 “영화제를 위해 기존 영상을 길게 붙였는데 장면이 끊기면서 흐름도 끊기는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 배우 정진영, 박지윤, 박정윤, 강형석, 박지연, 박세준(왼쪽부터)이 4일 경기도 부천시 CGV소풍에서 열린 쇼트폼 드라마 ‘아버지의 집밥’ 메가토크에서 관객의 질문을 듣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이준익 감독, 배우 정진영, 박지윤, 박정윤, 강형석, 박지연, 박세준(왼쪽부터)이 4일 경기도 부천시 CGV소풍에서 열린 쇼트폼 드라마 ‘아버지의 집밥’ 메가토크에서 관객의 질문을 듣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쇼트폼도 결국 ‘이야기’, 거장의 유의미한 도전

상영 후 60분간 진행된 메가토크에는 이준익 감독, 배우 정진영, 박지윤, 박정윤, 강형석, 박지연, 박세준이 참석했다.

이준익 감독은 “연출 제안을 받고 원작을 보는 순간 포맷의 경계를 넘어서는 가치가 있는 이야기라면 쇼트폼이든 영화든 무슨 차이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쇼트폼 드라마에 도전한 계기를 밝혔다.

이어 “세로로 찍은 것은 처음”이라며 “영화는 펼쳐진 것들을 대접받는 느낌이 있는데 쇼트폼은 내가 엿보는 느낌이더라. 영화는 배우가 전달해주는 것을 받는다면 쇼트폼은 내가 들어가서 인물의 심리나 감정을 더 자세히 보는 것 같다”고 직접 실감한 차이를 전했다.

영화 ‘왕의 남자’, ‘사도’, ‘동주’ 등으로 거장 반열에 오른 이준익 감독의 쇼트폼 드라마 도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자 인지도 높은 기성 배우들도 대거 합류하면서 모양새는 더욱 화려해졌다.

이준익 감독은 “새로운 매체에 도전하는 젊은이에게 힘을 보태고자 헌신하는 마음으로 참여했을 것”이라며 “변요한 씨는 큰 역할도 아니다. 조연으로 저렇게 성의 있게 연기한다는 것은 감독인 저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큰 선물”이라고 뜻을 함께한 출연진에게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배우들도 쇼트폼 드라마는 처음이다. 고하응 역을 맡아 극을 이끈 정진영은 “이준익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한참 후 참여했을 것 같다. 감독님이 한다고 해서 그 믿음으로 모였다”고 했다. 소감을 묻는 말에는 “어떤 곳은 통창이고 어떤 곳은 세로로 길쭉한 창이고 어떤 곳은 작은 창인 거다. 창의 차이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바깥 풍경”이라며 “쇼트폼 드라마는 세로의 좁은 창이다. 더 좋은 경치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연기 주안점이 달라지진 않았다. 박세준은 “쇼트폼 드라마의 제약을 받진 않았다. 대신 표현할 때 (얼굴의) 어떤 부분을 좀 더 써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지연은 “여느 영화 현장처럼 모든 스태프, 감독님 모두 잘해주셨다. 특별히 다른 지점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준익 감독은 ‘아버지의 집밥’이 쇼트폼 드라마의 장르 확장에 일조하기를 바랐다. 이 감독은 “포맷과 상관없이 결국 다 스토리텔링 인더스트리”라며 “‘아버지의 집밥’의 인간적인 이야기는 기존 쇼트폼의 톤 앤 매너와 다르다. 뉴미디어가 고전적인 이야기부터 최첨단 이야기까지 넓혀가는 과정이 시작된 것 같다. 기존 매체에서 꾸준히 이어온 이야기 세계가 쇼트폼에서도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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