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5일 (4)
스페인 대정전 1년…“재생e 시대, ‘진동·전압’ 관리할 인버터 성능 높여야” [현장+]

스페인 대정전 1년…“재생e 시대, ‘진동·전압’ 관리할 인버터 성능 높여야” [현장+]

승인 2026-06-24 17:25:12 수정 2026-06-24 17: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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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스페인 대정전 1주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재민 기자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스페인 대정전 1주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재민 기자
스페인·포르투갈 등 이베리아반도 대정전 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재생에너지 확대 속 진동 및 과전압을 관리할 인버터 성능 향상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송태용 전력거래소 계통기술팀장은 2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페인 대정전 1주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이베리아반도 대정전 사고는 두 차례 계통진동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전압 상승을 유발했고, 이것이 스페인 전역의 발전기 연쇄 탈락으로 이어지며 계통이 붕괴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토대로 과전압 해소를 위한 무효전력 설비 확충, 신규 EMS 인버터의 GFM(그리드포밍인버터) 기능 구현 등 성능 개선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지난해 4월28일 스페인·포르투갈 전역과 프랑스 남부 접경 지역에 정전이 발생해 약 16시간 만에 복구된 국가 비상사태 사례 등을 토대로 한국 전력계통이 갖춰야 할 방향성에 대해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발제를 맡은 송태용 팀장은 “진동 발생 후 스페인 전력당국은 선로 추가 투입, 연계선 조류 저감 등 진동 억제 조치를 실시해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전압 상승은 막지 못했고, 계통 비상 계획 역시 정상 작동했지만 결국 전압 제어 매커니즘 상실이 대정전으로 이어졌다”면서 “이는 재생에너지의 무효전력 기여 부재, 기존 동기발전기 무효전력 성능 미달, 국지적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소내 계통 설계 부적절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팀장은 “우리 입장에선 과전압 방지를 위해 Sh.R, STATCOM, 동기조상기 등 무효전력 설비를 확충하고 신규 인버터에서 GFM 기능의 실적용 등 설비 측면에서 대비가 필요하다”면서 “계통진동 억제를 위해 실시간 진동 감시 및 대응력을 높이고 PSS(전력계통안정화장치) 의무 대상 발전기를 확대하는 한편, 인버터 연쇄 탈락 방지를 위해 현재 110% 기준인 과전압 내력 기준을 130~140%대로 높이는 방안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FM은 인버터 설비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전압과 주파수를 자체적으로 형성하도록 하는 기술로, 전력계통 안정화에 기여할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뒤이어 ‘스페인 정전의 교훈’에 대해 발표한 전영환 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고문은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운영시스템(CECRE)은 기존 중앙 제어센터와 함께 안정적으로 운영돼 왔지만, 진동과 전압 문제의 경우 중앙이 아닌 인버터 또는 로컬(지역)에서 직접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인버터 전원이 많아지고 동기발전기가 적어지면 SCR(계통강건성지수)가 낮아지기 때문에 진동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고문은 이러한 불안정을 해결할 방안 중 하나로 GFM을 꼽으면서도 “GFM이 직접적으로 SCR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줄 수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여러 기술들과 상호보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스페인 대정전 1주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송태용 전력거래소 계통기술팀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김재민 기자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스페인 대정전 1주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송태용 전력거래소 계통기술팀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김재민 기자
전 고문은 계통 전압 안정성 확보를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원이 많은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동기조상기(전력계통 전압 유지 및 역률 조정을 위해 무부하 상태로 운전하는 동기전동기) 설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기조상기 설치로 SCR를 제고하고, 중앙 감시시스템 구축, 인버터의 지속적인 성능 개량 및 기존 인버터의 안정화 대책 등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전력계통 불안정을 대비할 ‘예방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방향성이 제시됐다. 송승호 광운대학교 교수(전기위원회 위원)는 “재생 발전소를 계통 운영에 통합하고 당장 1시간 후의 출력 예측 등 대응 시나리오 검토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실측 데이터 등 데이터 공개를 적극 검토해 우리 계통에 필요한 대책을 빨리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견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스페인·포르투갈은 사고 직후 인접국인 프랑스 등과 연계선 협조를 통해 외부 전력을 수전받았음에도 복구에 10시간 이상이 소요됐는데, 우리나라는 인접국과 전력망이 연결돼 있지 않은 ‘고립 계통’이기에 계통 예방이 생존의 문제”라며 “재생에너지를 주력전원으로 만들기 위해선 계통 안정성을 더 높은 수준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지성 한국그리드포밍 대표는 동기조상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동기조상기는 송전망과 마찬가지로 부지 확보·인허가 등 절차에 수년이 걸려 중장기적으론 반드시 필요하지만, 당장 빠르게 증가하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설치 속도를 맞추기 어렵다는 과제가 있다”면서 “GFM은 기존에 계획된 BESS(장주기에너지저장장치)에 큰 추가 비용없이 관성과 전압원 기능을 부여해 단시간 내에 계통 기여를 끌어내는 수단으로, 동기조상기가 채워지기까지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현실적인 가교”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스페인 정전의 교훈은 한 가지 수단에만 의존하지 말라는 것이기도 하다”라면서 “우리가 갖춰야 할 재생에너지 주력 전력망의 모습은 동기조상기, 소형모듈원전(SMR), 송전망 같은 중장기 골격과, GFM 등 즉시 투입 가능한 수단, 이들 어느 하나만 골라서 가는 해법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하는 포트폴리오로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날 박지혜 의원은 “스페인 대정전 사태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실패로 단순화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전압·무효전력 제어, 발전기 연쇄 탈락 문제, 인버터 기반 자원의 계통 기여 방안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는 전력계통이 공통적으로 마주하게 될 과제를 미리 점검하고 대비 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의원은 “그간 우리는 보급 목표 달성과 발전량 확대, 입지 발굴과 인허가 개선, 주민 수용성 제고, 송전망 확충 등에 정책의 무게를 둬 왔지만, 동시에 이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현실화되는 만큼 계통 안정성이라는 또 하나의 핵심 과제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때”라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계통 안정성을 서로 대립하는 가치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둘을 함께 설계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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