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4일 (3)
한밤중 갑작스러운 ‘고열’, 이불 덮을까 벗길까?…부산 온병원 소아청소년과, ‘단계별 대처법’ 제시 눈길

한밤중 갑작스러운 ‘고열’, 이불 덮을까 벗길까?…부산 온병원 소아청소년과, ‘단계별 대처법’ 제시 눈길

‘오한기’엔 미지근한 물로 체온 유지…‘고열기’엔 얇게 입혀 열 방출해야
​3개월 미만 영아 고열, ‘목 강직·열성 경련’ 동반시 지체 없이 응급실로​

승인 2026-06-24 10: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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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병원 소아청소년과 오무영 교수가 고열과 오한 증세를 설명하고 있다. 온병원 제공
온병원 소아청소년과 오무영 교수가 고열과 오한 증세를 설명하고 있다. 온병원 제공
​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한밤중 갑작스럽게 오한을 호소하며 온몸을 떠는 초등학생 자녀 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감기 기운이 있나 싶어 급히 두꺼운 이불을 덮어주고 땀을 내게 하려 했으나, 아이의 체온은 오히려 39도를 넘어서며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이처럼 한밤중 가족, 특히 면역력이 취약한 소아나 노약자가 갑자기 고열에 시도 때도 없이 고통스러워할 때 보호자들은 이불을 덮어주어야 할지 혹은 옷을 모두 벗겨야 할지 깊은 혼란에 빠지기 마련이다.

​흔히 민간에서는 몸이 떨릴 때 땀을 푹 내야 열이 내린다고 믿지만, 소아청소년 의학계의 설명은 다르다.
부산 온병원 소아청소년과 오무영 교수(전 인제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환자가 으슬으슬함을 느끼는 단계와 몸이 본격적으로 뜨거워진 단계의 대처법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24일 말했다.
정확한 신체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무조건 땀을 내려고 이불을 덮어씌우면 오히려 체온 조절 중추에 마비가 와 상태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라는 설명이다.
한밤중 불시에 찾아오는 고열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자가 처방과 응급실행을 결정해야 하는 중증 징후를 온병원 소아청소년과의 도움말로 살펴본다.

​■ ‘으슬으슬’할 땐 덮고, ‘불덩이’일 땐 벗겨라…열에도 ‘단계’ 있다

​ 우리 몸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투하면 이에 대항하기 위해 뇌의 체온 조절 중추가 목표 체온을 평소보다 높게 재설정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이 바로 오한과 고열이다.
이미지 온병원 소아청소년과 제공
이미지 온병원 소아청소년과 제공

​환자가 온몸을 떨며 춥다고 호소하는 ‘오한기’는 신체가 재설정된 높은 목표 체온에 도달하기 위해 열심히 열을 생산하는 단계다. 오무영 과장은 이때 미지근한 물을 마시게 하고 이불을 가볍게 덮어주어 신체가 느끼는 추위를 달래주는 것이 올바른 대처라고 강조했다. 억지로 추위를 참으며 몸을 심하게 떨면 오히려 근육 세포가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해 체온이 더 가파르게 오르기 때문이다.
​반면, 추위가 가시고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지며 땀이 나기 시작하는 ‘고열기’에는 정반대의 처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목표 체온에 도달했으므로, 이때부터는 체내의 열을 외부로 원활하게 방출해주어야 한다는 것. 이때 이불을 껴안고 있거나 두꺼운 옷을 입고 있으면 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해 내장 기관에 손상을 줄 만큼 체온이 위험한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 따라서 고열기에는 이불을 과감히 걷어내고, 통풍이 잘되는 얇은 면 옷 한 장만 입혀 자연스럽게 열이 식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과거 흔히 행해지던 ‘미온수 마사지(물수건으로 몸 닦아주기)’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오 과장은 최근 국내외 의학 가이드라인에서는 환자가 물수건 마사지로 인해 오한이나 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억지로 닦지 말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열을 빨리 내리겠다는 욕심에 찬물이나 알코올을 사용하는 것은 혈관을 수축시켜 되레 오한을 유발하고 체온을 올리므로 절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 한밤중 자가 처방의 핵심, ‘안전한 해열제 복용’과 ‘수분 보충’

의사의 진료를 받기 어려운 새벽 시간대라면 가정 내에서의 신속한 자가 처방이 통증을 경감하는 열쇠가 된다. 급작스러운 발열 시 보호자가 취해야 할 행동 수칙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는 적절한 해열제 투여다. 집에 상비해 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이나 이부프로펜(부루펜 계열) 등 해열제를 환자의 나이와 체중에 맞는 정확한 용량으로 복용시켜야 한다.

약효는 통상적으로 복용 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나타나기 시작하므로, 약을 먹인 뒤에는 조급해하지 말고 체온 변화를 지켜보아야 한다.

또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 미지근한 수분을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해야 한다. 고열이 지속되면 호흡량이 늘어나고 땀이 나면서 유출되는 수분의 양이 급격히 증가한다. 이는 곧 탈수증으로 이어져 환자를 더 처지게 만들므로,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이나 자극이 없는 보리차를 조금씩 자주 마시게 해야 한다. 이때 당분이 과도하게 포함된 시판 주스나 진한 이온음료는 소아에게 오히려 설사를 유발해 탈수를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실내 온도 조절과 옷을 얇고 가벼운 옷을 입혀야 한다. 실내 온도는 약간 서늘하다고 느낄 수 있는 22도에서 24도 사이로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환자의 의복은 느슨하고 가벼운 소재로 교체하여 공기 순환을 통한 자연 해열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단순 감기’가 아니다…당장 응급실로 달려가야 하는 위험 신호

대부분의 발열은 감기나 독감 등 바이러스성 질환에 의한 것이어서 해열제 복용 후 몇 시간이 지나면 열이 내리고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가 호전된다. 그러나 체온계의 수치와 상관없이 특정 증상이 동반된다면 중증 감염증이나 응급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소아청소년과 영역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질환 중 하나는 ‘뇌수막염’ ‘패혈증’이다. 고열과 함께 환자가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거나, 분수토를 하고, 특히 고개가 앞으로 잘 숙여지지 않는 ‘목 뻣뻣함(경부 강직)’ 현상이 나타난다면 뇌수막염을 강력히 의심해야 한다. 전신에 붉거나 보라색을 띠는 작은 반점 형태의 발진이 돋는 경우도 패혈증으로 진행되는 과정일 수 있어 위험하다.

아동에게 흔한 ‘열성 경련’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아이가 고열과 함께 눈이 위로 돌아가거나 몸이 뻣뻣해지며 대칭적으로 떠는 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 이때 당황하여 손발을 주무르거나 입에 손가락을 넣는 행동은 금물이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 기도를 확보한 뒤 경련 시간을 체크해야 한다. 5분 이상 지속되거나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즉시 119를 불러야 한다.

​이밖에 열이 나면서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거친 소리가 나거나 호흡 곤란이 동반된다면 중증 ‘폐렴’을, 고열과 함께 한쪽 옆구리나 등 뒤를 툭툭 칠 때 자지러질 듯한 통증을 느끼거나 소변을 볼 때 아파한다면 비뇨기계 감염인 ‘급성 신우신염’을 의심해야 한다.

온병원 소아청소년과 ​송정윤 과장(소아청소년과전문의)은 특히 생후 3개월 미만의 영아는 면역 체계가 완성되지 않아 체온이 38도 이상으로 측정되면 동반 증상이 없더라도 그 즉시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해열제를 정량 투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수 시간이 지나도록 열이 전혀 떨어지지 않으면서 환아가 앓는 소리를 내거나, 의식이 흐려지고, 처짐이 심해 물조차 삼키지 못할 정도로 기력이 저하된다면 지체 없이 가까운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진단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형모 기자 hmnine@kukinews.com
구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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