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0일 (6)
정부·정유업계 손실보전 줄다리기…관건은 기회손실·적정마진 보상

정부·정유업계 손실보전 줄다리기…관건은 기회손실·적정마진 보상

승인 2026-06-19 17:19:12
Google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관심 있는 쿠키뉴스 기사를 Google 검색에서 더 쉽게 만나보세요.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차량들이 주유를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차량들이 주유를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 유가가 중동 전쟁 리스크 완화로 급락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유가 하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와 손실보전 기준을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76달러 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며 유가가 급등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최근 일주일 동안에만 13% 이상 하락하면서 시장에서는 사실상 ‘전쟁 프리미엄‘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선물가격 하락이 곧바로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 인하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물시장에서는 여전히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선물시장과 실제 석유제품 가격 간 시차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이번 유가 하락이 재고평가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쟁 기간 중 고유가 상황에서 비싸게 사들인 원유 재고가 유가 급락으로 인해 가치가 떨어지면서, 장부상 평가액이 줄어드는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올해 1분기에 재고평가이익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으나, 이제는 그 재고가 하반기 실적을 깎아먹는 ‘리스크의 씨앗’으로 변모하며 수익성 방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여기에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시행 중인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역시 정유사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전날 ‘최고가격제 손실보전 재정지원 규정’을 고시하며 보완책을 마련했지만, 업계는 실제 손실 보전 수준이 어느 정도가 될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의 관심은 단순한 원가 보전보다 ‘적정 마진’ 인정 범위에 쏠려 있다. 투입한 비용뿐 아니라 시장 상황에서 얻을 수 있었던 기회비용과 수익성까지 보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태환 에너지연구원 석유정책실장은 “원가를 보전하는 것은 당연한 전제일 뿐, 이번 논란의 핵심은 마진을 얼마만큼 얹어줄 것인가이다”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정부가 원가 보전의 틀은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마진 보전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태”라며 “손실 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 산업의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유사들은 정산위원회에서 결정될 ‘마진율’ 산출 기준이 명확하지 못할 경우, 자칫 개별 업체의 협상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보전안이 경영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별로 제각각인 원가 산정 기준을 통일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정산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 간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부는 최고가격제로 인해 정유사가 입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후속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오는 8월까지 정유사들로부터 원가 자료를 제출받아, 전문가들로 구성된 ‘최고액 정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지원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현행 6차 최고가격을 유지하되, 7차 최고가격 적용 여부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등 합의 진전 여부와 국제 유가 상황을 종합적으로 지켜보고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유업계는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하락 국면에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회사 차원의 최적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며 “정산위원회 출범 후 산정 기준을 면밀히 살펴 손실 보전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전 확정과 국제 원유, 석유제품 시장 안정화 시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기름값 인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물리적으로 원유를 수입해 정제하고 공급하는 데 최소 3주에서 1개월 정도가 걸린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도 아직 과거에 비한다면 절반 수준이라 시장이 국내 가격 안정화에도 반영되려면 지금으로부터 최소 1개월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 프로필 사진
이수민 기자
지나치기 쉬운 틈새를 포착해, 넘치지 않는 문장으로 기록하겠습니다.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쿠키오리지널

전체보기

쿠키피드

전체보기

슥- 넘겨 보는 세상 이야기, 기자의 솔직한 코멘터리까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