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찾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14일째 이어지고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개표소로 사용된 경기장 출입구를 봉쇄한 채 내부에 선거 관련 증거가 남아있을 수 있다며 외부인 출입을 제한 중이다.
이번 집결은 당초 20~30대를 중심으로 한 참정권 요구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현장 곳곳에는 특정 단체나 주최자가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집결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었다. 개개인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인 자리인 만큼 특정 구호를 강요하지 않고, 마이크로 선동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구호와 행동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드러나고 있다. 일부 구역에서는 “이죄명 구속” 등의 강경한 정치적 구호가 이어지는 반면, 다른 구역에서는 이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경기장 게이트별로도 온도차가 감지된다. 비교적 온건 성향 참가자들이 모인 2-2게이트에서는 일부 참가자가 태극기를 흔들며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를 외치자 다른 참가자가 제지에 나서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들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것도 자유지만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방해할 수 있다”며 “강성 구호를 외치려면 다른 구역으로 이동해달라”고 요청했다.
시위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도 대두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출입 통제 과정에서의 마찰과 사적 검문, 경찰에 대한 인권 침해 등의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폭행과 흉기 소동 사건 등도 발생했다. 경기장에 입주한 체육단체들의 업무 차질은 물론 공연·행사 일정 변경 등 문화계 피해도 잇따랐다.

현행 집회시위법은 집회 주최자가 자신의 이름과 책임 아래 집회를 개최하는 것을 전제로 사전 신고와 해산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같은 자발적 집결 상황에서는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 현장에서 위법 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물을 대표자가 없고, 법상 해산 절차를 적용할 대상도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경찰도 적극적인 물리력 투입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현장 곳곳에 대화경찰을 배치해 참가자들과 접촉하며 분위기 과열을 방지하고 대화를 통한 상황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정치권의 중재 시도 역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 현장을 찾은 천준호·전용기·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시위대 반발 속에 10분 만에 철수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도 지난 16일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출입 허용 등을 설득했지만 참가자 1명이 문을 막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주최자가 없는 데다 참가자들의 요구와 성향도 다양해 협상 상대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대표성 있는 대화 창구가 부재한 상황에서 정치권과 공권력이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장기화되는 시위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적인 책임 주체는 아닐지라도 국회나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집회 초반처럼 우연히 군중이 모인 단계에서는 공권력 개입이 쉽지 않았지만 사적 검문이나 출입 방해 등 불법 행위가 발생한 만큼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정무적 판단으로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측면이 있는 만큼 공권력이 법과 원칙에 입각해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유정민 인턴 기자 yu@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