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7일 (2)
[쿠키과학] ‘가장 선명한 중력파 신호 포착’… 중력파 정밀 관측 시대 열렸다

[쿠키과학] ‘가장 선명한 중력파 신호 포착’… 중력파 정밀 관측 시대 열렸다

신규 중력파 161건 추가, 누적 탐지 390건
역대 최고 위치 측정·최선명 신호
2세대 블랙홀 가능성 확인
블랙홀 병합 위치 6제곱도 범위 좁혀
허블상수 측정 정확도 25% 개선

승인 2026-06-01 17: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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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 관측은 불과 9.5년 만에 전자기파 관측 60년 동안 확보한 블랙홀·중성자별 관측 성과를 넘어섰다. 이는 중력파 검출기가 기존 전자기파로는 찾기 어려운 우주 천체를 효율적으로 탐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천문연구원
중력파 관측은 불과 9.5년 만에 전자기파 관측 60년 동안 확보한 블랙홀·중성자별 관측 성과를 넘어섰다. 이는 중력파 검출기가 기존 전자기파로는 찾기 어려운 우주 천체를 효율적으로 탐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은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이 참여한 국제 중력파 검출기 네트워크가 역대 최고 수준의 위치 측정 정확도와 가장 선명한 중력파 신호를 확보하고, ‘2세대 블랙홀’ 존재 가능성까지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진은 신규 중력파 사건 161건을 추가해 지금까지 확인한 중력파를 총 390건으로 늘리며 중력파 천문학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이 참여한 ‘라이고-비르고-카그라(LIGO–Virgo–KAGRA, 이하 LVK)’ 연구진은 국제 중력파 검출기 네트워크가 지금까지 총 390건의 중력파를 탐지하며 중력파 천문학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LVK 국제 중력파 검출기 네트워크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의 쌍둥이 검출기, 이탈리아에 위치한 유럽 중력파 관측소가 운영하는 비르고(Virgo) 검출기, 도쿄대학 우주선 연구소(ICRR)가 운영하는 일본의 카그라(KAGRA)로 구성된다.

연구진은 역대 최고 수준의 위치 측정 정확도와 가장 선명한 중력파 신호를 확보해 이전 블랙홀 충돌로 생성된 2세대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는 중력파 천문학이 단순 발견 단계 이상으로 우주의 구조와 진화를 정밀하게 측정한 성과다.

연구진은 ‘중력파 현상 카탈로그 5.0(GWTC-5.0)’을 공개했다.

이번 카탈로그에는 2024년 4월부터 2025년 1월까지 관측한 신규 중력파 사건 161건이 추가됐다.

이로써 2015년 인류가 최초로 중력파를 검출한 이후 확인된 사건은 총 390건으로 늘어났다.

중력파는 거대한 천체가 움직일 때 시공간이 일그러지며 발생하는 파동이다.

1916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존재를 예측했고, 100년이 지난 2015년 미국 라이고(LIGO) 검출기가 처음으로 관측에 성공했다.

천문학자들은 빛 대신 중력파를 이용해 우주를 관측할 수 있게 되면서 블랙홀처럼 전자기파로는 관측하기 어려운 천체 연구의 새 길을 열었다.

이번 성과는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도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최근 제4차 관측주기(O4)에서 발견한 중력파 사건 수는 전체 390건 가운데 약 75%를 차지했다.

이는 검출기 성능 향상과 안정화가 중력파 관측 능력을 크게 끌어올렸기 때문으로, 연구진은 매주 3~4건의 중력파 신호를 꾸준히 포착하고 있다.

아울러 역대 최고 수준의 위치 측정 정확도도 기록했다.

2024년 6월 15일 관측한 신호 ‘GW240615’는 미국 라이고 검출기 2기와 유럽 비르고(Virgo) 검출기가 동시에 포착했다.

연구진은 세 검출기 데이터를 삼각측량 방식으로 분석해 중력파 발생 위치를 하늘의 불과 6제곱도 범위 안으로 좁혀 특정했다.

이는 지금까지 관측된 중력파 가운데 가장 정확한 위치 측정 기록이다.

GW240615는 태양 질량의 26배 및 30배의 두 블랙홀이 지구에서 30억 광년 이상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충돌하며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위치를 정확히 알수록 같은 천체 현상에서 발생하는 빛과 감마선, 중성미자 등을 함께 관측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울러 역대 가장 선명한 중력파 신호도 확보했다.

2025년 1월 14일 지구에 도달한 ‘GW250114’는 신호대잡음비(SNR) 76.9를 기록했다.

신호대잡음비는 잡음 속에서 실제 신호가 얼마나 뚜렷하게 구분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값이 높을수록 천체의 물리적 특성을 더욱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GW250114는 태양 질량의 32배와 34배에 달하는 두 블랙홀이 병합하면서 발생했다.

연구진은 이 신호를 활용해 일반상대성이론을 지금까지 가장 정밀하게 검증, 스티븐 호킹이 제안한 블랙홀 면적 정리도 다시 확인했다.

이와 함께 블랙홀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단서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2024년 10월과 11월 각각 관측한 ‘GW241011‘과 ’GW241110‘ 사건을 분석한 결과 이전 블랙홀 병합으로 탄생한 2세대 블랙홀일 가능성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블랙홀은 거대한 별이 붕괴하면서 탄생하지만, 이미 존재하던 블랙홀이 다시 충돌해 더 큰 블랙홀로 성장할 수도 있다.

이번에 관측한 블랙홀들의 회전 방향과 속도는 이런 반복 병합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블랙홀이 밀집한 성단 환경에서 충돌과 병합을 반복하며 진화한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평가했다.


2015년 첫 중력파 관측 이후 검출기 성능과 안정성이 꾸준히 향상되면서 관측 거리와 기간이 크게 늘어났다. 현재 국제 중력파 검출 네트워크는 미국 라이고(LIGO), 유럽 비르고(Virgo), 일본 카그라(KAGRA) 등 3개 대륙에 설치된 4대의 대형 레이저 간섭계로 운영된다. 한국천문연구원
2015년 첫 중력파 관측 이후 검출기 성능과 안정성이 꾸준히 향상되면서 관측 거리와 기간이 크게 늘어났다. 현재 국제 중력파 검출 네트워크는 미국 라이고(LIGO), 유럽 비르고(Virgo), 일본 카그라(KAGRA) 등 3개 대륙에 설치된 4대의 대형 레이저 간섭계로 운영된다. 한국천문연구원

이번 연구결과는 우주론 분야의 난제 해결에 기여할 전망이다.

LVK 협력단은 새 카탈로그를 이용해 우주의 팽창 속도를 나타내는 허블상수를 독립적으로 측정했다.

분석 결과 허블상수는 71.0km/s/Mpc로 추정, 이전 측정치보다 정확도가 25% 이상 향상됐다.

허블상수는 우주의 나이와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지만, 측정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값이 나와 현대 천문학의 대표적인 미해결 문제로 꼽힌다.

이번 연구에는 세계 20여 개국 150여 개 기관, 300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소속 연구자 100여 명이 참여해 중력파 데이터 분석과 검출기 성능 향상 연구를 수행했다.

천문연은 일본 카그라(KAGRA) 검출기의 양자잡음 감소 기술과 레이저 간섭계 핵심 기술 개발에 참여 중으로, 차세대 중력파 검출기인 아인슈타인 중력파 망원경 개발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형원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장은 “중력파 검출기 감도가 크게 향상되면서 사실상 중력파 상시 관측 시대가 열렸다"며 ”앞으로 중력파와 빛, 중성미자를 함께 분석하는 다중신호 천문학을 통해 우주에 대한 새로운 물리적 이해와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호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2035년 완성을 목표로 하는 차세대 중력파 망원경 시대에는 매일 수백 건의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반상대성이론의 한계를 검증하고 허블상수 논쟁을 해결하는 등 물리학과 천문학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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